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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풍경따라(10)] 순창여행①

칼럼니스트 김호삼 승인 2019.05.05 11:51 의견 0

훌쩍 떠났다. 갈 곳이 있고, 반겨 주는 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여행이 이렇게 편안한 줄은 예전엔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순창행 고속버스는 오후 4시 10분이 막차였기 때문에 고속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버스는 끊기고 없었다. 전주와 남원을 거쳐 순창으로 갔다. 아, 순천 직행을 놓쳤을 경우 전주로 경유하는 것보다 광주에서 순창으로 오는 편이 더 좋다.

▲ 다정다감하고 옛스런 풍경이다. ⓒ 칼럼니스트 김호삼


밤 10시 즈음 순창에 도착했다. 대문은 닫혀 있고 주위는 모두 잠든 듯 고요했다.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어디에서 자지’하는 걱정을 담아 대문을 두드렸다. 어떤 순박한 시골 아저씨 처럼 보이는 분이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시인이었다.

누군지를 밝히니 지인을 대신해서 주인장이 반겨주셨다. 나를 반겨 줄 사람은 볼일이 있어 서울에 갔단다. 시인의 안내를 받으며 상호가 기억나지 않는 주점에 갔다. 그곳에는 주인장의 남편, 두부집 청년 성욱씨, 료마, 막내 운영자 이너, 시인 그리고 또 잘 기억나지 않는 한 사람과 함께했다.

▲ 살짝 주방이 보인다. ⓒ 칼럼니스트 김호삼


우린 비빔국수, 잔치국수, 닭발 볶음, 계란말이를 먹으며 인사를 나눴다. 역시 호남에선 음식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음식점 어디를 가도 옛맛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첫 만남부터 너무 무리하게 술을 마시면 결례가 될 것 같아 일찍 자리를 마쳤다.

▲ 식당 밖에도 소품이 수북하다. 하나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반갑기 그지 없다. ⓒ 칼럼니스트 김호삼


둘째 날 점심엔 막내 운영장 이너 그리고 방송작가 한 분과 함께 ‘창림동 두부마을’로 갔다. ‘창림동 두부마을’은 시골에서 사용했던 정감 듬뿍 배인 소품들이 빼곡했다.

▲ 직접 내린 두부는 신선하고, 소화도 잘 되고, 구수하고, 깔끔하다. 매일 일정량을 내리기 때문에 맛보려면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 칼럼니스트 김호삼


어젯밤 술자리에서 성욱씨가 자랑했던 직접 만든 두부요리로 점심을 먹고 방송작가와 담양으로 난 순창읍으로 향했다. 식당을 나서는데 성욱씨가 저녁에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직접 요리해 대접하겠다고 했다. 기대가 됐다.

순창을 걸어서 왔다 갔다한 바퀴 크게 돌았다. 다음엔 금산에 올라 지도를 펼쳐보며 꼭꼭 찝으리라. 중간에 머리도 깎았다. 평안하고 포근했다. 홀로 훌쩍 여행을 하는 기분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많은 시름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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