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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공유경제 (sharing economy)(下)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78)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10.23 22:50 의견 0

◇ 한국 교회는 왜 공유경제를 해야 할까?

한국 교회로 돌아가 보자. 한국 교회는 대부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일부 교회는 투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교회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교회 재산이 증식되는 것은 객관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교회라면 증식된 재산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개발도상국 선교를 통해서 교육, 복지 등의 혜택도 이전해 주기도 한다.

단, 정상적인 교회 활동을 전제로 할 때 그렇다. 현재 교회의 재산은 긍정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우선 교회 재산의 대부분은 교회 성도들을 위 한 복지 차원으로 사용한다. 헌금을 내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래서 모든 교회부서는 교회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다. 특히, 성인 이전의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진다(교회의 교육 부서는 학생들에게 수련회비 등을 거의 받지 않는다. 과거 30년 전에 교회학교를 경험했던 필자에게 무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필자는 단 한 번도 무료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년층이 활동하는 부서는 많지 않지만, 활동의 장려를 위해 지원한다. 그리고 교회 재정 지원의 영역은 교회외로 확대된다.

종교 영역이 아니라 문화 영역에 포함될만한 교회가 등장하고 있다. ‘노마디즘’이 유행일 때 규모가 크지 않은 교회 중 일부는 교회 건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매주 철마다 아름다운 물, 산, 들로 찾아다니면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관리비도 들지 않고, 많지 않은 성도의 교제도 더 친밀감 있게 할 수 있으니,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 실험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교류와 신앙활동을 유지 할 수 있는 시공간이 필요한 경우 문제가 생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유동적인 대체 계획이 필요하며, 예배 목적보다는 여행이나 교제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인원이 증가할 경우 다양한 버전의 조직이 필요하다. 물론, 성도 수를 100명 이내로 제안한다면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마드 교회는 이색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지 보편적인 교회로 자리 잡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색적인 교회가 출현한 이유가 교회 운영의 문제 때문이다.

교회는 많은 공간과 자원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원들은 대부분 1주일 중 오직 하루를 위해 진열돼 있을 뿐이다. 교회는 청년들이 줄고, 고령화되고 있어서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교회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폭포수와 같은 대형 교회의 자본도 어느 순간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에 내놓은 것이 많지 않은 지금, 교회가 몰락한다고 해서 동정할 사회적 여론은 존재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현재 교회의 자원은 사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관리자들한테는 편할 수 있지만, 그 활용이 저조하면 시간이 갈수록 낡아지고 사용하기 힘들어지면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저조한 활용을 경험했기에 새로운 기기로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공간, 기자재, 자동차 등 교회의 자원은 대체로 거의 방치된 상태이다.

그런데, 방치의 이유가 관리를 위함이다. 물건은 사용해야 하고, 낡으면 교체하고,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면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것을 구입해서 낭비하자는 건 아니다. 있는 물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많은 사람이 사용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공간, 기자재, 자동차 등을 공유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평판을 얻을 수 있고 파생하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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