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너가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나무라지 않을거야. 누구나 각자의 종교를 가지는 것은 자유이거든.”
새학년 담임인 현자 선생님은 인상이 참 좋아 보였다. 그녀는 3살 된 아들을 가지고 있었고 수국사의 주지 스님의 손녀였다. 현자 선생님은 첫 수업 내내 종교의 자유에 대해 강조했고 자신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며 세상에서 사람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우리들에게 가르쳤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정조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조는 늘 가장 나중에 집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교문 밖에 바로 자신의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교문에서 나오면 누구나 볼 수 있게 크게 걸린 교회 간판 아래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끄러웠다.
하교 길 정문 앞에서는 여전히 전도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빠, 나 배고파요.”
정한이는 힘이 없는 아들 정조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새 학기 첫 시간 어땠니 하나님이 너를 통해 반 아이들 모두 예수를 믿게 하실거야. 너는 우리 교회의 희망이야.”
“휴... 저 배고프다구요.”
“아빠는 지금 저녁 예배 성경공부 설교를 준비하고 있단다. 엄마가 아르바이트 일 끝나고 오셔서 맛있는 두부 반찬 해 주실거야.”
“두부 저 두부 싫어요.”
“왜 두부가 싫어 두부가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인데. 아무튼 아빠도 배가 고프니까 엄마를 조금만 기다려보자. 너도 이제 씻고 오늘 읽어야 할 분량의 성경을 읽으렴. 아빠는 정말 오늘 중요한 성경공부가 있어서...”
“정조 벌써 왔니
엄마 은혜가 곧 들어왔다. 그녀는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4시까지 쇼핑몰의 주차장 알바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자녀들의 밥을 해야 했고 저녁에는 사모로서 예배에 참석하여 누구보다 큰 소리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정한의 교회는 매일 저녁마다 예배가 있었고 성경공부 시간이 있었다. 성경공부 때 정한은 준비된 설교를 했다. 정한의 하루 대부분은 저녁에 할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설교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달란트라고 생각했다.
“성부, 성자, 성령이 여기에 모인 우리 모든 성도들과 가정 위에 함께 있을지어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 10시에 예배는 끝이 났다. 참석 인원은 사모 은혜, 아들 정조, 딸 정혜, 전도팀 5명 중 3명, 집주인 장로님 이렇게 총 7명이었다. 늘 이 인원이 모였다.
“아빠, 엄마 나 짜장면 먹고 싶어요.” 정조가 말했다.
“아까 맛있는 두부에 저녁 밥 먹었잖니 왜 이렇게 말썽을 피우는 거야. 방금 예배를 통해 영의 양식을 먹었잖니.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동물이 아니란다.”
“좋은 밤 되렴.” 내일 새벽예배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정한과 내일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은혜는 아들 정조와 딸 정혜가 빨리 잠을 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밤 11시가 되자. 정조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듣지 못하게 혼잣말로 자기 자신에게 속삭였다.
“해피 벌스데이 투유. 정조! 꿈에서나 짜장면을 신나게 먹어보자. 아빠 엄마가 사랑해줘야 할 사람은 나 말고도 아주 많거든.”
아빠 엄마의 방에도 불이 꺼졌다.
[칼럼니스트 이민우 / 마곡 生글독서논술학원장 , 세상의벗교회 목사]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