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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드는 예산 - ‘국민참여예산’을 아시나요?

2019년 예산안 약 928억 원 반영...지속적인 관심 중요

이연지 기자 승인 2019.03.25 11:17 | 최종 수정 2019.07.16 17:46 의견 0

국가 예산 결정 과정에 국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전 세계에서 국가 재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국민참여예산’ 시행을 앞두고 2018년 예산안부터 국민이 참여해 결정한 예산 6가지가 시범 운영되기도 했는데요. 본격적인 시행은 올해부터 사용되는 2019년 예산안부터입니다.

이를 위해 2018년 1년간 예산안 제안 및 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총 38개 사업에 대한 928억 원이 2019년도 예산안에 반영됐습니다.

 

국민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제도이지만, 아직 시행 초기이다 보니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민이 직접 참여를 해야 하는 제도인 만큼 많은 분들이 이 제도를 알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올해도 2월 13일부터 국민제안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아직도 생소한 ‘국민참여예산제도’가 무엇인지를 알려드리고, 국민제안이 어떻게 예산에 반영되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산제도

‘국민참여예산’은 국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심사한 뒤, 어떤 정책을 반영할지 결정해 다음해 예산을 책정하는 제도입니다. 국가 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죠.

 

보통 정부에서 실시하는 정책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질 때 ‘탁상행정’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요. ‘국민참여예산’은 국민들 스스로 실생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들을 제안하기 때문에 이런 탁상행정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국민참여예산’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꽤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습니다. ‘주민참여예산’은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며 주민참여제도를 의무화함에 따라 전국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제도가 국가 단위로 확대되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참여예산’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진행되는 지자체 사업의 예산이라는 좁은 범위이라면, ‘국민참여예산’은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예산 사업 참여입니다.

¶ 예산 사업 제안부터 결정까지 1년의 기간 소요

‘국민참여예산제도’는 약 1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① 3~4월에는 국민들로부터 사업을 제안 받습니다. 2018년의 경우,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https://www.mybudget.go.kr)를 개설한 다음 한 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1,206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2월 13일~4월 15일로 지정되었습니다.)

 

② 4~5월에는 정부의 각 부처에서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각각의 사업 아이디어의 적격여부를 심사한 후 사업이 실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짭니다.

 

③ 6~7월에는 ‘예산국민참여단’을 조직해 각각의 사업을 논의해 평가한 후, 일반 국민 1,000여명의 선호도 조사를 거쳐 사업과 예산을 선정합니다.

‘예산국민참여단’은 성·연령·지역의 대표성을 기준으로 해 통계적으로 추출한 300명으로 구성됩니다.

 

④ 8월에는 재정정책자문회 논의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 예산안이 확정됩니다. ‘예산국민참여단’이 확정한 사업과 예산안이 여기에 반영되는 것이죠.

 

⑤ 9~12월은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대한민국 국가예산 전부를 심의하고 확정하는 시기입니다. ‘국민참여예산제도’도 이 과정을 거쳐야 최종 확정되고 집행할 수 있게 됩니다.

▲ 국민참여예산제도 운영절차 ⓒ 2018 국민참여예산운영보고서 中

 

¶ 규모와 범위는

‘국민참여예산’이 시범도입된 2018년 예산부터 살펴보면, 여성안심 임대주택 공급, 농촌지역 일손부족 해소, 재택·원격 근무 인프라 지원, 365일 24시간 일자리 상담, 어린이집 등·하원 자동 알림, 농어촌 폐건전지 수거함 설치 총 6가지 사업에 422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첫 도입된 2019년 예산안에는 총 38개의 사업, 928억 원이 확정되었는데요, 그게 생활밀착형 사업과 취약계층 지원사업으로 구분됩니다. 미세먼지 저감, 생활안전, 일자리 등 사회의 관심이 높은 생활밀착형 24개 사업에 746억 원이, 장애인 지원 등의 취약계층 관련 14개 사업에 138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 실생활에 밀접한 사업 두드러져

2018년과 2019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국민참여예산’은 실생활에 밀접한 부분에서 두드러짐을 알 수 있습니다.2018년 예산안에는 여성안심 임대주택 공급(356억 2,500만 원)이 가장 컸고, 2019년 예산안에서는 미세먼지 대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무려 총 4개의 사업, 385억 원이 반영되어 올해 예산집행중입니다.

지하철 역사 공기 질 개선을 위한 환기설비 설치, 노인·야외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 하는 등의 정책 등 최근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던 것에 비례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사업들이 적극 반영되었습니다.

 

①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조성사업 (300억 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산업단지 부근에 60ha 규모의 도시 숲은 조성하는데 3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인근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준다고 합니다. 숲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시화산업단지에 조성된 시화공단 완충 숲을 2018년 3월에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는 12%, 초미세먼지는 17%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② 미세먼지 대피 부스형 쉼터, 이끼 벤치 설치 사업 (4.9억 원)

 

또 미세먼지가 심한 날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부스형 쉼터와 이끼 벤치를 각각 20개씩 설치하는 사업도 시도합니다.

 

이끼 벤치의 경우 독일의 성공 사례가 있는데요. 독일의 그린시티솔루션이라는 회사가 도시에 나무를 심는 대신 이끼 벽을 설치한 벤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이끼가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질소와 같은 나쁜 오염물질을 정화해 주는 것인데요. 나무 275그루 분량의 공기 정화 능력이 나왔다고 해요. 2018년 10월에는 서울 마포구청이 국내 최초로 이끼 벤치를 만들기도 했죠. 벤치 외벽에는 공기 정화식물과 이끼가 있고 내부에는 공기정화기가 장착된 것인데 나무 105그루를 심은 숲 하나 만큼의 정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③ 민생 곳곳에 필요한 사업들이 속속 나타나

그 외에도 ▲전국 125개의 세무서에 영세납세자중소기업의 세금신고 지원을 위한 인력 250명운영, ▲아동급식 모니터링 매뉴얼 개발, ▲아동급식가맹 음식점(170개소) 위생안전시설 개선 지원, ▲인공지능(AI) 일자리 매칭시스템 개발로 개인별 맞춤형 고용서비스 제공, ▲지역주민 바다환경지킴이(400명) 활동 지원, ▲해양오염 감시 드론 8대 보급,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시외버스 18대 도입 및 터미널(9개소) 휴게소(4개소) 시설 개선, ▲민간건물(452개소)에 대해 남녀공용화장실 분리비용 지원, ▲장병들에게 일반 병영생활용 패딩 동계점퍼(3.6만 명) 지급 등의 정책이 있습니다.

▲ 국회에서 최종 호가정된 국민참여예산 사업 ⓒ 2018 국민참여예산운영보고서 中

 

¶ 이제 첫 발 뗀 ‘국민참여예산’ -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있어야

‘국민참여예산’은 정부가 하던 재정 배분에 국민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인 직접민주주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납세자인 국민이 스스로 세금이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주민참여예산’이 처음 실시되었을 때도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좋은 제도라는데는 공감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함께 나왔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한 예산에도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데, 국가예산에 대한 시민참여가 실효성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입니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예산 이해도’에 대한 우려, 시민 무관심으로 이익집단이나 소수 개인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정적 시각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 제도에 대해 알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참여예산’도 이제 막 첫 발을 뗀 것이기에 사업제안과 예산편성에만 화제를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예산안에 반영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됐는지까지 지켜보고 감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두 돌을 맞게 될 국민참여예산. 2020년 예산안에는 더 나은 정책들이 제안되고 예산에 반영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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