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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색경력! 한약사 출신 청년변호사 '김동현'

윤준식 기자 승인 2015.07.24 22:09 의견 0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필요하다”

 

한약사 출신의 이색변호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취재를 요청한 후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이런 웬걸 한약사 출신이라고 하여 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신사일줄 알았더니 기자의 앞에 나타난 이는 앳된 얼굴의 청년변호사였다. 한약사에서 변호사로, 법조인의 길을 결심한 청년의 이야기를 독자여러분에게 전한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지만 몸이 아파서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약사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어요.”

 

경상남도 진주가 고향이라는 김동현 변호사.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와 집만 오가는 모범생이었다. 컴퓨터게임을 좋아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할까 고민하다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학문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한약학과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법률사무소 혜량 - 김동현 변호사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3" /> 법률사무소 혜량 - 김동현 변호사 (사진: 윤준식 기자)

 

그러나 대학 합격 후 알게된 한약학과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한방조제와 관련해 한의사와 약사들 사이에 분쟁이 있었고, 이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한약사 제도를 만들게 되면서 한약학과가 창설된 것이었다. 김동현 변호사가 입학한 때는 한약학과가 창설된지 6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한방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한약사 제도가 법에 막혀있는 것이었어요. 이것을 관철하기 위해 대학시절의 많은 시간을 집회와 시위로 보냈어요. 자퇴서까지 내고 상경해서 투쟁하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대학생들과 달리 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보냈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한약사가 되었고, 하루하루 한약조제로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한약 분야의 전문인이 되기 위해 대학원도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며 석사학위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선배로부터 ‘로스쿨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며 일해왔는데 로스쿨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사회 제도의 문제로 인해 기회를 갖지 못하는 분들을 도울 수 있으면 보람찬 인생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미 대학시절 한의약분업을 둘러싼 진통을 겪으며 법과 제도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그였기에 주저하지 않고 로스쿨에 도전하게 되었다. 한약사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지만 용기를 내어 본격적으로 로스쿨을 준비했고 그 결과 오늘날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른 수임도 맡고 있지만 지금은 개인회생, 면책, 파산 업무를 많이 하고 있어요.”

 

개인회생과 관련한 업무가 많은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부채로 어려움 겪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지만, 한약사에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가장 많이 작용한 듯 싶었다.

 

“개인회생, 면책, 파산이 각각 다른 업무인데 통상적으로는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곤 하지요.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는 누군가 실패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 면책, 파산제도는 실패한 사람을 구제해주기 위해 법이 정한 제도입니다.”

 

김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수임을 맡은 이들을 볼 때 채무로 인해 경제적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어려움이지만, 채권추심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 가족과의 갈등이 심리적인 새출발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한다.

 

“개인회생, 파산, 면책을 정한 법의 취지 자체는 ‘갱생’입니다. 저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법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소신으로 무료변호를 자처해 진행중인 사건도 있다.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로 중병으로 투병중인 노부인이 보험회사가 제기한 보험사기 소송으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연을 듣게 되었다 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법률자문만 해주었지만, 지금은 사건을 위임받아 기업과의 힘겨운 싸움을 대신하며 힘없는 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한약의 경우, 올바른 처방도 중요하지만 좋은 약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제가 추구하려는 법조인의 삶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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