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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정신 :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를 생각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 교회(18)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21 20:09 | 최종 수정 2019.07.02 10:20 의견 0

보수의 정신 :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를 생각하며

『보수의 정신』저자 러셀 커크는 보수의 역사를 에드먼드 버크에서 시작한다. 버크는 기본적으로 신이 창조한 세상을 근본으로 해서 그의 사상을 전개했는데, 신이 만든 세상 질서를 존중하면서, 현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이어져 왔음을 강조한다.

그에게 세계 질서는 다양한 계급을 바탕으로 한 신분질서였는데, 버크는 이 부분을 다양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도 성경적 기준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성경에는 계급이 존재하고 노예도 존재한다. 신약 시대에 와서도 크게 변함은 없다. 단, 위계질서를 존중하되 억압적인 구조는 거부한다.

이와 같은 사상을 가진 버크는『프랑스 혁명 성찰』에서 모든 계급을 소멸한 프랑스 혁명을 강하게 비판했고, 결국에는 힘에 의한 지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여기서 말하는 힘은 군사력과 관련한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나폴레옹이 권력을 차지한 것을 봤을 때 버크의 예언은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왕과 왕비를 죽이고, 교회의 재산을 몰수하고, 신분제를 전복시켜서 모든 민중의 평등을 주장했던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폄하(貶下)한다.

버크는 당시 프랑스가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과도한 폭력으로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오히려 변혁의 가능성을 제거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한나 아렌트도 『혁명 이론』에서 프랑스 혁명은 실패한 것으로 설명했다.

프랑스 혁명의 가치

프랑스 대혁명은 세계 역사에서 진보의 상징이자, 정의로운 혁명의 상징이지만 보수의 눈으로 볼 때는 폭력으로 얼룩진 불한당들의 모반(謀反)일 뿐이었다(개인적으로 프랑스 혁명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위상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당시 혁명 세력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거부했다. 그렇다면 ‘신’ 대신 다른 대체자가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대체자는 ‘이성’이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신에서 보이는 인간의 하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 이성을 대체자로 세운 것이다. 이러한 사상의 근저에는 이성이 발전을 거듭해서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Uber-mensch)’의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을 수도 있다(위버멘쉬는 사실 인간의 이성을 긍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버멘쉬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성에 대한 기대가 바로 ‘초인’에 대한 기대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상은 현실과 달랐고 보이지 않는 신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이성도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지는 못했다. 기존 세력이 도태되고 나서 등장한 세력은 새로운 엘리트였다. 따라서 혁명은 지배 세력의 대체일 뿐이지,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 버크의 생각이었다.

보수는 이러한 반란을 혁명이라 인정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혁명의 폭력적인 성격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에 대한 사상도 진보와 달라서 이성 자체의 발전과 완전성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았고, 오히려 신분제도를 신이 만든 것으로 받아들여서 그 질서 속에서 각 신분에 맞는 역할대로 살아가야만 세계가 시계처럼 질서 있게 운영될 수 있다고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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