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小說-대‘한심(寒心)’국] 20편: ‘코로나19 시대’ (1)

조인 작가 승인 2020.04.05 09:55 | 최종 수정 2020.04.19 15:35 의견 0

다음 날에도 우한발 폐렴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다. 

“중국에서 연일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한 지역에 있는 우리 교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제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닌 거 같다. 중국에 있는 교민들의 안전까지도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님 현재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이 문제입니다.”
“우한 폐렴이 그렇게 심해?”
“예. 심상치 않습니다.”
“국내는 어떠한가?”
“아직 국내에는 환자가 많지 않습니다.”
“음. 그러면 조금 더 지켜보지. 중국과 관계가 나빠져서는 안 되니까.”

정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는 메타포에 불과했다. 국민은 알아서 위기를 탈출해야 했다. 원래 가진 자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법니다.

“이거 우리는 어떻게 해야죠?”
“영사관이랑 통화해 볼게요.”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 김조한은 교민을 대표해서 대사관에 전화하기로 했다.

“현재, 이곳은 폐렴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교민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네? 아직 정부로부터 지침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지요.”
“네? 지금 이곳은 지옥입니다. 중국인들이 여기저기서 죽고, 우리도 감염됐을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본국에 빠르게 연락해 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인접 국가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교민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급할 게 없었다. 지침대로 따라야만 본인 자리가 안전하다는 걸 그들은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현재 우한발 폐렴 환자는 여섯 명입니다. 중국은 2천 명이 넘고 있으며, 1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국내 상황은 심각하지 않지만, 연일 우한발 폐렴 보도가 남 일처럼 보도된다. 하지만, 연일 보도에 조금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과거 중국 이미지만 가득한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이 상황이 중국에서 발생한 게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한다.

“벌써 국내에도 몇 명 걸렸네.”
“그러게. 감염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조심하긴 해야겠어.” 
“역시, 중국놈들 후진국이야. 폐렴 걸린 환자들 다 죽이는구먼.”
“그러게요. 중국놈들 인구가 많으니 병원 환자실도 부족한가 봐요.”

헬스장에서 뉴스를 보던 노인들의 철없는 대화였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나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곳 상황을 전달했으니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겁니다.”
“그놈의 조치는 언제 실행합니까?” 

김조한은 답답한 마음에 영사관 담당자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를 친들 해결될 턱이 없었다. 

“우한 교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나? 일단, 교민들을 데리고 와야 하지 않을까? 이미 다른 국가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교민들을 데려오자고.”
“예. 전용기를 이륙시켜야 하는 데, 아직 준비가 덜 됐습니다.”
“알겠네. 준비되는 대로 조치해!” 

위급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군용기라도 보내서 교민들을 환국시켰을 텐데, 중국에 있지 않은 육체와 정신은 긴급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아니면, 데모하다가 병역의 의무를 감옥에서 대신한 386세대, 아니 586세대의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국내 확진자가 10명을 넘고 있습니다. 감염에 유의하시고, 중국 등에 방문하신 분은 2주 이상 자가 격리하신 후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진료소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2월 중순이 되자,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기는 했지만, 우려한 수준만큼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수십 명 수준이었다. 5천만 명 중 백 명도 안 되는 수준이니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역시, 지난 정권과 비교했을 때 현 정권이 잘하는 거 같아.”
“그러게, 메르스 때 어땠어. 어디 돌아다니기가 겁나서.”
 

지지자들은 현 정권을 전 정권과 비교해서 찬양했다. 정부는 어느덧 ‘우한발 폐렴’에서 ‘코로나 19’로 병명을 바꾸고, 겁먹지 말고 산업활동에 박차를 가하라고 선포했다. 중국의 지명 ‘우한’보다는 의학적인 ‘코로나’가 왠지 더 약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국민은 정부의 적극 권유에 따라 다시 나들이도 다니고, 본업에 충실하면서 봄을 기다렸다. 어쨌든 봄은 성큼 다가와서 각 도시 시민의 마음을 활짝 개방시켰다.

“이번 주는 주말을 맞이해서 미나리 삼겹살 파티를 떠나려고 하는데, 참석을 원하시는 가정은 알려주십시오.”

한동안 잠잠했던 친목 모임도 슬슬 움트는 새싹처럼 기지개를 켜는 모습으로 벌써 여러 군데서 모임을 하겠다고 연락이 온다. 

‘아직, 시기상조 인거 같은데.’

연락을 받은 지원은 불안감이 없지 않았으나, 대세에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참석하겠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