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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피플] 꿈꾸는 사진작가 - 김정균

정영혁 강남피플 발행인 승인 2019.06.17 11:10 의견 0

'현재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며, 덤덤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잡는 듯 했다.'

▲ Silkroad, 2017-2018 ⓒ 김정균 사진작가


21세기에 들어 대중에게 가장 관심 있는 콘텐츠는 여행이다. 주 5일 근무 그리고 여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여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 곳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자기만족에 따른 행복에 도달해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문화이자 소비 트렌드인 욜로(You Only Live One),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결국 낯선 공간에 따른 다른 문화를 통해 삶의 질, 행복 그리고 누구의 구속도 없이 자신을 맡기려는 보상 심리가 가장 큰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후회 없이 순간을 즐기고자 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정균 ⓒ 정영혁 강남피플 발행인


길 위의 역사 실크로드

웨딩 사진 30년 경력의 사진작가 김정균은 2017년부터 다큐멘터리 사진의 길로 들어서는 결정적 여행을 감행했다. 역사의 길 실크로드 프로젝트 그리고 오지 방문이 김정균을 꿈꾸는 신예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탄생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사진작가 정영혁 교수의 제안으로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어요. 서울을 떠나 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여행을 다녀온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너무나 티 없이 밝고 맑은 현지인의 모습에서 내 삶의 현재를 뒤돌아보게 되었죠. 또한 실크로드가 지닌 역사적인 가치에 대해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현장 학습이 되기도 했어요. 티벳 랑무사의 방문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요동쳤어요. 인간의 존재, 나는 누구인가 등 절로 심오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 Silkroad, 2017-2018 ⓒ 김정균 사진작가


렌즈에 비친 ‘사실의 기록’을 통해 이전의 웨딩 작업과는 다른 감정을 간직하게 된 김정균은 성숙된 자아를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펼쳐지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 혹은 비전을 달리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프로젝트 기행을 통해 심적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렌즈를 통해 기록한다’는 행위는 숭고한 작업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작업에는 다양한 팩트가 동반된다. 유머스럽고, 슬프고, 기쁘고 혹은 비극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 작업은 우리 삶을 기록하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친 실크로드 기행은 과거의 길이지만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길 위의 역사-실크로드’를 기록한 것이다.

▲ Silkroad, 2017-2018 ⓒ 김정균 사진작가



동서 간 문명 교류의 대동맥인 실크로드 기행은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무역로로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 실크로드 문화의 흔적들이 렌즈로 관찰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서역 문화의 특색, 건축, 의상, 디자인, 종교 등이 김정균의 사진에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무언의 이미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균의 사진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역사의 길 현장에서 기록된 ‘결정적 순간’들의 이미지가 개인 소유를 벗어나 감상할 수 있는 대중의 것으로 전환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 Silkroad, 2017-2018 ⓒ 김정균 사진작가


길 위의 삶 티벳

끊임없이 야기되는 정치적 독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티베트. 티베트의 마력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의 숙명적인 ‘삶과 죽음’이 공존할 수 있다는 불교의 깨달음을 체험할 수 있는 성스러운 땅이 그 해답이 아니겠는가. 죽음을 통해 비로소 참 삶을 발견할 수 있다는 고차원의 불교 법신인 명제를 체험하는 중생들의 욕망이 길 위의 삶을 찾게 만드는 것 같다.

▲ Tibet, 2018 ⓒ 김정균 사진작가


작년 초 김정균은 티베트의 세계적인 불교 행사 ‘쇄불절(사찰에 보관 중이던 부처님이 그려진 대형 탱화를 빛에 말리는 행사) 촬영을 위해 짐을 꾸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김정균은 현장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고행하는 티베트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현장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되새기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존엄감이 생겼다. 물욕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자기 성찰만이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필자는 그가 보여준 사진으로부터 직감적으로 김정균이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감지했다. ‘아름답다’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며 주관적이다. 이것을 이미지로 재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요원한 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과거 눈으로 보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랑무사 이미지들은 마음으로 비치는 것을 렌즈에 담은 듯하다.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현장에 있는 듯했다. 사진들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프레임 안에 갇힌 대상들의 숭고한 삶의 현장 자체가 아름답다는 의미다.

▲ Tibet, 쇄불전, 2018 ⓒ 김정균 사진작가


“다녀온 후 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신앙심이 생겼고, ‘일상의 위대함 그리고 길은 어디에든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의 말속에 뼈가 있는 듯했다. 현재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며, 덤덤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잡는 듯 했다.

▲ Tibet, 쇄불전, 2018 ⓒ 김정균 사진작가


“5년 기획 촬영 후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어요. 경험하지 못한 후배들에게 이미지라도 보여주고 싶어요.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공간에 대해 구상중이에요. 당장은 어렵지만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새 공간에 따른 새로운 콘텐츠로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 같아요.”

▲ Tibet, 쇄불전, 2018 ⓒ 김정균 사진작가

[인터뷰: 정영혁 / 사진작가, 강남피플 발행인]

※ 위 인터뷰 본문은 인터뷰 잡지 <강남피플>과 <강남피플 웹진>에도 동시게재됩니다.

https://knampeople.com/index/view/109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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