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를 정하는데도 4가지 세계관이 작용한다”

[사례로 알아보는 통합심리학(1)] ‘AQAL’을 알아보자

칼럼니스트 황왕호 승인 2019.01.29 11:05 의견 0

오전 내내 열심히 일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입니다.

‘오늘 점심은 칼칼한 짬뽕이 먹고 싶다. 근데 맛있는 짬뽕 가게는 걸어서 15분이나 가야 하는데 혼자 갔다오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는 자꾸 나고, 짱뽕을 함께 먹으러 갈 동료는 없을까 조심스럽게 찾아보는데... 이 때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타나신 부장님!

“오늘 점심은 사무실 근처에 새로 생긴 김치찌개 집 어때”

갑자기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부장님 의견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로 결정되었습니다. 아마도 식후 디저트도 부장님이 좋아하시는 붕어빵이 될 것 같군요.

우리는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하나의 단서나 생각만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조화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게 되지요.


우선 나의 내면 안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

내 몸이 보이는 신체적인 반응과 주어진 상황에 대한 마음 속의 반응 두 가지로 나타나죠. 다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사회 구성요소들도 고려합니다.

앞서 소개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회사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에피소드 속에도 다양한 단서들이 등장합니다.

통합심리학을 집대성한 심리학자 켄 윌버는 세상을 보는 4가지 시선을 정리해 ‘AQAL’이라 명명했습니다. 우선 생소한 용어인 ‘AQAL’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QAL’의 첫 두 글자 ‘AQ’는 ‘All Quadrants’의 약자입니다. ‘quadrants’는 수학에서 함수의 그래프로 나타나는 사분면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 이유는 4가지 시각을 개인과 집단, 내면과 외면으로 구분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AQAL’에서는 세로축을 개인과 집단으로 구분하고 가로축은 내면과 외면으로 구분해 4개의 영역으로 나눕니다.

‘AQAL’의 뒷 두 글자 ‘AL’은 ‘All Level’의 약자입니다. 여기서는 각 사분면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관을 개인의 의식발달 수준별로 세분화합니다. 예를 들자면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떤 사람은 내면적 영역(생리적인 반응)이 두드러지지만, 어떤 사람은 몸을 움직이는 영역이 더 발달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발달 정도를 ‘level’로 표현한 것이 ‘AL’에 해당합니다.

연재 첫 회인 이번 시간에는 ‘AQAL’에서 말하는 4가지 영역과 세계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사분면] 개인적이면서 외면적인 영역


1사분면은 개인적이면서 외면적인 영역입니다. 행동 또는 겉으로 드러나는 영역으로 개인의 건강, 외모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더 빠를 겁니다.


이 영역은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가 판단의 중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위의 점심시간 에피소드에서 사례를 찾아본다면, ①배가 고프다고 느낄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거나, ②밥을 먹으러 가는 행위가 이 영역에 해당됩니다.


[2사분면] 개인적이면서 내면적인 영역


2사분면은 개인적이면서 내면적인 영역입니다. 생각과 판단작용이 이 영역에서 벌어집니다. 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느끼고 판단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도나 주관이 작용합니다. 또한 자신의 개인 경험적 요소들이 많이 반영되죠.


이전에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 안에서 드는 생각과 감정으로 의사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내면의 진정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점심 시간 에피소드 사례 속에서 찾아본다면 ①짬뽕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②전에 가본 적 있는 짬뽕 맛집을 떠올리는 행동이 이 영역과 관련있습니다.


[3사분면] 집단적이면서 내면적인 영역


3사분면은 집단적이면서 내면적인 영역입니다. 바로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판단 요소입니다.


나 혼자 있을 땐 혼자 판단하고 모든 의사를 결정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서로의 의견과 경험적 요소들을 공유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상호이해와 도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쪽에서는 어떤 일을 판단할 때 정당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위의 에피소드에서는 ①부장님이 정한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지만, ②식당을 가기 전 여러 사람들을 의식하며 상대가 먹지 못하는 메뉴는 제외하고 함게 먹을 메뉴를 고르는 과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4사분면] 집단적이면서 외면적인 영역


마지막 4사분면은 집단적이면서 외부로 드러나는 영역, 사회 운영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것들의 영역입니다. 전체와 부분 각각이 어디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중요시 여기는 영역입니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①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②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이쪽 영역에서 판단하고 고려합니다.

오늘은 점심식사 에피소드를 이용해 ‘AQAL’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 한 가지 기준에 치우쳐 반응하지 않습니다. ‘AQAL’에서 보여주는 4가지 요소, 4가지 시선, 4가지 세계관이 모두 복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