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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매한 성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9)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05 11:19 의견 0

우매한 성도

필자는 성경을 10번 이상 읽었다. 신약만 따지면, 스무 번 정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 10독, 신앙 서적 100권, 기독교와 관련한 종교 서적 100권 정도는 기본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수고도 없이 스스로 기독교인으로 생각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일 수는 있지만, 기독교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오해 없기 바란다. 구원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기독교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10년이 넘는 간사 활동을 하면서 20대 청년들을 양육했는데, 항상 양육 시작전에 성경통독 경험을 물어봤다. 대부분 20대 초반까지 오랜 기간 교회를 다니는 청년들이었지만, 통독 경험이 있는 청년을 만나기는 정말 어려웠다. 당연히 신앙 서적, 기독교 관련 서적을 읽는 청년은 더 희귀했다. 청년 시절을 지나 장년이 된 지금은 어떨까 모든 교회에서 통독을 권장하고 많은 성도가 참여한다. 하지만, 완독은 대부분 노년층의 몫이다.

성경은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물론, 수십 번 읽는다고 해서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읽어야 이해할 기회가 생긴다. 1주일에 한 번 설교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도대체 어떤 근거로 본인이 기독교를 믿는 신앙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복음의 핵심은 간단하다. 구주 예수를 영접하고 우리 죄로 인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복음을 믿는 신앙은 성경을 읽음으로써 확실해진다. 우리는 초대 교회 성도들처럼 직접 예수를 본 것도 아니며 당시 증인들(제자 등)로부터 말씀을 듣지도 못했다. 오직 성경으로만 말씀을 이해할 수 있으며, 복음에 대해 확신할 수 있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은 종교개혁 당시 루터가 주장했던 핵심 내용 중 하나인데, 일반인들이 직접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당시 성경은 사제들의 전유물이었다. 가격도 상당히 비쌌지만(작은 마을 12개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읽는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루터의 주장은‘만인제사장설’과 함께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평등함을 의미한다. 루터는 독일어로 신약을 번역했고, 마침 이전에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발명이 있었기에 성경을 쉽게 보급할 수 있었다. 당시 인쇄기술 발전은 개신교가 볼 때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여길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모든 성도가 성경을 열심히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솔라 스크립투라’는 종교개혁의 상징이었고, 성경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당연히 접근이 쉬워진 만큼 과거와 비교할 때 더 많은 사람이 성경을 읽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성경은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가 어디서나 성경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종교개혁의 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쉽게 먹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무관심이나 혹은 괄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독교인의 소양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기독교에 무지한 성도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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