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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15편: 새로운 조국을 등장시켜라

조인 작가 승인 2020.02.24 23:06 의견 0

하나를 제거하면 하나를 등용시켜야 한다. 조국을 꿈꾸던 자를 제거했으니, 이 정도 존재감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측근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로부터 공에 따른 포상은 중요했다. 조선 시대 태종 이방원이 권력을 잡고 나름대로 공에 따른 포상을 했으나, 이에 불만을 품은 박포가 그의 형을 부추겨서 왕자의 난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잠재적 정적을 제거했으니 당연히 측근을 세워줘야 한다. 

‘명분이 있어야 한다.’ 

권력의 수장은 근심이 가득하다. 자신의 심복을 장관으로 세워야 하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찌하면 좋겠나?” “검찰 개혁을 목표로 적임자로 세우면 어떨까요?” “그런데, 문제가 많지 않나?” “그만한 문제는 다 있습니다.” “음. 그렇긴 하지.”

얼마 후 새로운 장관 임명을 추진한다.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문제가 있어요.” “그 사람은 적임자가 아닙니다.” “왜?” “일단, 법조인이 아닙니다.” “법조인이 아니어서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더 문제는 현재 검찰총장보다 어립니다.” “나이가 문제 될 거 있나? 직책이 우선이지.” “아마도 총장이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거 같습니다.” “힘은 힘 앞에 무릎 꿇는 법이지.”

장관과 총장, 직책은 장관이 높지만, 사석에서는 총장한테 “형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공적으로는 장관이기에 총장한테 개혁을 명한다. 공과 사가 완벽히 구분돼 있지 않다면, 이런 인사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측근을 세워준다고 하더라도 이번 인사는 잘 못 된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새로운 장관은 법조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검찰 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크게 얻기도 힘듭니다.” “네? 검찰 권력이 유달리 크다는 걸 의원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검찰 권력이 휘두르는 칼에 맞는 사람은 일반 국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군요. 주로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이 그 칼에 맞아 휘청거리죠. 그래서 언론이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명분은 좋은데, 국민이 좋아할 만한 명분이 아니다. 

“장관이 임명되기 전에 좀 수를 씁시다.” “네. 어떻게요?” “장관 내정자 뒤를 좀 캐 보자는 거죠.” “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을 테니까요.” “특히, 자녀들 대학 입학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답이 나올 겁니다.” “네?” “그 자녀들이 대학 준비했던 시절에는 웬만한 집 아이들은 다 비정상적으로 합격했어요.” “입시 비리인가요?” “쓰앵님이라 불리는 코디네이터...엄밀히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죠.”

조국이라 자처하는 사람은 그 측근을 세우려 하고, 조국을 인정하지 않는 야당은 조국의 일방적인 권력을 저지하려고 한다. 둘 다 똑같은 부류인데, 어쨌든 현재 정권은 과거를 적폐로 거론하면서 우리는 다르다고 표방하면서 청산을 외치며 탄핵 국면을 활용하지 않았는가? 

서서히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말이 맞지 않았습니까?” “네. 캐 보니, 완전 부패 금광이 따로 없더군요.” “이제 장관 내정자 보내는 건 일도 아니지요.” “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까요?” “그럴 리가요? 최대한 비호 할 겁니다. 그런데, 국민 정서가 장관 내정자를 인정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 “아들, 딸 다 입시 비리와 연관이 있고, 그 역할을 부인이 했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이제 검찰이 나설 차례죠.” “검찰총장이 장관 내정자 선배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서 일이 더 쉬운 법입니다. 후배가 선배 목을 치려고 하는데, 우리 정서에서 그게 통할 법한 일입니까?” “그리고 현 검찰총장은 장관 내정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래 검찰은 말 없는 걸 좋아합니다. 말이 많으면 귀찮거든요. 원래 권력은 아는 사람이 적어야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장관 내정자는 과거부터 잠재적 권력의 입을 자처해서 떠들어 댄게 많아서 부메랑 효과가 대단할 겁니다. 차라리 아무 말이나 안 했다면, 이슈가 덜 할 텐데. 흐흐.” “자승자박이군요.” “그래도 끌어 내리는 데까지는 방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연일 장관 내정자의 문제가 기삿거리로 온 지면과 방송국을 휩쓸고 다닌다. 과거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온 벽에 붙여져 있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장관 내정자와 관련한 비리는 보이지 않는 벽보가 돼서 음성으로, 지면으로 온 세상을 몇 번 덮고도 남을 만큼 끊기지 않고 나온다. 혹, 그가 잘못한 점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되면, 죄가 없어도 죄인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거짓말도 한, 천 번쯤 들으면 진실이 된다고 괴벨스가 말하지 않았는가? 언론의 프로파간다는 과거 선동정치 시절에만 통하는 게 아니다.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장관 임명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에 조국은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은 어때?” “네.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참.” 

좀 잡음은 있어도 쉽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잘못 판단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는데 조국은 그런 실수를 인정할 수 없다. 권력은 부패하고, 더 큰 저항으로 인해 무너질 뿐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은 신이 아니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해야 지지하는 무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에 등장하는 예수는 정말로 권력의지가 없었던 인물이다. 아니면, 진정한 예언가였을 수 있다. 

‘지금 권력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진정한 권력과 힘은 내가 죽은 후에 등장하리라.’ 

예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세계가 됐다. 조국이 아니라 곧 세계인 셈이다. 그렇게 세계가 된 예수는 곧 ‘불멸’을 얻었고, 불멸은 신의 특권이기에 예수는 이제 누가 뭐래도 신이 된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는 70대 노인 괴테와 연인관계를 가졌던 ‘베티나’가 등장한다. 쿤데라는 괴테의 여성 편력을 지적하기 보다는 괴테와 연애함으로써 ‘불멸’, 역사 속에서 베티나라는 이름이 지워지지 않을 것을 베티나가 알고 의도적으로 괴테와 연애했다고 추측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조국은 이름 석 자를 남기기 위해서 멸망을 자초하는 패착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좋겠는가?”

조국은 이제 답답한 모양이다. 참모들의 조언을 잘 새겨듣지 않던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신 후 임명을 하시면 어떨까요? 기자 간담회도 하면서 말이죠.” “그게 효과가 있을까?” “원래 이미지 좋고, 말도 잘하는 편이니 대충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여론만 조금 돌릴 수 있다면, 임명하셔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음. 잘 알겠네. 잘 준비해봐!”

지지율은 덧없는 것이다. 역대 조국을 자처했던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임기 중반이 되면, 다 꺾였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당선된 전 대통령도 7% 경제 성장을 운운했지만, 고성장이 불가능한 국가 구조가 됐기에 공약(空約)이 됐다. 아마도 선거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약을 철썩같이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선거 개표 날 한 아이는 당시 여당 후보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전 대통령 후보 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 저 후보가 될 거 같아요!”라고 외쳤다. “당연하지, 여당 후보가 2등 하는 것도 이상하다.” “네. 맞아요. 어쨌든 저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뭘 알았을까? 과거 87년 개헌 이후 대통령 선거 당시 한 초등학생은 누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1번 후보가 되기를 바랐다. 이유는 “저 후보는 다른 사람 욕을 안 해요!”였다. 아이의 눈에도 서로 비방하는 모습은 좋지 않게 보였나 보다. 당시, 광주 사태에 대한 잔혹한 포스터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1번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중에는 부모의 말을 진리로 믿었기에 학교에 와서 아무생각 없이 떠들기도 했는데,

“알고 보면, 3번 후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였대!” 

광주 사태로 인해 국가반역죄로 기소돼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후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떠들어 댄 것이다. 아이는 순수하지만, 무지하기에 어른이 말하면 그대로 믿어 버렸다. 아이의 잘못은 곧 어른의 잘못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조국은 늘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5년 만에 한 번 선출되는 대통령이니,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권력의 특성은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달라져도 권력은 권력이다. 

‘내 마음이 중요하다.’

라는 명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 말이 바뀌면 권력이 아니다. 좋은 일도 ‘내 마음’, 타인을 해하는 일도 ‘내 마음’이어야 한다. ‘내 마음’으로 모든 게 되리라 생각하기에 권력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달콤한 사탕을 많이 먹다 보면, 이가 썩는 것처럼 부패할 수밖에 없다. 

부패와 함께 따라오는 게 저항이다. 권력은 저항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권력을 동경하기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혹은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조차도 권력을 추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 모두 권력을 갈망한다. 권력은 명분을 만들어서 그 세력을 넓혀가고, 그 세력에 포함되지 못하는 자들은 또 다른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저항할 뿐이다.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음. 뭐 이렇게 어려워서야.” “이제 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밀어붙여! 지금 꼬리를 내리면 오히려 더 몰릴 수 있어!” “예. 알겠습니다.”

야당의 저항과 보수 언론의 협공으로 온 국민이 세뇌당하듯이 장관 내정자를 부정적으로 보게 됐다. 그래서 절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독감처럼 퍼졌다. 언론은 여전히 보수 편이었다. 텔레비전은 틀기만 하면 장관 내정자와 관련한 보도가 물 흐르듯이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위법, 불법 사실에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저런 사람을 내가 신뢰했다니.’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을까? 이런 지지자들은 더 공격적으로 돼서 장관 내정자를 향해 짖어댄다.

“당장 구속 수사해라!” 

개는 가만히 말을 들을 때도,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주인을 물어뜯을 거 같아도 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여론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기자회견 하고, 여론을 좀 조작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네. 알겠습니다.” 

좀처럼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여론기관을 조작하는 건 자본과 권력이면 족했다. 뭐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아무리 자유로운 언론을 떠들어도 권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언론은 자유롭게 떠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언론은 방종은 좋아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부담스러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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