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착한 바람을 몰고가는 "황기순의 사랑더하기"
윤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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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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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황기순은 지난 2,000년부터 여름마다 싸이클 국토대장정을 통해 지금까지 장애인 관련 단체에 휠체어 1520대(3억 3139여 만원 상당)를 지원하는 선행을 실천해왔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한전국 순회거리공연을 통해 모금활동을 해왔다. 올해에도 가장 무더운 8월 14일부터 24일의 기간 동안 가수 박상민을 비롯한 동료 연예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여러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금에 나섰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거리공연을 진행중인 황기순 씨를 만났다.
윤준식 기자(이하 윤기자): 벌써 10년 넘게 이런 활동을 계속해 오셨는데, 이런 힘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는 건가요개그맨 황기순(이하 황기순): 처음 모금활동을 시작했던 건 나쁜 이미지 개선을 바라는 거였는데, 첫 모금에서 휠체어 52대를 전달하고 나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던 게 가장 컸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그 때의 감동 덕분에 ‘계속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게 2000년도였는데요, 그 다음해인 2001년에는 사업이 너무 어려워서 하지 못했어요. 계속 찝찝하고 신경이 쓰여서 2002년도부터는 무조건 하기로 했습니다. 하다 보니까 혼자서 하는 것에 한계도 있었지만, 동료 연예인들의 참여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윤기자:동료 연예인분들이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독려하셨나요황기순: 오랫동안 이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분들한테 매번 신세를 많이 지다보니 죄송해서 직접 연락은 못 드리고 문자만 보내요.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이 참여하겠다고 문자로 답을 주곤 하는데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아지는 뜻 때문에 어려워도 계속 이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윤기자:아직 황기순씨의 이런 활동을 과거에 비추어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황기순: 모금 횟수가 늘어나고 모금액도 증가하다 보니까 진정성 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모금목표도 설정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기자: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황기순: 6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애가 3~4년 후에 인터넷이나, 주변을 통해 아빠라는 사람을 좋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아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용서를 구한다거나 강제로 '아버지를 이해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잠깐 동안은 힘든 거지만, 애를 위해서라도 약속을 지켜나가면 앞으로 아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내년부터는 아들을 데리고도 다녀볼 생각이예요. 제 생각에는 애한테 이만한 교육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오히려 아들 때문에 (모금활동을)더 열심히 하게 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윤기자:오늘도 싸이클로 대전까지 달려오셔서 쉬지 않고 4시간 이상 행사를 진행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속 비도 맞아서 지칠 법도 하신데 오히려 행인들을 격려해 모금에 참여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황기순: 당연히 힘이 들긴 합니다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게 모금 하는 겁니다. 처음에 할 때는 혼자 공연을 하며 모금을 진행했었어요. 길게는 혼자서 10시간 동안 서서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잠깐씩 화장실을 간다든지 흡연을 하기도 했는데 이럴 때도 기본적인 예의는 철저히 지켰습니다. 저는 모금함이 아무리 가벼워도 꼭 두 손으로 들고 모금을 받습니다. 남들이 보든 안보든, 행사가 끝나든 안 끝나든, 정성이 담긴 모금함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금함은 이 기간 동안은 제 생명에 견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소중히 다룹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정성을 하나하나 모아준 것이기 때문이죠.
윤기자:이제 10년 넘게 하셔서 체력부담도 크게 올 것 같습니다.황기순: 사실 이런 일을 오래도록 하기는 힘들어요. 한번 시작하면 10~11일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 서로 불협화음 없도록 신경써야 하고, 싸이클도 타야 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말 힘듭니다. 일단은 피곤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력인 것 같고요, 모든 일을 할 때 즐겁게 하는 게 비결 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거나 이러면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이건 꼭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윤기자:요즘 세월호 사태 등 국민들이 많이 우울한데, 많은 희망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황기순:모금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는 마음의 갈등도 있고 해서 힘든데 막상 하고 나면 행복해집니다. 과거에 제게 일이 없었던 2~3년에 비하면, 무언가 세상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마음을 비우니까 저절로 모든 게 잘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요즘은 정말 행복합니다. 이런 저로 인해서 국민들도 많은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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