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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6. 다문화 플랫폼을 만들자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71)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5.10 14:53 의견 0

원래 다문화(multiculture) 사회, 혹은 국가라고 하면, 한국인을 포함한 개념인데, 우리 현실은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을 말한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는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민을 저지하는 국가는 교육과 훈련을 시킬 대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라는 말이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할 경우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경우를 말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미디어, 국가 정책 등이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도, 다문화에 관련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문화’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데, 좋은 의미보다는 놀림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기사를 보면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 아동을 ‘원숭이’로 놀렸다고 한다.

다문화 청소년의 성공한 사례로 한현민이라는 모델을 등장시키고 ‘비정상 회담’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래서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연예인을 대하는 것과 주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피부색이 다른 같은 반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다문화와 관련해서 복지, 교육, 취업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먼저, 한국에서의 다문화에 대한 의미부터 되짚어보고 정책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다문화 플랫폼

다문화 플랫폼은 세분화해야 한다. 일단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것,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것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 다문화 지원센터가 있지만(대구는 7군데 다문화지원센터가 있다), 오프라인에서 지원할 뿐 모바일을 통한 지원은 없다. 홈페이지가 있지만, 공지 사항과 주요 행사들을 정리한 수준이어서 생산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플랫폼은 참여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최우선의 목적을 둬야 한다.

현재 지원 프로그램은 공급자와 수용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일 방향이다. 쌍방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많은 행사들이 있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이며, 프로그램의 수준도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문화 가정 학생이 미술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부분 주요 과목에 관련한 지원이지, 취미나 자신이 관심 있는 예체능 분야와 관련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학생들과 관련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에서 유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참여를 유도하지만, 주최 측 마음대로이다. 유학생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실제로 필자가 진행한 행사를 보면, 대부분 유학생들이 좋은 식사를 대접받고, 기념품을 받기 위해 참석하는 것이지, 프로그램의 의미에 동의해서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필자는 2011년과 2012년에 대구에서 유학생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1년에는 대구 내 7개 대학의 유학생들이 모인 행사였고, 2012년 행사는 대구대학교가 주최해서 타 대학과 연합해서 진행한 행사였다. 2011년 행사는 중국 유학생들이 보이콧하는 바람에 계획에 없었던 금전적인 후원을 해야만 했고, 2012년에는 참석하기로 한 대학교의 유학생들이 대부분 오지 않아서 대구대학교와 계명대학교 일부 학생만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용자 중심, 사용자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아니면, 중복해서 지원 될 수도 있고, 치적용 사업으로 의미를 퇴색 시킬 수도 있다. 다문화 플랫폼은 대구시에 거주하는 다문화 구성원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敬聽) 해야 한다.

따라서 대구광역시 다문화 구성원을 위한 ‘다문화 플랫폼’ 대(大)구(口)(이하 ‘대구’)를 제안한다. ‘대구’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한다. 일방적인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한다. 그 대상도 외국인 근로자, 청소년, 유학생, 이주결혼여성 등 세분화 시켜서 각 구성원들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 사고가 발생 한 후에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관련 정책 마련에 도움 줄 수 있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카테고리의 스펙트럼이 넓어 보이지만, 구성원들의 성격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각 목소리를 듣고, 각각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 '나 홀로 행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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