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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만만치 않은 프로의 벽 실감한 롯데 김진욱의 데뷔전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4.10 12:39 의견 0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선수 (사진 출처=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롯데가 미래 에이스로 기대하는 대형 신인 김진욱이 프로 1군 경기에서 그 모습을 보였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한 김진욱은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남긴 투구를 했다. 4월 9일 롯데의 올 시즌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김진욱은 5이닝 6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6실점의 다소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그의 아쉬움은 팀 패배로 연결됐다. 롯데는 키움에 2 : 7로 패했다. 김진욱은 프로에서 첫 패전을 기록하게 됐다.

롯데의 홈 개막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김진욱의 선발 등판은 그에 대한 구단의 기대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었다. 김진욱은 고교시절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만한 역량을 보였다. 롯데는 신인 2차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는 고민 없이 그를 지명했고 3억 7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안겨주었다. 팬들 역시 고교시절부터 그에게 롯진욱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큰 기대감을 보인바 있고 그의 입단을 크게 반겼다.

롯데는 입단 이후 김지욱을 각별히 관리하며 프로 적응을 도왔다. 2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김진욱은 구단의 기대 이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투수의 투구를 분석하는 시스템에서도 김진욱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범경기 전격적으로 1군에 합류한 김진욱은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올 시즌 이닝수를 제한하기로 한 롯데는 그 한정된 옵션을 과감히 홈 개막전에 사용했다.

큰 기대 속에 나선 데뷔전이었지만, 그 상대는 강타선의 키움이었고 상대 선발투수는 키움 에이스 요키시였다. 프로 첫 선발 등판하는 신인 투수에게는 다소 버거운 상대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 분위기는 롯데가 우위에 있었다. 롯데는 강점이 있는 홈경기였고 주중 NC와의 3연전을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했다. 많은 볼넷과 몸 맞는 공이 난무하는 다소 아쉬운 내용이었지만, 뜨거운 팀 타선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지역 라이벌과 대결 우위는 의미가 있었다.

롯데와 상대하는 키움은 KIA와의 주중 3연전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2번의 연장 승부에서 패했고 전날 경기에서도 9회 초 마무리 오주원이 무너지면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그 과정에서 마운드 소모가 극심했다. 개막 2연전 연승 후 3연패에 빠진 키움은 홈구장인 고척에서 부산 사직 야구장까지 긴 원정길을 올라야 했다. 연패의 분위기에 긴 이동까지 심신이 피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위닝 시리즈 후 창원에서 부산으로 비교적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체력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 롯데는 선발 투수 김진욱이 어느 정도 대등한 선발 대결을 한다면 중반 이후 흐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 경기 초반 김진욱의 신인다운 패기로 키운 타선을 압도했다. 키움은 좌투수 김진욱을 상대로도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를 대거 배치하며 기존의 라인업 틀을 깨지 않았다. 이런 키움을 상대로 김진욱은 1회와 2회 각각 3타자로 이닝을 끝내며 무난한 투구를 했다. 키움의 4번 타자 박병호를 포함해 3개의 탈삼진도 있었다. 140킬로 중반에 이르는 직구는 위력적이었고 주 무기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다. 각도 큰 커브도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3회 초 김진욱은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2사후 볼넷 2개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김진욱의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이정후를 상대해야 했다. 볼넷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김진욱은 정면 승부를 했지만, 이정후는 그의 직구를 3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이어 나온 박병호 역시 적 시 안타를 때려내며 김진욱은 3회 초에만 4실점했다. 키움 중삼 타선을 앞두고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경기 운영이 아쉬웠다.

이후 김진욱은 4회를 무난히 넘겼지만, 5회 초 키움 김혜성과 박병호에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을 더했다. 결국, 김진욱은 5회를 채우긴 했지만, 6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몰렸다. 야수들의 지원이 절실했지만, 롯데 야수진은 위기의 신인을 구하지 못했다.

롯데 타선은 키움 에이스 요키시에 완벽하게 막혔다. 주중 3연전에서 뜨거웠던 롯데 타선은 급격히 식었다. 요키시는 공끝의 변화가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로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롯데는 좌투수가 대비한 라인업으로 나섰지만, 요키시의 투구가 워낙 뛰어났다. 요키시는 7회까지 큰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주는 에이스 다운 투구였다.

롯데는 그가 마운드를 물러나고 승부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 2득점하며 완봉패를 면할 수 있었다. 롯데 타선은 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공략 해법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5회 초 실점 과정에서 수비마저 흔들리며 신인 투수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김진욱은 프로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끼는 데뷔전이었다. 키움은 타자들은 그의 보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고 이정후, 박병호는 패기로 맞서는 신인에게 결정적 안타를 때려내며 강타자의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박병호는 KIA 신인 투수 이의리에게 2점 홈런으로 때려내며 그의 데뷔 전 승리 투수 가능성을 사라지게 했고 김진욱을 상대로도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했다.

여기에 김진욱은 1회와 2회 빼어난 투구를 한 이후 3회부터 구위가 다소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렸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구위가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다. 매 이닝 기복도 있었다. 이는 시범경기에서도 보였던 문제였다. 또한, 힘만으로는 프로의 타자들을 낼 수 없을 느끼게 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1회와 2회에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투구가 통했지만, 그 이후는 그렇지 않았다.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긴 이닝을 투구할 수 있는 경기 운영이 필요함을 절감하는 경기였다. 한편으로는 흔들리는 신인 투수를 잘 리드할 수 있는 포수와 코치진의 역할이 아쉬운 경기이기도 했다. 3회 초 김진욱이 난조를 보이는 시점에 보다 적극적인 리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진욱은 패전을 기록하고 내용에서 보완할 점이 보이긴 했지만,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임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리그 최고 레벨의 선발 투수인 요키시와의 대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다. 이정후, 박병호가 있는 키움 강타선과의 대결은 남은 시즌을 앞두고 좋은 예방주사의 효과가 있었다. 롯데 역시 팀의 패배와 앞으로 팀의 미래가 될 신인 투수에게 소중한 경험을 맞바꾸면서 큰 학습효과가 있었다. 올 시즌 김진욱의 투구 이닝을 제한하려 하는 롯데로서는 그를 불펜으로 활용해 투구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의미 있는 경기였지만, 경기 내용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롯데였다. 롯데는 여러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시즌과 같이 치열한 시리즈를 치른 이후 그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보였다. 주중 3연전 3연패를 당한 키움이 충격을 딛고 더 큰 집중력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연패를 끊는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이었다. 김진욱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즌을 시작하고 있는 롯데에게도 무거운 과제가 던져진 홈 개막전이었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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