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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부터 살려야 우리가 산다” (中)

윤준식 기자 승인 2015.06.02 16:53 의견 0

최근 때 아닌 복수노조로 인한 논쟁이 불붙은 곳이 있다. 그 진원지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인 갑을오토텍이다. 그동안 갑을오토텍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단일노조로 활동하며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노동3권을 보장하며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기업노조’가 설립되며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었고,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 30일에는 두 노조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언론보도는 금속노조의 입장을 위주로 “노조파괴를 위한 사측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시사미디어투데이는 반대편인 기업노조 관계자를 접촉해 보았다. 금속노조 측의 시각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갑을오토텍 기업노조가 설립된 배경을 비롯하여 두 노조가 갈등하게 된 원인에 대한 기업노조의 입장도 동일하게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였다. 취재기자의 인터뷰 결과 다른 매체들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입장,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하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본문이 길어 총 3편으로 나눠 싣는다. 이 내용은 제휴매체인 ‘내외신문 74호’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편집자 주)

 

- 다른 매체의 보도를 보니 ‘기업노조’를 통해 노조파괴 공작을 시도한다는 언급이 있다. 특히 이번에 신규인력을 대거 채용했는데, 전체 인력 대비 10% 정도를 뽑은 셈이다. 기사들을 보면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신규인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보면 사측에서 노조파괴 요원을 침투시킨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성강용 위원장: 올 1월부터 2교대제 근무가 시작되었다. 갑을오토텍은 1조가 7시 40분 출근해서 4시까지 근무하고 2조가 4시 출근해서 밤 12시 일한다. 현대기아차는 1조가 8시간, 2조가 9시간 일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식사시간 40분을 제외하면 1조가 7시간 20분, 2조가 7시간 20분이다. 솔직히 현대기아차가 8시간 일하는데 우리가 7시간 20분에 일해서 부품물량을 대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노조가 일등기업 만들겠습니다" 어찌보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용노조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성강용 위원장이 외치는 상생의 길은 노조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기업노조가 일등기업 만들겠습니다" 어찌보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용노조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성강용 위원장이 외치는 상생의 길은 노조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윤준식 기자)

 

2교대제로 인한 줄어든 근무시간 채우고 물량 채우기 위해서 작년 12월 29일에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한 것이다. 사실 지금의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근무태도로 보면 신입 100명이 들어와도 물량을 못댈 거다. 이런 형편인데 노조파괴 공작을 위해 회사가 대거 신입을 뽑았다는 논리는 말도 안된다.

 

그리고 신규채용한 인력의 인건비만 년간 20~30억 추가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생산능력은 전년도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필연적으로 작년보다 잔업특근이 더 늘어날 상황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추가경비가 더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토요일 하루 특근하면 전체 추가경비가 1억이 난다. 이런 식이면 회사는 올해만 100~120억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런 내막은 모른채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갖다 붙이는 것은 억지다.

 

- 그래도 ‘기업노조’ 구성원이 신규채용 인력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

 

성강용 위원장: 그 이유는 기존 금속노조 지도부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다. 지금 현재 신규인력으로 들어온 이들과 금속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존 노조원들의 생산성이 모자라 들어온 이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노동을 한다는 것인데, 이건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이나 하청구조와 똑같은 일이 우리 공장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채용된 분들 대부분이 인생막장까지 떨어졌다 온 분들이 많다. 그들은 안정된 직장을 찾아온거다. 노숙하다 온 분들은 여기 온 것만으로도 로또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직장이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입사 후부터 금속노조가 투쟁하고 조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았으니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그리고 금속노조가 조합비 빼가는 거도 문제가 있다. 원래 임금에서 1.5%만 조합비로 나가야 하는데, 금속노조는 신입들에게서도 10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뗀다. 연봉이 높은 내가 냈던 금액이 115,000원이었다. 신입들에겐 이런 점들이 불합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조업현장에서 마주친 기업노조 김승원 부위원장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조업현장에서 마주친 기업노조 김승원 부위원장 (사진: 윤준식 기자)

사측의 어용노조 어휴, 말도 못하게 싸우고 있어요. 기업노조 선전물 만들어서 배포하면 금속노조 간부들이 뒤따라오며 다 떼버리고 찢어버리고 나중엔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개새끼, 소새끼 소리 듣고 몸싸움하고... 한편으로는 회사랑 싸우랴, 한쪽으로는 금속노조랑 싸우랴. 여기 신분증 사진이랑 지금 제 얼굴을 보세요. 얼마나 말랐는지... (성강용 위원장)
기존 금속노조원들 중에도 ‘기업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노동자들이 있다. 그런데 금속노조 지도부가 그것을 막고 있다. 6명 체제의 분임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북한의 ‘5호담당제’같이 이용하며 이탈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마주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카톡이나 그런 것으로 알리고 못하게 막는다. 그래서 금속노조원들은 우리와는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마주친다. 내가 수석반장 중 1명이다. 우리 반원이 모두 9명인데 기업노조원 2명을 뺀 나머지는 내가 수석반장인데도 인사도 안하고 아는 척도 안한다.

 

‘기업노조’ 설립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27년을 일했잖나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어느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냈다. 형, 동생 지내고 서로 애경사 찾아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기업노조 만들고 나니깐 450명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금속노조 지도부가 만들고 있다.그래서 지금 조업현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저들은 인원도 있고 조직도 있고 조합비도 많은데 저들 나름의 길을 가면 될 것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이번엔 좀 더 껄끄러운 것을 묻겠다. 노조파괴공작 요원으로 전직 경찰과 특수부대 출신자들을 위장취업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은

 

성강용 위원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장관을 했다가도 때려치거나 잘린 다음에 가세가 기울면, ㅏ만히 먹고 놀 수는 없는거다. 경찰출신이나 특수부대 출신은 가세가 기울어도 평생 백수로 살아야 하나 말이 안되는 논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이 취업한 것은 3월 12일 ‘기업노조’가 설립되기 전이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들이 갓 취업한 1월에 이미 이들이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제기는 ‘기업노조’가 출범한 다음에 하고 있다.

 

경력이 의심되고 문제가 되면 금속노조원일 때에 문제제기를 해야지, 자기네들 조합비 받을 때, 자기들 기득권 안에 있을 때는 이를 숨기고 있다가 이제 와서 ‘너희들 문제있다’고 벌집 쑤셔놓듯 하고 있다.

 

하편에서 계속

“회사부터 살려야 우리가 산다” [인터뷰] 갑을오토텍 기업노조 성강용 위원장

상편: http://www.sisa-n.com/7707cat=11중편: http://www.sisa-n.com/7718cat=11하편: http://www.sisa-n.com/7725ca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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