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코로나19_시대] 왜 대구일까?

조인 작가 승인 2020.04.04 11:10 의견 0

3월 14일부터 3월 17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100명 이하 선을 유지했다. 며칠 그렇게 증가추세가 수그러드는 듯 하더니 3월 18일 다시 100명을 넘었다. 3월 19일에는 또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가 3월 20일 100명 선을 넘어갔다.

이유를 살펴보니 대구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때문이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수십 명씩 추가로 발생하니, 겨우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확진자가 다시 세 자리로 늘어난 것이다. 이미, 전국 다른 지역의 확진자 수를 모두 합해도 대구 확진자 수의 절반도 못 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또 대구다.

◇면죄부가 통할까?

동양에서는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했고, 서양에서는 루소가 성선설에 가까운 인류를 상상했다. 성경을 보면, 최초 인간은 성선설에 가까우나 선악과를 먹은 이후 인간에겐 원죄 개념이 생겼다. 선천적이기보다는 후천적인 ‘악(惡)’이다. 결론적으로 처음에는 선했다는 의미다.

‘선(善)’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그중 하나가 자기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주인이 보기에 민망한 짓을 했을 때는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대구 시민은 어떤가? 코로나19 확진자 최대 지역이며, 전국으로 코로나19 공포를 전파한 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신천지 때문에’라는 면죄부를 찾아 쓰고 있지만, 완벽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6,000명이 넘는 확진자 중 60% 정도가 신천지와 연관 있다고 하는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2,000명이 넘는 확진자 수도 전국 모든 지역을 합한 수보다 많다. 그리고 신천지 면죄부를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다른 지역 신천지 신도 중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

대구 신천지, 대구 일반시민 중에서 유독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이후 대구는 시장을 비롯해 ‘피해 의식’에 젖어 들었다. ‘대구 코로나’라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힌 시장, 그리고 ‘신천지’와 ‘정부’ 탓으로 돌리는 ‘꼰대’들의 함성. 이들은 부정적인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 사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라고 외치고 면죄부 찾기에 급급하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늘자, 3월 19일 대구 시장은 일일브리핑에서 “시설 및 병원 관리 소홀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최전선에서 노역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신천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젠틀했던 시장이 의료진한테 강성 발언을 퍼붓는 이유는 또 다른 면죄부 찾기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피해자일까?

우선 신천지를 살펴보자.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그리고 다른 지역까지 전염시키고 다녔다. 다른 지역 신천지 신도 중에서 대구 수준의 확진자가 나타났다면 모를까? 대구에 집중됐다는 건 지역 특색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혹, 대구 신천지의 확진자 수가 우연이라고 한다면, 이후 일반 시민 확진자 수는 오히려 줄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방역하고 조심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다시 증가한 추세에 가장 많은 인원을 더해준 지역이 바로 대구이기 때문이다. 요양원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연세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많아서 사망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보도 내용을 살피면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날짜를 3월 초로 보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난 시점은 그로부터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이미 2월 18일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추가 확진자가 기하급수 늘고 있었던 데다, 3월 초면 다들 조심해야 할 시점이었는데 누군가가 요양원에 방문해서 전염시킨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강조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대구 지역 확산으로 한 2주 정도 거리가 한산했다. 그러다가 증가세가 줄어드니 차들이 늘어나고 거리에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이 넘으니 집에만 있기 답답했는지 대체로 연세 있는 분들이 산과 들, 신천으로 나들이하러 다닌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팔공산과 일반 시민들의 산책로 신천 주변은 여느 봄날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한동안 운영이 뜸했던 노래방 등의 저녁 네온사인이 늘어나고 주말에 한산했던 도로가 다시 막히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 시민들은 대구에서 사재기가 성행하고 거리는 황량하고, 다들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거로 생각한다. 한 2주 정도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이제 카페도 손님을 받고, 유명한 맛집의 주차장은 자동차로 가득하다. 이제 피해자 코스프레하기도 지겹다고 느낀 것일까?

◇지방자치단체도 무능하다

우선 대구는 방역에 실패했다. 31번 확진자 이후 늘어나는 신천지 신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 확진자 수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후 내림세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대구에서 확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적극적인 대처하지 못했다. 신천지에 대한 각 지역의 행정적 권고와 압박이 상당 수준에 이를 때까지도 대구시는 신천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수준으로 권고했다. 그러다 보니, 종종 공무원들의 ‘신밍(신천지 커밍아웃)’과 함께 대구시와 신천지 관계에 대한 루머가 양산됐다.

마지막으로 자체적인 해결책도 없다. 대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이다. 그래서일까?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일언반구(一言半句) 소리 내지 않는다. 워낙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자칭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주장에 귀를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난 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을지언정, 대구에서는 절박하게 추진해야 하는 정책 아닐까? 어차피 대구 지역 유권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데,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준다 한들, 이들이 진보 성향으로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지지자들을 단합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구는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 오직,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대구이기에 가능했다

대구는 변화가 힘들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도시이다. 청년 유출이 심한 지역이어서 고령화 수준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인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건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의미다. 지역적 폐쇄성은 집단의식을 다지는데 유용할 수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파쇼적인 행태로 표출될 수도 있다. 잘못에 대한 ‘면죄부’ 찾기, ‘마녀사냥’의 행태들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다음으로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1995년 대구 가스 폭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19까지 기념 조형물까지 만들면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사건, 사고가 계속된다. 물론, 아픈 일들을 빨리 잊는 건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책 없이 웃는 건 꽃 달고 마냥 웃는 사람과 다를 게 없다.

해결책이 없다 보니, 시민들은 행정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제 시민들도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한다. 이미 ‘사회적 거리’는 무너졌다. 무너진 사회적 거리가 어떤 결과를 낳게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