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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선전, 부끄럽지 않은 준우승 키움 히어로즈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2.11.11 14:20 의견 0

2022 프로야구는 개막 10연승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가 시즌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결정했다. SSG는 구단주의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야구팬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고 프로야구 인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렇게 SSG가 새로운 챔피언이 된 2022 시즌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박수 받을 수 있는 팀이 있다. SSG와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친 키움 히어로즈다. 키움은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서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KT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승리한 데 이어, 절대 열세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정규리그 2위 LG 마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이기며 한국시리즈에서 진출했다.

키움은 2014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었고 창단 첫 우승을 위한 도전의 기회였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 SSG는 강했고 키움은 계속된 포스트시즌 일정에 지쳐 있었다. 하지만 키움 선수들은 놀라운 투지를 발휘하며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쥐어짜냈다. 이런 키움의 기세에 SSG는 1차전을 내주며 어려운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한국시리즈는 거의 매 경기 접전이 펼쳐졌고 승부는 6차전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키움에게도 시리즈를 승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방전된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여기에 5차전과 6차전 결정적 수비 술책이 마운드에 부담을 더했고 경기 후반 아쉬운 역전패를 연속하며 정상 문턱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키움 선수들은 묵묵히 SSG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고 서로를 조용히 격려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패배는 분명 쓰라렸지만, 키움 선수들의 모습은 결코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고 후회 없는 포스트시즌을 했다. 우승은 아니었지만, 키움 선수들은 우승 팀 못지않은 박수를 받았다.


키움의 올 시즌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키움은 최근 수년간 구단 운영 전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코로나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에 부담이 더해졌다. 지속적인 전력 약화도 있었다. 시즌 전 키움은 확실한 하위권 후보였다. 그럴만 했다.

우선, 키움의 전력 누수가 상당했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거쳐 팀을 떠난 이후 팀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박병호가 FA 계약을 통해 KT로 떠났다. 박병호는 프랜차이즈 선수는 아니지만, 키움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꽃피웠고 리그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다. 박병호는 젊은 야구단 히어로즈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키움 팬들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다수의 주력 선수들을 FA 시장에서 떠나 보냈지만, 박병호만큼은 구단이 지킬 것으로 기대했다. 구단이 마음만 먹었다면 FA 계약도 가능했다.

하지만 키움은 박병호와의 계약에 미온적이었고 박병호는 KT의 제안을 받아들여 팀을 떠났다. 아쉬운 이별이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으로 FA 계약 보상금 등 막대한 금액을 구단에 안겨줬다. 박병호와 함께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조상우가 2021 시즌 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팀을 떠났다. 키움은 투. 타에서 큰 전력 손실을 안고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전력 누수는 시즌 중에도 있었다.

키움은 시즌 중 주전 포수 박동원을 KIA와의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다. 키움은 시즌 초반부터 예상외의 선전을 하며 상위권을 유지 중이었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동원의 트레이드는 보기에 따라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키움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박동원을 잡을 수 없다면 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때 트레이드 하는 선택을 했다. 키움은 그를 보내면서 전천후 내야수 김태진과 신인 지명권, 현금을 받았다. 분명 현실적인 판단이었지만, 뺄셈의 야구가 다시 재현되었다는 점은 키움 팬들에게는 씁쓸한 상황이었다.

이런 전력 약화에도 키움은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했다. 이정후 외에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타자가 없고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푸이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격력이었음에도 키움은 약화된 공격력을 잘 메우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한 떼 키움은 3위를 넘어 2위도 노릴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선수층은 시즌 후반기 체력적 어려움으로 이어졌고 팀을 지탱하던 마운드의 힘도 떨어지면서 키움은 더 이상의 순위 상승을 하지 못했다. 다만,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정규리그 3위로 와일드카드전을 치르지 않게 된 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큰 호재였다. 비교적 일찍 준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된 키움은 다소 여유를 가지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는 포스트시즌 선전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키움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의 치열한 승부를 이겨내고 KT를 넘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모든 면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LG를 넘었다. 이 과정에서 키움은 매우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과 함께 정규 시즌과 달리 타선이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열세 전망을 극복했다.

특히, 정규리그 2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1차전 패배 후 내리 3연승으로 시리즈를 그들 것으로 만들었다. 이미 마음은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로 향해 있었던 LG로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플레이오프 패배의 여파는 유지현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로 연결됐다.

키움의 기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키움은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SSG에 맞섰다. 키움 타선은 SSG의 가장 확실한 선발 투수 김광현에게 2경 연속 매운맛을 보여줬고 득점 기회에서 강한 집중력으로 SSG 마운드를 흔들었다. SSG는 자칫 키움의 기세에 밀려 시리즈 전체 운영이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SSG는 투. 타에서 베테랑들이 팀 중심을 잡으며 고비를 넘겼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의 우위를 보이며 키움의 기세를 잠재웠다. SSG는 우승의 영광을 안긴 했지만, 쉽지 않은 승부를 해야 했다. 반대로 뻔한 승부가 아니었던 탓에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빛날 수 있었다. 또한, 포스트시즌의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은 마무리됐다.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홍원기 감독은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3년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2021 시즌 부임 당시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던 그였지만, 2시즌 동안 팀을 안정시키고 강한 팀으로 만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홍원기 감독은 팀 전력을 극대화하며 명승부를 연출했고 호평을 받았다.

홍원기 감독이 장기 계약을 하면서 키움은 리더십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키움은 2019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내고도 장정석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계약이 불발되며 팀을 떠났고 2020 시즌 중에는 손혁 감독이 구단과의 갈등이 겹치며 시즌 중 경질되는 일이 있었다. 홍원기 감독 역시 구단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 그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실적과 능력으로 자신에 대한 우려를 털어냈다.

이와 함께 이정후는 20대의 나이지만, 올 시즌 타격 부분 5관왕으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또한, 팀의 확실한 구심점이자 간판 선수였다. 그의 리더십은 포스트시즌 내내 빛났다. 그는 한국시리즈 패배가 확정된 6차전에서 실망한 선수들을 위로하는 등 성숙된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의 리더십은 외국인 타자 푸이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인 중 하나였다. 명성과 달리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던 키움의 구성원으로 완전히 자리한 이후 점점 기량을 회복했고 포스트시즌에서 중심 타자로서 큰 역할을 했다. 푸이그 역시 키움 그리고 KBO 리그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푸이그의 변화는 키움 선수단이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케미가 존재하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매 시즌 주력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재정적 어려움이 상존하는 구단 상황, 그 속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지 못한 비인기 구단이라는 한계를 키움은 성적으로 극복했다.

최근 10년간 키움은 대부분 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비호감 구단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지만, 선수들은 그런 외적 변수에 굴하지 않고 하나로 뭉쳤고 키움은 확실한 강팀이 됐다. 이미 키움은 3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그것 만으로도 키움 선수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바꿔 말하며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키움의 구단 상황이 극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키움은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기대할 수 없고 있는 선수를 지키기도 버겁다. 팀의 간판타자인 이정후도 내년 시즌 후 포스팅 자격을 얻으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키움 팬들은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키움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내부 육성을 통해 강한 전력을 만들며 버티고 또 버텼다. 올 시즌도 키움은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버티고 또 버티며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충분히 평가받아야 하는 결과다. 키움의 지속적인 성과는 프로야구도 충분히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큰 가치가 있다.

한편으로는 파행적인 구단 운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단에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앞으로 키움 히어로즈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와 열정의 팀이 아닌 보다 나은 환경에서 외적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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