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억이 기록으로, 기록이 기억으로” ①

윤준식 기자 | 기사입력 2019/05/15 [15:23]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억이 기록으로, 기록이 기억으로” ①

윤준식 기자 | 입력 : 2019/05/15 [15:23]

▲ “기억이 기록으로, 기록이 기억으로”창작판소리 <방탄철가방>의 최용석, 기록잡지 <그날>의 박춘림     © 김혜령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습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한국현대사에서 결코 잊어져서는 안 될 사건의 현장입니다. 국가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국민이 살해된 사건은 역사에서 지워져서도 안 되며, 두 번 다시 재현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은 국가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은폐되어져 왔습니다.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도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외신을 통해 일부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신군부에 의해 대한민국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만행을 알게 되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심각한 군중소요로 사건을 축소했고, ‘광주 사태’라는 지역에 국한된 명칭을 붙여 진실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았습니다. 사건만 축소된 것이 아닙니다. 피해와 희생자 수도 축소 발표해 모든 것이시간의 흐름 속에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넘기려 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가진 힘은 컸고, 광주의 진실을 알고자했던 시민사회의 요구는 커져만 갔습니다. 

 

광주학살의 책임자 처벌과 5공화국의 비리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이어진 결과, 1988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구성되었습니다. <광주청문회>, <5공비리청문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일들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며 시민들은 경악했습니다. 그제서야 80년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된 것입니다.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힘은 무엇일까요? 시사N라이프는 지난 2018년 <경복궁 중건 150주년 특집>을 시작으로 다양한 근현대사 특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집기획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된 연구자들을 만나는 과정 속에 알게 된 것은 ‘기록’과 ‘기억’이 가진 힘과 역동성이었습니다.

 

공식적인 ‘기록’들은 사초와 사료로 남아 어떤 권력자도 숨지 못할 증거가 되어 진실을 규명해 줍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기억’들이 시민사회 공동체 안에서 ‘기록’을 위한 근원적인 힘이 되어준다고 보았습니다.

 

국가권력 안에서 은폐되고 축소될 뻔한 일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도 바로 ‘기억’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기억’은 망각될 수 있기에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기록’을 시도하게 만들고, 그 ‘기록’들은 또 다른 진실을 일깨워 밝은 곳으로 나오도록 하기 때문이다.

 

<광주청문회>는 하마터면 어두운 곳에 은폐되어 소멸되었을 신군부와 정부의 기록들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번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들은 또 다른 ‘기억’과 ‘기록’들이 한 군데 모이도록 하는 응집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기억’들은 ‘기록’으로 정립되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되었으며, 이를 보존하고 기리기 위해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40주기를 맞이합니다. 그 1년을 앞둔 오늘 시사N라이프는 ‘기억’과 ‘기록’을 테마로 한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기록잡지 <그날>의 박춘림은 그때 그날 광주에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기록’잡지 <그날>을 발간해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창작판소리 <방탄철가방>의 소리꾼 최용석은 어린 시절 목포에서 마주친 시민군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기억’을 모티브로 해 평범한 시골뜨기 소시민인 짜장면 배달부가 마주한 그날의 일을 담은 판소리라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기억’이 ‘기록’으로 남고, 이 ‘기록’이 그날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과 다음 세대에게는 ‘기억’으로 남겨지도록 저희도 이 두 사람의 ‘기억’을 ‘기록’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내일부터 하루하루 이어지는 연재를 눈여겨 봐주시고, 공감하신다면 함께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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