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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부터 살려야 우리가 산다" (上)

윤준식 기자 승인 2015.06.02 16:36 의견 0

최근 때 아닌 복수노조로 인한 논쟁이 불붙은 곳이 있다. 그 진원지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인 갑을오토텍이다. 그동안 갑을오토텍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단일노조로 활동하며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노동3권을 보장하며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기업노조’가 설립되며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었고,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 30일에는 두 노조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언론보도는 금속노조의 입장을 위주로 “노조파괴를 위한 사측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미디어투데이는 반대편인 기업노조 관계자를 접촉해 보았다. 금속노조 측의 시각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갑을오토텍 기업노조가 설립된 배경을 비롯하여 두 노조가 갈등하게 된 원인에 대한 기업노조의 입장도 동일하게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였다. 취재기자의 인터뷰 결과 다른 매체들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입장,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하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본문이 길어 총 3편으로 나눠 싣는다. 이 내용은 제휴매체인 '내외신문 74호'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편집자 주)

 

 

- 기업노조가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언론과 대화해본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성강용 위원장: 기업노조 설립 전에 금속노조원으로 오래 활동해서 이런 경험이 있다. 입사한지 27년 조금 더 된 것 같은데, 노조간부 활동만 20년 이상 했다. 우리 공장 뿐만 아니고 지금 금속노조 충남지부 사무국장까지 했던 경력이 있다. 한 분야만 해본 게 아니라 노동조합 전 부서에서 1~2년씩 일해 보았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사진 속 인물이 충남아산에 소재한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사진 속 인물이 충남아산에 소재한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 (사진: 윤준식 기자)

 

- 민주노총(금속노조) 활동을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노조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성강용 위원장: 88년도에 처음에 이 회사가 만도기계였을 때 입사해서 89년부터 노조원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측에서는 빨갱이 취급하고 동료들도 가까이에 접근하지 않았다. 밥도 같이 못먹게 하고 휴식시간에 어울리지 못하게 했다. 지금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강성이었다. 당시 ‘인간해방, 노동해방’을 외치며 조합활동을 했다. 노동자를 위하는 일이라면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서 회사와 싸우고 파업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전부터 이대로의 노동운동은 안된다, 노동운동도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7년 전과 달리 회사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고민했다. 당시 1,300명이 일하는 공장이었는데, 회사의 사세가 기울고 경영이 안되니 포기하면서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수주가 잘 안되고 일거리가 없어지며 수당제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목격했다. 심지어 인수했던 외국계 기업 모딘코리아가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후 지금의 경영진인 갑을오토텍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나는 갑을오토텍이 처음 들어오던 당시 기업사냥꾼으로 생각하고 반대했다. 그러나 1~2년 지켜보니 섬유사업하던 기업이 자동차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그룹차원에서 세일즈를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일거리가 늘어나니 회사 형편이 나아졌다. 회사와 경영자가 보여주는 모습도 긍정적으로 보여졌고, 5~6년 전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 것이다. 지금의 갑을오토텍은 충남지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고임금 직장이다. 작년에 내가 받은 연봉이 8천만원 수준인데, 1억 3천만원까지 받은 노동자도 있었다.

 

성강용 위원장 자신이 금속노조활동을 20년 이상했고, 자신도 노조간부로 몸담아왔다. 그런 그가 노조의 변화를 외치며 새로운 노조를 결성했다. 아직은 진보냐 퇴보냐 판단할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원래 성강용 위원장은 현 사업장의 4번째 주인인 '갑을오토텍'이 들어올 때만 해도 반대하던 입장이었다. 회사 경영진의 진정성을 깨닫게 되며 사내 노조활동의 전환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윤준식 기자)

 

그런데 노동조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형태의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현대기아차의 2차벤더이기에 갖고 있는 애로사항이 있다. 우리의 납기가 늦어지거나 불량률이 높아서 현대자동차 라인이 멈추게 되면 배상의 책임을 진다. 회사가 그런 부담을 안고 가는 약점을 이용해 이를 빌미로 현재의 노조는 회사에 대한 요구조건을 다 받아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 요구가 관철되는 것 만큼의 생산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이 현 노조의 문제다. 지금 현재 회사의 사정이 안 좋다. 적자가 누적되는게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갑을오토텍의 어려움이 갑을그룹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들었다. 이러다가는 지금까지 회사의 주인이 4번 바뀐 것 처럼 그룹이 손을 놓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노조의 방식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지금까지의 노조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과정을 듣고 있는데 궁금증이 생겼다. 원래 금속노조에 깊이 개입되어 있지 않았나 단일노조를 유지하면서 내부로부터의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굳이 복수노조여야 한다고 생각했는가

 

성강용 위원장: 물론 나는 갑을오토텍 금속노조 창립멤버다. 지금은 당시와 다른 상황이다. 이제는 노동조합도 바뀌어야 된다. 노동조합이 노조의 요구만 관철시키겠다고 투쟁일변도로 가다가는 회사도 무너지고 노동조합도 무너진다. 젊은 시절부터 어렵게 만들어온 일터와 노동조합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궁지에 몰리면 노동자에게 반격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노동조합이 한 발 빼줘야 상생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동조합을 살리고 싶은 생각에 후배들에게 회사와 타협하고 가자고 이야기했다. 회사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닌데, 회사와 노조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는 과정을 몇 번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노조로부터 제지당했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고 불안하다. 아우들 다치는게 싫다. 밤낮으로 이야기하고 같이 술마시며 또 이야기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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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고 회사가 쉽게 망하는건 아니죠. 그렇다 해도 회사가 뭔가 남기게 해주며 요구해야 하는데, 회사가 적자인 상태에서 노조가 요구만 하면 회사가 오래 존재하겠느냐 구조조정한다며 해고하고 매각하고 경쟁력 잃어 없어지게 되는 수순이 되면 생존이 달린 노동자는 갈 곳이 없어집니다. 이제는 노조가 상생의 길을 찾아야 됩니다. (성강용 위원장)
성강용 위원장: 한발만 뒤로 빼자고 선후배들과 수도 없이 말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다.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그런 시도를 계속했다. 그런데 올 초 노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사측과 반목했다. 회사가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연차수당을 일시에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2달에 걸쳐 분할해서 주는 방안을 제시를 했다. 이를 노동조합이 거부한 것이다. 노조가 투쟁을 외치며 라인을 끊어먹는 것을 보았다. 회사가 연차수당을 안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금사정이 어려워 2달로 나눠주겠다고 한 것이다. 어차피 자금이 부족해 연차수당을 일시에 지급할 여력도 없는 것이다. 이런 정도로 노조가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끌고 가며 조업을 멈춘다는게 말이 되는가 조업 중단으로 인한 패널티는 또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를 압박의 수단으로 삼는 기존 노조의 모습에 실망했다.

 

성강용 위원장 자신이 금속노조활동을 20년 이상했고, 자신도 노조간부로 몸담아왔다. 그런 그가 노조의 변화를 외치며 새로운 노조를 결성했다. 이를 노동운동의 진보냐 퇴보냐로 판단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성강용 위원장 자신이 금속노조활동을 20년 이상했고, 자신도 노조간부로 몸담아왔다. 그런 그가 노조의 변화를 외치며 새로운 노조를 결성했다. 이를 노동운동의 진보냐 퇴보냐로 판단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사진: 윤준식 기자)

 

어느 순간 ‘안되겠다.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자! 지금처럼 명분없는 투쟁만 할 게 아니라 회사와 상생하는 노조를 만들자! 기업노조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다.1~2년 고민을 하며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했는데 기존 체제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새로운 노조결성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3월 초에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결심하고 동참하는 이들과 함께 4명이서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노조는 3명 이상이면 만들 수 있는 거라.

 

- 왜 ‘기업노조’라 칭했나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사측이 만든 어용노조라 생각하기 쉽다.

 

성강용 위원장: 흔히 복수노조 조건에서 노동조합을 따로 만들면, 내가 ‘기업노조’라고 지칭 안해도 흔히 ‘기업노조’라 한다. 우리 상급단체가 없다. ‘한국노총’ 소속도 ‘민주노총’ 소속도 아니라서 ‘기업 내에서 하는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기업노조’인 것이다. 기업의 사주를 받고 기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노조란 의미가 아니다. 다들 왜 하필 기업노조냐고 하더라. 나는 우리 기업 내에서 하니까 기업노조라고 말한다.

 

- 중편에서 계속 -

“회사부터 살려야 우리가 산다” [인터뷰]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

상편: http://www.sisa-n.com/7707cat=11중편: http://www.sisa-n.com/7718cat=11하편: http://www.sisa-n.com/7725ca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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