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인(人)시네마(1)]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고착된 사랑과 성애

시사-N | 기사입력 2018/02/20 [22:26]

[박지영의 인(人)시네마(1)]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고착된 사랑과 성애

시사-N | 입력 : 2018/02/20 [22:26]

영화! 그 영원한 인간의 서사: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고착된 사랑과 성애 -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1,000만 명에게 1,000만 가지 사랑이라 했던가?

 

2008년작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원작은 법대교수이며 판사,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을 <빌리 엘리엇>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영화화했다. 주인공 한나 슈렌츠역으로 <타이타닉>으로 데뷔한 캐이트 윈슬렛, 영국왕립극단의 연극배우로 탄탄한 연기실력을 인정받은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랄프 파인즈, 소년 마이클역으로 데이빗 크로스가 열연했다.

 

15세 소년과 30대 여성의 사랑과 성애를 주제로 상당히 독창적이고 새롭다는 평을 받았다. 내용을 모르고 어렴풋한 관념으로 포르노 그라피적인 영화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한 남성의 가슴 깊은 곳에 진하게 아로새겨진 철저한 '사랑'과 독일인들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참회를 상징하는 영화이다.

 

 

1958년 15세 소년 마이클은 성홍열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중, 여인 한나가 그를 발견하고 돕게 된다. 병이 나은 후 소년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여인 한나에게 호기심과 연정을 품고 꽃을 들고 찾아간다.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어느 날 석탄오물을 뒤집어 쓴 마이클을 한나는 옷을 벗게 하고 목욕을 권하며 두 사람의 파격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한나가 타월로 마이클을 닦아주며 나체로 다가서는 장면은 한나 슈렌츠라는 여인의 캐릭터에 대한 강력한 암시가 된다. 이 장면에서 15세 소년과의 성애를 시도하는 그녀의 행위에 대해 미성년 성추행이란 일반적인 잣대와는 완전한 거리가 있다. 그녀의 삶이 평범한 도덕성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중요한 복선이 된다.

 

15세 소년과의 성애를 시도하는 행위는 그녀의 삶이 평범한 도덕성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복선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한나는 문맹이었다. 자신이 문맹임을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이클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그녀는 소년이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기를 원했고 마이클은 학교에서 배우는 호머의 오딧세이를 시작으로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함께 울고 웃으며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을 향한 한나의 경이롭고 자랑스러운 눈빛과 진심을 다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역시 인간이란 서로에 대한 미지의 환상과 경이로움이 없이는 사랑이라는 비정상적인 감정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듯이 말이다.

 

전동차 차장 한나가 성실함을 인정받아 행정직으로 발령을 받게 되자 문맹의 그녀가 짓는 황망한 표정은 미래를 예견한다. 한편 또래집단과 괴리감을 느끼고 친구들과 평범하게 어울리는 것에 문제가 생긴 마이클도 혼란에 빠진다. 결국 한나는 갑작스레 떠난다. 한나가 떠난 것을 알고 그녀와 함께 했던 침대에서 서럽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던 마이클.. 그의 강렬했던 사랑이 일생을 걸쳐 의식을 지배하고 고착되어 고독할 운명에 대한 복선이 필자에게 이입되어 눈물이 흘렀던 장면이다.

 

문맹인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

(출처: 네이버 영화)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법정체험 과정에서 한나가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의 감시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분노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다. 유태인 학살에 감시원으로서 의무에 의한 단순한 가담인가 비인간적인 학살인가? 법정공방은 치열했다. 그러나 문맹인 한나가 학살을 주도하는 서류를 작성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러나 한나는 자신이 문맹임을 끝까지 숨긴다. 결국 300명의 유태인 살인죄로 20년 징역을 선고 받는다. 마이클은 연민과 분노 사이에서 괴로워하지만 그녀의 감정을 존중하기로 한다.

 

이후 변호사로 장성한 중년의 마이클은 결혼생활에도 일찍이 실패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고독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15세 사춘기 소년시절의 자극적이고 강렬한 사랑과 성애의 추억이 깊숙이 자리잡아 사랑이라는 감성의 불구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 것이다. 

 

“나가서도 책을 읽어 줄거지?“ 슬며시 손을 잡으려는 한나, 슬며시 손을 스치는 마이클.

 

10년이 흐르고 마이클은 책을 정리하다 한나에게 읽어 주었던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책을 읽어 녹음한 카셋트 테이프를 감옥으로 보낸다. 한나에게 새로운 행복이 찾아오고 글도 터득하게 된다. 다시 10년이 흘러 출소를 앞두고 한나와 마이클은 재회한다. 슬며시 손을 잡으려는 한나, 슬며시 손을 스치는 마이클 "나가서도 책을 읽어 줄거지?" 그녀가 물었다. 대답이 없는 마이클. 출소 이후 돌보아 줄 것을 약속한 후 마이클은 떠난다. 그러나 한나는 그토록 사랑하는 책들을 쌓아 놓고 자살한다.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의 목소리만으로 행복했던 한나에게 이후의 삶은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마이클이 어느 날 장성한 딸과 함께 한나와 갔었던 교회당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그녀의 무덤 앞에서 딸에게 자신의 비밀의 사랑을 풀기 시작한다. 관객은 그의 고백과 딸의 따뜻한 포옹을 본적은 없지만 남은 일생 그의 진정한 자유와 치유를 예감한다. 누구나 한번은 벗어버리고 싶은 굴레와 고리가 있다. 토로를 통해 객관화되거나 더 강인해지고 힐링이 되듯이 영화의 마지막은 토로로서 마무리된다.

 

2008년작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을 데이빗 달드리 감독이 영화화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필자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 마이클의 의식의 흐름을 쫓았다. 그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누구에게나 일생을 통해 잊혀지지 않거나 뇌리에 남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때 그 순간, 그때 그 느낌, 그때 그 사람을 따라 머무르는 치열한 외로움에 대한 감정의 이입과 투사로 인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영화지만 연령과 세대를 초월한 영혼을 울리는 사랑의 여운이 가득한 영화다 그와 함께 독일인들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깊은 통찰과 참회를 기록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글: 박지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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