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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연구결과 ‘맛 평가사’의 길 개척한 조기형 대표

윤준식 기자 승인 2015.10.02 16:08 의견 0
20년 연구결과 ‘맛 평가사’의 길 개척한 조기형 대표[창업토피아 2편] 마음먹으면 별게 다 창업아이템이다

 

1인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며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는 것들이 대세가 되었다. ‘백선생 돌풍’이 보여주듯 이제는 케이블방송이나 일반TV채널에 요리사들이 나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창업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회에서는 20년의 연구를 통해 ‘맛 평가사’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지오 맛 아카데미 조기형 대표를 소개한다.

 

'맛 평가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까지 20년의 연구가 있었다. 지오 맛 아카데미 조기형 대표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맛 평가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까지 20년의 연구가 있었다. 지오 맛 아카데미 조기형 대표 (사진: 윤준식 기자)

 

¶ 20년에 걸쳐 ‘맛의 영역’을 탐구하다

 

♠ 맛에 대한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성대가 좋죠 예체능 분야는 대부분 타고난 사람들이 잘해요. 저는 맛에 대한 오감에 민감하게 태어난 것 같아요. 그것을 군대생활했던 30년 전에 깨닫게 되었어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자극이 강한 음식을 먹게 되면 몸이 못견디겠는 거예요.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도 먹는 것에 대해선 남달랐는데 미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군대라는 공간에서 단체생활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 그럼 맛에 대한 연구도 그때부터였나

 

“맛에 대한 연구는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90년대 초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2006년도인가 미각전문가와 만나 대화해보니 나의 연구가 상당히 성과가 있었고 맛에 대한 이론화의 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맛에 대한 연구결과를 책으로 써내기 시작했죠.”

 

♠ 맛에 대한 연구는 어떤 식으로 했나

 

“맛에 대한 연구는 오감에 대한 탐구에서 이어지는 거예요. 바라보는 연습, 냄새맡는 연습같은 감각훈련이 대부분이죠. 이것을 바탕으로 이론이 지식으로 자리잡으면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죠. 이런 내용을 2008년에 ‘식객도 놀란 맛의 비밀’이란 책을 내면서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어요.”

 

이어 조기형 대표는 2012년에 500페이지에 달하는 ‘맛 평가론’이라는 전문이론서를 냈다. 2013년 겨울에는 ‘맛이 주는 감동을 디자인하다’라는 대중서를 통해 요리인, 외식업자,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맛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 맛을 연구하고 전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

 

♠ 원래 무슨 일을 하다가 맛을 비즈니스화하게 된 것인가

 

“원래 직장생활도 했고 영어교육사업 분야의 일을 오래 했어요. 영어교육을 직접한 게 아니라 경영지원분야의 일이었는데, 술 마시거나 골프를 치며 사람사귀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맛을 탐구하는데 시간을 집중했지요. 2008년에 책을 펴낸 이후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식가라 소문난 분들도 맛을 잘 모르는 것을 보고 놀랐죠. 그때부터 맛에 대한 것을 알리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 소개자료를 보니 맛에 대한 연극도 만들었다고 되어 있는데

 

“2010년에 ‘맛술사’라는 연극을 기획해서 2달 동안 공연을 올렸지요. 내용은 세계 요리대회에 나가는 요리사들이 산 속에 들어가 맛 훈련을 하고 전설의 맛을 찾는다는 것이었죠. 연극으로 상당부분 돈을 까먹었지만, 연극을 통해 음식의 맛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 역시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어느 케이블 방송에도 출연할 계기가 있었어요. 100년된 식당을 찾아가 맛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인데 다른 평가자들이 5점 만점에 5점을 주었지만, 나는 3군데의 식당에서 모두 4점을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맛을 하는 사람이 만점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그 100년된 식당들이 제 취향에는 굉장히 맞고, 상당히 가치있는 요리들을 내어놓았지만 대중성 면에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어요. 맛이 담백해 미식가들은 좋아할 음식이지만 일반대중들이 좋아할 맛이 아니었어요. 추상적인 표현만으로는 음식과 음식, 식당과 식당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애매하고요.”

 

¶ 75가지 항목, 객관적 지표로 맛을 표현한다

 

♠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맛을 설명하고 풀어내는가

 

“제가 모 전문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학생들에게 실습 과제를 줄 때 체크리스트를 들려서 내보냅니다. 그 때 체크하는 항목이 75가지예요. 그리고 체크방법도 한 가지 종류의 음식을 5번 먹으며 먹을 때마다 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하지요. 그렇게 평가하면 제 3자가 봐도 맛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얻을 수 있어요.”

 

♠ 하지만 그런 방식도 결국은 개인적인 취향에 쏠리기 마련인데

 

“그래서 음식을 먹어보기 전에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서도 15단계로 나눠서 체크하게 하지요. 그 과정에서 평가자의 오감에서 취약한 부분, 강한 부분이 동시에 체크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체크하게 되면 이 지표의 평균값을 통해 맛에 대한 분석이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연구했어요. 그리고 75가지 항목은 200가지나 300가지로 더 세분화할 수 있어 맛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세밀한 측정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통계전문가의 검증을 받아보았는데 신뢰도 기준을 높게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embed]https://youtu.be/cSk3wI8-KTM[/embed]

동영상: 식품조리학과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 공개! "김밥 한 쪽의 맛을 표현하라!!

 

♠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창업이나 창직과 연결되는가

 

“프랑스의 ‘미슐랭’이나 미국의 ‘자갓서베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음식점이 해당 평가를 거쳐 세계적인 음식점으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선진국의 경우, 맛과 관련한 직업이 고소득을 올리는 유망직종으로 알려져있다고 해요.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식문화도 발달하는데 요리에 대한 관심이 미식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과정을 똑같이 거쳐가고 있다고 보여져요. 게다가 요즘 한식이 한류를 일으키고 있고, 한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 그래도 아직까지는 맛 전문가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맛 평가사’라는 업종 자체가 생소하긴 하지만 음식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요리사, 관련한 교수요원, 외식프랜차이즈 종사자들. 일단 요리를 내놓는 사람부터 자신의 요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가 미슐랭이나 자갓서베이와 같은 엠블럼 비즈니스를 하려해도 객관적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수준높은 ‘맛 평가사’가 필요하죠. 다행히도 그동안의 연구활동과 저술, 강연활동이 알려지며 한국능률협회와 ‘맛 평가사’ 교육과정과 강사양성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국능률협회 측이 신직업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맛 전문가를 양성한다는게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죠. 미래의 유망직업이라는 의미니까요.”

 

‘창업토피아’ 본격 연재의 시작인 ‘맛 평가사’ 편을 읽어보신 독자 여러분! 혹시 지금 ‘맛 평가사’가 유망 창업아이템인지 아닌지에 대한 추가설명을 원하고 계시는가 본 시리즈에서는 그런 설명이나 평가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지난 첫 회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창업도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의 사이클을 이어간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망 창업아이템임을 인지했을 때는 성장기 후반과 성숙기 초반을 지나가고 있는 시기로 이때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않아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비즈니스 쇠퇴기에는 안전한 폐업과 새로운 창업을 준비해야하는 시기다. 창업과 동시에 폐업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창업은 없다. 따라서 유망창업아이템의 분석보다 다양한 창업사례와 창업자 유형을 살펴보며 자신의 창업에 맞는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新직업 '맛 평가사' - 창업과 창직, 두 분야로 응용하라

 

사족일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조기형 대표가 하고 있는 작업이 과연 창업이냐, 창직이냐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맛 평가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의 영역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창직(創職)’에 해당하는 일이다. 한편 그가 창업한 것은 맛을 연구하고 교육하며 관련도서를 저술하는 자신의 사업체인 ‘지오 맛 아카데미’라는 점이다. 그의 창업, 창직과정을 응용하려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아닐까

 

첫째로 맛에 대해 특화된 ‘맛 평가사’ 자격을 통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창업이 무엇일까 맛집 블로거로서 다른 블로거들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 프랜차이즈 업체 수퍼바이저로서 각 점포가 브랜드의 고유한 맛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가 이를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체험학습이나 방과후학교에 활용할 수 있는가

 

둘째로 조기형 대표가 맛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듯 나에게만 있는 탁월함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R&D 투자를 할 수 있는가 어떤 형태로 창업 또는 창직을 할 수 있을까 조기형 대표는 20년간 인내하며 R&D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관련한 저술활동과 강연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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