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오재원이 남긴 그림자, 건전한 선. 후배 관계 형성 계기로 삼아야
칼럼니스트 지후니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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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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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전 두산 선수였던 오재원의 마약 사건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두산의 레전드 선수로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던 선수라는 점에 더해 그가 후배 선수들을 위력으로 강요해 약물 대리 처방을 받도록 했다는 점은 야구팬들을 아연질색하게 했다.
오재원은 현재 구속 상태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그에게 대리 처방을 받아 약을 건넨 전. 현직 두산 선수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애초 구단을 통해 자신 신고한 선수 8명에 또 다른 선수들까지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자칫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오재원은 마약 관련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강요와 협박에 대해서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하면 대다수 선수들은 그의 후배들이고 2군 선수들이다. 대선배인 오재원의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위치다. 대리처방이 위법한 사항임을 알고 선의로 이를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 자체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선배를 위해 해줬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선. 후배 관계에 의한 강요된 일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런 이유라 해도 대리처방과 관련해 형사 처벌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자진해서 사실을 알리고 여러 정상을 참작한다고 해도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벌금형이라 해도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는 KBO나 구단 차원의 징계를 불가피하게 한다.
프로야구를 뒤 흔든 오재원 파문
최근 KBO는 선수들의 일탈과 위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두산 선수단에 대한 대규모 징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2군 선수들이라 하지만, 두산으로서는 상당한 전력 손실이 우려된다. 그보다는 구단의 이미지 하락이 더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사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오재원에 대한 두산 팬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오재원은 두산의 주전 2루수로 오랜 세월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는 2003 시즌 고교 졸업 후 두산의 신인 2차 드래프트 9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바로 입단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2007 시즌 두산에 정식 입단했다.
당시까지는 드래프트 유효 시간에 제한이 없어 뒤 순위 지명을 받은 고졸 선수가 바로 입단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해 대학 리그에서 기량을 발전시킨 후 입단할 수 있었다. 오재원은 그 특수한 케이스에 속한 선수였다. 2007 시즌 1군과 2군을 오가며 경험을 쌓은 오재원은 2008 시즌부터 두산의 1군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선수층이 두껍기로 유명한 두산에서 오재원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고 그 자리를 지켰다.
폭발적인 타격 능력은 아니었지만, 오재원은 매우 근성 있고 넘치는 승부욕을 가진 선수였다. 타석에서는 매우 끈질긴 수비 능력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혔고 넓은 수비 범위를 보였다. 과감한 주루 플레이 능력은 두산 기동력 야구의 한 축으로 그의 존재감을 높였다. 오재원은 꾸준한 활약을 더해 두산은 물론이고 KBO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내야수로 거듭났다. 두산이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할 때도 그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오재원은 국가대표로서도 활약하며 그의 선수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오재원은 2018 시즌 3할이 넘는 타율에 15홈런 81타점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성한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공. 수에서 경기력 저하가 분명했다. 그 사이 1군에서 그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2019 시즌 이후 오재원의 1군에서 경기 출전수는 크게 줄었다. 2022 시즌 1군에서 18경기 출전에 그친 오재원은 현역 선수 생활을 접었다. 마침, 그의 은퇴는 두산이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뒤로하고 그 전성기를 마감하는 시점과 맞물렸다. 그만큼 오재원이 두산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컸다.
두산 레전드로 마무리 한 선수 생활, 순탄하지 않았던 이후의 삶
이후 오재원은 방송인으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은퇴 후 사회인 오재원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야구 해설위원으로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고 급기야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외에도 공개적으로 특정 선수를 저격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사이 그에게는 비호감 이미지가 쌓였다. 현역 선수 시절 오재원은 상대팀을 자극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강한 승부욕을 가진 선수였다. 그 과정에서 타 팀 팬들에게 비호감 선수가 되기도 했지만, 두산 팬들에는 이런 오재원의 플레이를 두둔하고 응원했다. 강한 승부욕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은퇴 후 그의 말과 행동은 남아있던 호감 이미지마저 퇴색하게 했다. 그리고 급기야 마약 파문까지 더해지며 그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오재원의 이름은 두산에서도 언급하기 싫은 금기어가 됐다. 다만, 그의 이름은 앞으로도 자주 언론을 통해 두산과 함께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수사 결과가 완벽하게 나온 건 아니지만, 각종 보도 등을 종합하면 오재원은 현역 선수 시절 후배 선수들을 통해 약물 대리 처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이를 거부하는 선수들에게 선. 후배 관계를 빌리로 한 위력을 행사하고 물리력까지 행사하기도 했다. 물론, 오재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고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다만, 대리처방이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미 혐의를 인정한 마약 외에 또 다른 약물에도 손을 댄 건 분명해 보인다.
강요, 협박을 제외한다 해도 드러난 그의 범죄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어렵게 쌓아온 그의 선수로서 커리어도 한순간 사라지게 하는 일이다. 이제 프로야구에서 오재원은 언급조차 꺼려지는 이름이 됐다. 또한, 그와 연관된 선수들도 선수 커리어 유지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두산 역시 큰 피해자가 됐다.
다행히 두산은 오재원 파문이 일어난 이후 오히려 팀 결속력을 더 높이며 상승 반전에 성공했고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오재원 파문의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고 시즌 중 또 한 번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으로서는 최근 상승세 한 편에 마음을 졸이게 하는 악재가 공존하고 있다.
왜곡된 선. 후배 관계 바로 잡는 계기로
오재원의 일탈은 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긴 어렵다.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오재원은 선후배 관계를 이용해 위법한 일에 후배들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스포츠계 전반에 아직도 남아있는 잘못된 선후배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한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는 문화가 프로야구에서도 아직 존재한다는 점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여전히 우리 스포츠계에는 감독 등 지도자들에 의한 선수 폭행과 가혹행위, 성범죄 등이 자행되고 있다. 경직된 상. 하 관계와 인맥 등이 크게 작용하는 우리 스포츠의 고질적인 부조리에 근거한 일들이다. 드러나지 않는 일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선수 간 부당한 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학교 등에서는 그런 부조리가 더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재원 파문은 우리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스포츠계 현실에서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후배 선수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다행히 이런 부당함을 공론화하고 거절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종목 협회 차원에서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KBO는 이를 위해 이전 보다 투명한 일 처리를 하고 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또한, 선수들 스스로 선후배 관계가 상명 화복의 관계가 아닌 동업자로서 동료로서 건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예의를 보여야 한다면 선배들을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품격과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단순히 선배라는 이유로 권위를 강요한다면 왜곡된 건전한 선후배 관계와는 큰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재원 파문은 그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 건전한 관계 형성이라는 과제를 함께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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