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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가나안농장 구교철-대구축협 조합장 도전기(6)] "평범한 공약이라고예? 농가혁신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더"

윤준식 기자 승인 2015.03.07 23:47 의견 0

(지난이야기) 대구축협 조합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구교철 대표. 기자의 질문은 조합장 후보로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구체적인 공약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구교철 대표는 최근 일고 있는 농협 개혁에 대한 슬로건이나 경제사업 개선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축협이 조합원들의 소값을 최고가로 잘 쳐줘야한다는 식으로 소극적인 말만 일관한 것이다. 이에 취재기자는 심중을 헤아리기 위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편집자 주)

 

윤준식 기자(이하 윤준식): 지금까지 성주 가나안농장을 꾸려오신 과정과 함께 대구축협 조합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 과정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제가 공약을 훑어보니까 너무 평범하다고 할까 확 와닿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영남일보 기사를 보니 대구지역 전체 조합장 후보 중에서 가장 최연소 후보시라고 나왔더군요. 농촌 인구구조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젊은 후보자이신데 뭔가 농협 개혁이라든가 야심찬 공약은 내걸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요. 저와도 가장 많이 이야기하신게 '소값이야기'거든요구교철 대표(이하 구교철): 제 첫 번째 공약이기도 한데 어떻게 말로 잘 표현되어지지 않네요. 축산농가에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서 그렇거든요. 제가 계속 1++ 한우와 2등급 한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등급제에 가려져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힘든 일이 많기 때문이에요.윤준식: 아까 정육코너에 비치된 단가표를 잠깐 봤는데 각 등급별로 가격차이가 kg당 1,000원 정도씩이더라구요. 그런데 1++와 2등급의 차이가 그렇게 심각한 것인가요구교철: 그 1,000원 차이가 한 마리당으로 계산하면 40만원 차이가 납니다. 소 한 마리를 최하 400kg이라고 쳐보세요. 1++를 킬로당 18,000원으로 잡으면 얼마 나와요윤준식: 대략 720만원 정도네요. 생각보다 적게 잡힌 것 같은데요 2등급은 어느 정돈가요구교철: 일단 최소한으로 생각해봐야죠. 2등급은 한 12,000원으로 잡아보소.

 

구교철 대표도 1++ 한우 생산을 목표로 노력하던 농민이었다. 그러나 이를 목표로 할 수록 농가에겐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며 한우등급제가 갖고 있는 모순을 깨닫고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774" /> 구교철 대표도 1++ 한우 생산을 목표로 노력하던 농민이었다. 그러나 이를 목표로 할 수록 농가에겐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며 한우등급제가 갖고 있는 모순을 깨닫고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윤준식 기자)

 

¶ 한우경쟁력 높이는 한우등급제 오히려 축산농가는 손해보며 팔게 만든다윤준식: 12,000원으로 잡으면 한 마리에 480만원, 1++랑 240만원 차이... 엄청나네요 이게 같은 사료를 먹고 같은 조건에서 자라는 소인데 이런 차이가 나는 건가요구교철: 그러니까 축산농가가 1++에 목을 메는 거예요. 등급의 차이가 마블링의 차이인데 1++를 만드려면 사료도 차별화해야하고 쉬운 일이 아녜요. 그런데 그렇게 키운다고 해서 1++가 나오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축산농가에서는 1++를 늘리기 위해선 한우의 품종개량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거기에만 신경쓰고 있어요.윤준식: 그런데 왜 그런 부담을 안고서 1++ 소에 집착하는 건가요구교철: 지금 정부정책이 그러해서 한우 농가의 경쟁력은 1++ 소를 생산하는데 있게된 거죠. 그거도 그거지만, 송아지값이랑 사료값을 합치면 키우는데 한 마리에 400만원이 훌쩍 넘어요. 2등급을 받아버리면 시세에 따라 손해를 보고 팔게 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1++ 등급 받는게 중요해진 겁니다.윤준식: 그걸 구교철 대표님은 한우육포나 떡갈비 제조를 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성공한 것이로군요구교철: 솔직히 1++ 등급의 소가 고기가 좋으냐 고기에 지방이 잘 섞여 있으니 구워 먹을 땐 확실히 맛이 있죠. 그럼 2등급 소고기는 맛이 없느냐 그렇지 않아요. 저온냉장에서 보름동안 숙성을 거치면 1++등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맛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저지방육을 찾는 분들은 오히려 이런 고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1++에 목을 멜 필요가 없는거지요.윤준식: 이제야 2등급 한우를 ‘웰빙쇠고기’, ‘저지방쇠고기’라고 말씀하신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요, 저 더렴한 쇠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는 거네요 그럼 생산자 입장에선 왜 이런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하지 않는건지 모르겠네요.

 

¶ 축협이 축산농가 스스로 창조적 혁신을 꾀하는 모델 찾아줘야

 

구교철: 그게 1++이 최고라고 하는 등급제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소비자들도 이왕이면 1++등급을 찾으려하지 2등급을 찾으려하지 않아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1++ 등급으로 소를 키우려 하다보면 농가 입장에선 더 손해가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윤준식: 1++ 소를 키우면서 손해가 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구교철: 1++ 등급을 받기 위해선 소를 30개월, 35개월 키워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사료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30개월, 35개월 자란 소가 1++가 안나오고 2등급이 나오면 완전 손해지요. 개월 수가 늘어난 만큼 고기 자체에 지방성분도 많아집니다. 차라리 30개월 되기 전에 잡으면 원가가 더 낮아집니다. 같은 판매가인데 원가가 낮아지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거지요. 무리해서 30개월 이상 키울 필요가 없어진다는 거죠.

 

채널A '먹거리 X파일' 육포본색 편에 소개된 한우육포 <p class=(채널A 방송 캡쳐)" width="600" height="338" /> 육가공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경험을 토대로 축산농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공약을 걸었다. 사진은 육포를 만들기 위해 쇠고기를 가공하는 장면이다. (채널A '먹거리X파일' 화면 캡쳐)

윤준식: 아~! 이제야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기만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우선 축협이 축산농가의 2등급 쇠고기에 대한 최고가를 쳐주는 작은 개선에서부터 한우축산 전반을 혁신시킬 수 있다고 보신다는 이야기로군요 영세한 농가의 경우에는 무리해서 30개월을 사육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원가절감도 되고 자금회전도 빨라지므로 축산농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네요.구교철: 바로 그겁니다. 대신에 축협이 부담하게 되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축 후 유통이라는 1차가공 수준의 단순한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육고기만 유통하려고 하면 전량을 빨리 팔아내는 데만 신경쓰기 때문에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생각 못하게 되거든요.윤준식: 좀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구교철: 우유를 짜서 내다팔려고 하면 금방 상하니까 빨리 팔아버리려고 싸게 팔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런데 치즈나 버터로 만들면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유통하기 쉬우니 좀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지요.윤준식: 그러니까 쇠고기를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거나 육포로 만들게 되면 된다구교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육포를 만들어보니까, 2등급 쇠고기가 1등급보다 더 맛있는 제품이 됩디다. 2차가공, 3차가공하는 것은 낭비를 없애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지역조합을 브랜드로 알리는 마케팅 효과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나면 2등급도 목적에 따라서는 값싸고 좋은 고기라는 것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입쇠고기와의 경쟁력, 차별화 다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윤준식: 첫 번째 공약으로 “등급별 최고단가 적용”을 내세우신 이유가 그동안 성주 가나안농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네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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