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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개막 10연승 그리고 놓치지 않았던 1위, 정규리그 우승 SSG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2.10.06 14:49 의견 0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 역사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우승의 역사를 썼다. SSG는 10월 4일 2위 LG가 KIA에 패하면서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SSG는 10월 3일 최하위 한화에 일격을 당하며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추격자의 패배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SSG의 우승은 '와이어 투 와이어', 시즌 내내 1위를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역대 KBO 리그에서 이런 우승을 이룬 팀을 없었다. SSG는 시즌 개막 후 10연승으로 선두에 올랐고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레이스 시작과 함께 스퍼트를 해 그대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과 같은 SSG의 올 시즌이었다.

SSG의 우승은 여러 가지 긍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신. 구의 조화와 함께 투. 타의 안정감을 시즌 내내 유지했다는 점이다. SSG는 최근 인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베테랑들의 기량을 극대화하고 그 속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공존을 모색했다. 최근 프로야구 흐름이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베테랑들을 전력에서 배제하고 그 자리를 젊은 선수들로 채워 세대교체와 함께 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SSG는 그렇지 않았다.

SSG의 1군 라인업에는 다수의 베테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내야진에서는 베테랑 김성현이 돋보인다. 그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는 박성한에게 내줬지만,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팀이 필요할 때마다 그 포지션을 소화하며 주전들의 체력 안배와 선수 기용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그가 필요할 때 내야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면서 SSG는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주전 2루수 최주환이 조정기를 가질 수 있었고 젊은 내야 유망주들이 부담을 덜고 기량을 발전시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외야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추신수와 함께 여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강민 두 40대 선수들이 활약했다. 추신수는 SSG의 테이블 세터진을 든든히 지키며 높은 출루율과 장타 생산력을 유지했다. 현대 야구에서 중요시 하는 OPS 히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추신수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팀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했다. 후반기 SSG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다 부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추신수의 부상 공백을 드는 이들이 많았다.

또 한 명의 40대 외야수 김강민은 타격에서 과거와 같은 파워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타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고 득점권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수비는 여전히 리그 최상급의 기량이었다. 백업 외야수였지만, 공. 수에서 김강민은 여전히 그 존재감을 보였다. 과거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팀과 함께 하며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고 풍부한 경험도 팀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 중 김성현과 김강민은 타 팀에 있었다면 구단의 정책에 따라 전력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적절한 역할을 부여받았고 충실히 그 역할을 해냈다. 이들은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충실히 제 역할을 하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예를 이들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는 외부에서 영입한 베테랑 투수들이 전력에 큰 힘이 됐다. 대표적인 선수가 노경은이다. 노경은은 두산과 롯데를 거치며 될 듯하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아쉬움의 투수였다. 그사이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고 그는 자의반 타의 반 은퇴를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 올 시즌도 노경은은 현역 선수 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그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 영입됐다. SSG는 부상 선수들의 공백 등을 고려한 마운드 뎁스를 추가하는 차원에서 노경은을 영입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시즌 개막 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이후 호투를 이어갔다.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듯한 호투 속에 SSG는 박종훈과 문승원 두 부상 선수들의 재활에 한층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노경은과 함께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또 한 명의 베테랑 투수 이태양까지 선발 마운드에서 호투를 거듭하며 SSG는 김광현, 노경은, 이태양까지 베테랑과 신예 오원석이 가세하는 강력한 국내 선발 투수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지난 시즌보다 큰 발전을 보이며 리그 최상위급 투수로 거듭된 외국인 투수 폰트가 더해지며 SSG 선발진은 약적으로 질적으로 리그 최강이 됐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가 부진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노경은과 이태양은 이후 박종훈과 문승원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불펜으로 그 역할을 변경되고 필요할 때 선발 투수로 나서는 등 불규칙한 등판 일정에도 안정된 투구로 팀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특히, 노경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상황에도 2013 시즌 두산에서 10승을 거둔 이후 처음으로 시즌 10승을 넘어섰고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불펜 투수로서 높은 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노경은이 없는 SSG의 불펜진을 생각할 수 없다.

이태양 역시 그의 커리어 하이인 시즌 8승과 함께 프로 데뷔 후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이태양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얻은 FA 기회에서 장기 계약을 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이들과 함께 현역 은퇴 위기에서 벗어나 SSG 불펜진의 핵심 선수로 거듭난 베테랑 좌완 고효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고효준은 올 시즌 44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필요할 때 고효준은 가장 먼저 고려되는 좌완 불펜 투수다. 그는 수차례 은퇴 위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올 시즌 그가 전성기를 보냈던 SSG로 돌아왔다. 그는 연봉이 4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그 역할은 억대 연봉의 불펜 투수 못지않다.

이렇게 노경은, 이태양, 고효준은 SSG 불펜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타 구단에 있었다면 은퇴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SSG는 그들의 가치를 알았고 적절히 활용했고 능력치를 이끌어냈다. 이들 역시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SSG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올 시즌 내내 불안했던 SSG 불펜은 더 흔들릴 수 있었고 정규리그 우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런 베테랑들의 역할과 함께 요소요소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SSG는 더 강해지고 짜임새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었다. 유격수 박성한은 팀 내야진의 중심 선수가 됐다. 최지훈은 추신수와 김강민 두 베테랑들을 보고 배우며 공수주를 겸비한 중견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박성한과 최지훈은 SSG의 센터 라인을 책임지는 선수들이 됐다. 이 밖에 시즌 중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줬던 거포 전의산의 성장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렇게 선수단을 조합한 김원형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의 역할도 SSG 우승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SK 와이번스로 팀이 변화하는 시점부터 팀과 함께 했던 김원형 감독은 팀의 역사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에 다년간의 코치진 경험을 더해 팀을 잡음 없이 잘 이끌었다. 다수의 베테랑들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김원형 감독의 큰 형님 리더십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SK 와이번스 출신으로 대부분 구성된 코치진도 김원형 감독도 보조를 잘 맞추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이런 선수단에 프런트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힘을 더했다. SSG는 10개 구단 최고의 선수단 시설과 인프라를 갖췄고 이는 선수단의 사기를 드높였다. 구단주의 적극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전력 면에서도 SSG의 프런트는 적시에 외국인 선수 교체를 하면서 전력을 강화했고 팀 주력 선수들을 과감히 장기 계약을 하면서 선수들의 소속함을 강하게 하고 전력 누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SSG의 정규리그 우승은 선수와 코치진 프런트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잘 조화를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불안정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뒤집는 개막 10연승이 선수단의 자신감을 드높였고 그때 생겨난 승리의 관성이 시즌 내내 SSG를 지배했다. 이는 정규리그에서 시즌 초반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일이기도 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SSG는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SSG는 정규리그 1위로 충분한 휴식과 준비를 하며 한국시리즈에 대비할 수 있다. 현 전력도 단기전에 최적화되어 있다. SSG의 약점인 불펜 불안은 풍부한 선발 투수진의 역할 조정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다수의 베테랑들이 있다는 점도 단기전에 큰 힘이 된다.

이제 SSG는 누구도 하지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들의 압도적이었던 2022 시즌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현시점에서 SSG의 이런 희망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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