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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옥수고가 공공예술 프로젝트 - ‘혼자 또 같이’의 놀이 공간을 선보여

박종민 기자 승인 2021.10.20 12:27 | 최종 수정 2021.10.21 09:53 의견 0

유쾌한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옥수고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안전한 야외공간에서의 쉼과 놀이를 예술 프로젝트로 선보였다.

옥수역 고가 하부에 있는 옥수역 광장은 주민들의 쉼과 놀이가 가능하던 공간이지만, 코로나19로 이 야외공간은 광장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아무도 찾지 않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셧다운(Shutdown)은 비단 가게와 식당 등 실내 공간뿐만 아니라 공원, 광장, 놀이터와 같은 야외공간까지 이어졌다.

이에 만아츠 만액츠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야외활동과 광장의 기능을 되살릴 방안이 무엇일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람과 공간을 만날 수 있을지를 공공예술로 풀었다.

옥수역 광장에서 진행한 3개의 공공예술 작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에 적합한 야외공간 활용과 대안적인 놀이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정크하우스 작가의 ‘옥수 안락’은 안전한 거리를 두고 혼자 또는 두세 명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공간을, 젤리장&태슬남 작가의 ‘무브 모어’는 광장의 동선을 다변화해 움직임을 끌어내는 놀이 방식을 보여준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축소된 일상의 공간에 주목한 주혜영&베일리홍의 ‘다리 밑 신기루’는 QR 코드를 통해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안무 영상을 선보이며, 온·오프라인을 연결한다.

정크하우스 작품 ‘옥수 안락’을 이용하는 시민 (만아츠 만액츠 제공)


①옥수안락 OKSU COMFORT

아티스트 정크하우스의 옥수 안락은 야외에 있는 1인용 개인 공간을 구현한 6점의 모듈이다.

작업은 코로나19로 집이나, 좁은 방 안에서의 격리를 경험 혹은 목도한 이후 많은 사람이 야외활동의 소중함과 개인 공간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게 된 것에서 비롯됐다.

옥수 안락은 안전한 쉼과 놀이가 가능한 공공공간, 광장의 개념을 실험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머무르는 것에 대한 공포감과 실내에서 갑갑한 기분을 해소할 수 있는 ‘공공 개인벤치’를 제안한다.

1인이 앉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옥수 안락 각각의 유닛은 잠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 벤치이자, 해먹처럼 편한 자세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능성을 지닌 곳이다.

이는 다중이 이용하는 야외 공공장소들이 지닌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고안됐다. 각 모듈은 가로, 세로 약 2m 정도의 개별 공간으로 제작돼 물리적인 거리 두기가 쉬우며 1인만 입장·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인만 쓸 수 있도록 공간을 구획해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했다. 철제 프레임으로 구성된 이 개인용 공간들은 스트링을 활용한 펜스로 구분돼 개방과 폐쇄의 중간 형태로서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주면서도, 물리적으로 통풍이 되도록 설계됐다.

펜스와 스트링은 아티스트의 작업에서 주요 소재인 도시의 유기적 형태들을 선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각각의 모듈이 단독으로 설치되는 경우도 있으나 2인, 3인이 일정 거리를 두고 함께 자리하도록 배치해 동행인들 사이에서도 ‘안전한’ 대화가 쉽도록 했다.

더불어 전체 유닛의 위치는 광장의 중심을 비워 두고 외부에 놀이와 쉼이 가능한 기능을 설치해 둔다는 발상을 통해서 원형의 순환적인 공간을 제시해 적정한 거리에서 이용자들 간 시선이 서로 마주할 수 있도록 고안돼 따로 놀면서도 ‘함께 있음’의 감각을 제공한다.

젤리장, 테슬남 ‘무브모어’ 작품을 즐기는 현장 (만아츠 만액츠 제공)

②무브 모어 MOVE MORE

51개의 모듈을 일시적으로 설치하는 ‘무브 모어’는 옥수 광장의 동선을 다변화시켜 시민들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놀이 방식을 제안한다.

팬데믹으로 공공장소 내 야외활동이 축소되고,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면서 신체적인 움직임이 줄고 있다. 야외에서 적당한 신체 활동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는 시점에서 무브 모어는 동네의 작은 광장의 활용에 주목한다.

아티스트 젤리장&태슬남은 옥수 광장에 51개 목재 구조물이 가로질러 설치하고, 존치 기간 주기적으로 모듈의 위치와 배치를 변화시킨다.

하나의 긴 선형 배열로 시작된 설치는 두 번의 ‘무브모어 액션’을 통해 평상과 같은 형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모듈 패턴으로 광장의 동선이 다채로워지고, 이를 통해 이용자인 주민들이 대하는 공간의 장면들도 다양해진다.

무향 무취의 네모난 광장은 가로지르면 금방 지나치게 되는 크기의 공간이지만, 무브 모어를 통해 잠시 걸음을 늦추고 새로 생겨난 동선을 따라 걸으며 ‘광장 산책’을 하게 된다.

이번 작업에서 모듈이 조형적 예술품으로써 시각적으로 기능하거나 확정된 쓰임을 제시하기를 지양한다.

목재를 쌓아 올린 형태의 모듈에는 정해진 기능이 없기에 누군가에겐 벤치 혹은 계단, 작은 의자나 운동 기구로 보일 수 있고 혹은 광장에 놓인 단순한 장애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광장에 놓인 51개의 모듈과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민, 그리고 아티스트가 주기적으로 변형하는 모듈의 움직임이 상호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동선 자체를 제시하는 것, 더 나아가 광장을 지나는 모두와 자유롭게 호흡하며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작업의 궁극적 의도이자 의미다.

아티스트 주혜영&베일리홍의 ‘다리 밑 신기루’ (만아츠 만액츠 제공)


③다리 밑 신기루

1년에 한두 번 국내외 여행을 하던 일상에서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극적인 변화와 축소된 공간 앞에서 우리는 심리적인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고, 신체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다리 밑 신기루’는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물리적·심리적으로 축소된 공간성에 주목하고, 물리적 장소의 이동 대신에 벤치 한 편이나 좁은 방 안 등 일정 장소에서 여행과 해방에의 간절함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아티스트 주혜영&베일리홍은 자유로운 이동과 경험을 갈구하던 일상과 심리를 몸의 움직임과 사운드로 그려낸다.

1분 안팎의 짧은 영상 4점으로 구성된 이번 작업은 ‘방 안’, ‘고가 아래’, ‘동쪽으로’, ‘ISS(국제우주정거장)’라는 각각의 테마로 구성되며, 답답한 칩거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와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걷기의 움직임, 이국적 휴양지로의 여행이 주는 설렘, 우주여행으로의 상상 등을 담아낸다.

광장 곳곳에 숨겨진 QR 코드 4개는 온라인 웹사이트 내 영상으로 연결된다.

준비된 영상은 앉거나 제자리에 서서 할 수 있는 동작 등 작은 공간에서의 간단한 안무로 구성된다.

옥수고가 아래 옥수 안락이나. 무브 모어의 모듈 등 광장 어귀에서 영상을 따라 움직이면서, 옥수고가 아래에서 잠시만이라도 다른 공간, 다른 시간으로 이동해 잃어버린 일상을 재고하고 우리의 상실감을 다독여볼 수 있기를 바라며, 보는 이에게 우리의 염원과 현실을 위트 있게 드러내면서 잠시나마 ‘심리적 스트레칭’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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