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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남는거(24)] 컬컬한 갈치조림에 남도식 밑반찬 한상 - 면목동 '부부 부대찌개' 갈치조림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5.10 11:22 의견 0

갈치는 잔가시가 많다. 그치만 잔가시가 가장자리에 모여있어 살을 발라먹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몸통으로 젓가락을 찔러넣으면 살이 포슬포슬해서 등뼈를 따라 모세의 기적처럼 잘 쪼개진다. 흰 쌀밥에 갈치를 얹으면 오, 게임 끝이다. 밥도둑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따끈한 쌀밥에 길게 발라진 살점을 척 하고 얹어 한입에 넣으면 그야 말로 황홀함을 경험한다.

▲ 갈치조림. 나오면서부터 향이 예술이다. ⓒ 김혜령 기자


갈치의 제철은 7월에서 10월이지만, 생선요리가 너무 먹고싶어서 갈치조림을 먹으러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해물의 비릿한 향이 가득하다. 가게의 냄새가 비려서 음식 맛을 해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갈치의 맛을 상상하게 하는 향이다. 부대찌개 집에서 갈치조림을 파는 것 또한 이색적이었다. 일단 밑반찬이 너무 훌륭하다.

해초 초무침과 미역 된장무침, 열무김치, 백김치 등 반찬만으로도 그냥 밥이 한그륵 뚝딱 없어진다. 특히 미역 된장무침은 구수하면서 시큼한 된장양념에 미역을 무쳐 호로록 꼬돌꼬돌 식감과 향으로 오감이 자극된다.

▲ 양념이 밴 갈치조림을 무와 함께 먹으면 밥이 절로 생각난다. 매콤달콤 맛있다. ⓒ 김혜령 기자


갈치조림의 양념 역시 아주 맛있다. 말간 양념보다는 걸쭉한 양념에 무와 갈치가 듬뿍 들었다. 갈치 조림은 고춧가루와 마늘 향이 많이 난다. 양념을 보는 순간 밥을 비벼먹고 싶은 충동이 든다. 우선 갈치를 발라서 밥에 얹어 먹었다. 칼칼하고 매큼한 향에 비해 간이 세지 않다.

묘한 젓갈향을 맡으니 전라남도 해남 큰할머니가 해주시던 양념게장이 생각났다. 제철 무우와 함께 했으면 더 맛있었겠지만, 무우의 맛이 조금 아쉽다. 제철이 지난 무우가 질깃하고 단맛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생선조림의 포인트는 무우인데 말이다. 달달하고 시원한 제철 무우와 칼칼한 양념이 만났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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