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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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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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은 2박3일 기도원 일정을 마치고 내려왔다. 그 기도원은 양평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을 내려오며 지나치지 않을 수 없는 한 곳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회로 유명한 명학교회 라는 곳이다. 명학교회의 한수팔 담임목사는 우리나라 교계(종교와 관련된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정한은 그곳을 애써 외면 한 채 차를 몰았다.
“집에 정말 안 들릴 거니”
문자 메시지였다. 정한의 어머니로부터 온 메시지다. 그렇다. 정한은 명학교회의 정수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수팔 목사는 오래 전부터 아들에게 명학교회의 담임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한은 그 자리가 싫어 외면한 채 집에서 나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개척교회를 하고 있었다.
“너는 아직도 그렇게 사니 세습이 뭐가 부끄러워서 그래... 우리 교회는 이미 절차상 준비를 마쳤다. 총회법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번에 결론이 나왔어. 이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야. 오히려 십자가 지는 자리이지.”
어머니의 문자를 받고 지나칠 수 없어서 집에 잠깐 들린 정한은 또 다시 아버지의 반복적인 훈계를 들어야 했다.
“그래. 네 아버지 말씀이 맞다. 네 사모랑 얘들도 생각해야지!”
정한의 어머니는 늘 가족이 우선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통해 정한을 설득했다. 어머니의 마음은 다 같을 거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문제 중 하나는 세습입니다... 100명, 200명 정도의 교회에서는 세습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엄청난 부와 권세를 가진 대형교회가 왕실처럼 대를 이어가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대를 이어 자식에게까지 물려주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정한은 평소에 존경하던 작은명성교회 김상한 목사님의 설교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 “그래... 나는 정직한 목회를 할거야... 세습은 죄야...”
[칼럼니스트 이민우 / 마곡 生글독서논술학원장 , 세상의벗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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