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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_시대] 대구의 현재

조인 작가 승인 2020.04.05 11:20 의견 0

◇늘어나는 벚꽃, 늘어지는 긴장감

대구가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코로나19로 거의 식물인간화 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조금씩 혈액이 돌아서 살아나는 듯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러 돌아다니는 시민이 많아졌고, 거리에도 차들이 많아져서 여느 때처럼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금 활성화는 코로나19가 더 살아난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서로 조심하면서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지낸 지 2주가 지나고 한 달이 넘자, 거리가 다시 좁혀졌다. 카페의 빈자리가 손님으로 채워지고, 차를 마셔야 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혹은 입에 걸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전혀 미안한 기색 없다. 오히려 그들을 피해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민을 조용히 흘기면서 버튼을 누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공적인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례도 목격할 수 있는데, 대체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에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진자가 수천 명이 넘고, 앞으로 개학과 개강이 되면, 분명 더 많은 확진자가 줄지어 등장할 텐데, 지금과 같은 늘어진 긴장감은 당장 몸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또, 대구야?”라는 불명예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한 지지율

코로나19 확진자 중 70% 이상이 대구에서 나오다 보니, 당연히 이를 대처하는 시장은 공사다망하다. 3월 26일에는 그동안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쓰러져서 병원에 이송되기까지 했다. 정치인들이 액션을 잘한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나이와 그동안의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 노고를 시민들이 알아서였을까?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대처가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3월 10일까지 오르고 있었다. 초기에는 괜한 동정심으로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의문스럽다.

대구 시장이 속한 정당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나 전국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지지율을 조작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 다른 광역단체장들과 비교할 때 코로나19 대처가 미흡했거나 뒷북이었고, ‘신천지’와 관련한 부분에서도 루머가 양산될 만큼 부정적인 요소가 많음에도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코로나19 지원금의 지원 시기와 관련해서도 “총선 이후에 지급하겠다.”라고 발언해서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켜서 하루 만에 번복하는 촌극을 벌인 정도인데, 만약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른다면,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왜 지지율이 올랐을까?

우선, 대구라는 지역적 특성이다. 이곳은 반여권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당연히 정부에 대한 반동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코로나19 초동조치에 대한 반감이다. ‘조기 종료’, ‘중국인들 입국 금지’ 등에 있어서 정부가 근본적으로 잘못했기에 지금과 같은 피해가 대구에 생겼다는 생각이다.

이 말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의 확진자 수도 대구 수준이어야 하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구의 특색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정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미흡함을 원인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권영진 시장이 미흡하게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게 된다.

다음으로 인구 구성 요인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도시여서 노인 인구가 상당하다. 65세 기준으로 14%를 넘었는데, 60세 이상으로 그 범위를 넓히면 그 비율은 더 커진다. 영국에서는 실험을 통해서 “연령이 높아지면 도파민 호르몬 분비량이 감소해 보수적으로 바뀐다”라는 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나이와 보수성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런 시기에 여론조사를 하면,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노인들이 응답할 것이고, 수십 년간 바뀌지 않은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 특수다. 전통적으로 대구는 보수의 성지였다. 당연히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이 결집 돼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현재 시장의 지지율은 대구에서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행위와 변하지 않는 의식으로 대구는 여러 위기를 겪었고, 현재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겪고 있다. 물론, ‘코로나 19시대’도 언젠가는 종료될 것이다. 그러나 케인즈 말처럼 “언젠가 인간은 모두 죽는다.”

종료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위기상황을 잘 극복했는가가 중요하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경제가 무너져 기업이 도산되고,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고, 무급휴직, 퇴사 등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대구는 더 심각하다. 이 상황을 잘 대처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능동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정치적 논리에 굴복해서 ‘재난 기본소득’을 언급조차 못하는 지역이며, 다른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 바라기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논리는 결국 정부가 제대로 안 해줘서 대구가 더 어려워졌다라는 논리로 활용될 것이다.

자기반성이 없으니, ‘남 탓’하게 된다. 이 모습은 대구 시장만이 아니라 대구시 전역에 퍼진 바이러스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대구는 계속 퇴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예로 대구 청년 유출 현상을 볼 수 있다.

대구 청년 유출 수준은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전국 최상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3대 도시인데, 청년들이 머무르기를 거부한다. 통계적으로는 떠나는 원인의 70% 이상이 일자리 문제라고 하지만, 수도권이라 한들 일자리가 충분할까? 그들이 떠나는 진정한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기형적인 지지율 상승이 곧 위기다

지지율이 상승하면, 당사자는 한시름 놓을 것이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지율이 올라가는 기형적인 상황을 맞이했으나, 본인의 심신이 피곤하니 그 노고에 대한 보답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이럴수록 세밀하게 분석하고 더 큰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안이한 대처가 지금 상황을 만들었는데, 더 방심하다가는 어떤 위기가 폭풍처럼 몰아칠지 모른다.

벚꽃이 만개했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사라진 게 아니다. 오히려 다시 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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