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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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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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륜은 문화?
지난 11월 11일 일본의 주간잡지 『Smart FLASH』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의 불륜을 보도했다. 이날은 일본의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가 소집된 날이기도 하지만, 총리 지명선거에서 국민민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상황이었다.
불륜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일본이지만, 지난 1996년 연 수입 3억 엔의 유명배우 이시다 준이치가 “문화나 예술은 불륜으로부터 생길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불륜은 문화다”라는 말로 확산되어 그는 사회적으로도 매장되다시피 됐고, 지금은 도쿄 외곽 치바에서 야키니쿠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배우자에게 잠자리를 강요하지 않는 ‘우정결혼’과 각자의 가정을 깨트리지 않는다는 ‘세컨드 파트너’란 말이 유행하는 등 상반된 문화적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2. 스캔들과 동정 여론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타마키 대표의 불륜 소동은 사회적 매장 분위기에 앞서 동정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이유는 첫째, 도쿄대 법학부 출신으로 우수한 인재만이 간다는 연간 110조 엔 예산을 운영하는 대장성을 거쳐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까지 나온 우수한 정치인이 청순미로 가장한 사이비 우익한테 걸렸다는 것이다.
불륜상대 고이즈미는 자동차 경주 여성 도우미(레이스 퀸), 그라비아 아이돌, 타카마츠 시의 관광 홍보대사 등의 일을 하고 있지만, 국회 헌법심사회에 출석해 큰소리로 상대를 야유하는 등 우익활동도 해서 주목 받았다. 그런데 국회방청회는 국회의원의 승인이 없이 방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익활동을 위해 타마키 대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고 다마키는 이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다마키와 국민민주당의 공약의 핵심인 103만 엔의 벽(근로소득자 연간 수입 비과세 기준)을 깨자는 논리에 반대하는 재무성이 ’다마키깨기(玉木潰し)‘를 했다는 설이 확산되면서, 자민당이 정치자금 문제로 인해 중의원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자 국민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자민당과 연합하도록 압력을 넣으려고 다마키의 불륜을 공개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때마침 총리지명 선거 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민주당 대표의 불륜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문을 사는 것이다.
셋째, 불륜 스캔들로 정계를 떠난 전 국민민주당 중의원 의원인 야마오 시오리(山尾志桜里)도 11.12일 X(구 ’트위터‘)를 통해 “정치가의 사생활을 (의원직과) 직결시키면 ’아무도 남지않게 된다‘”는 옹호의 입장을 표명한 것도 한몫했다. 그녀도 다마키와 마찬가지로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검사가 되었으며, 중의원 의원 시절인 2018년 9살 연하의 미남 변호사와의 불륜이 공개되어 국회의원을 사임한 적이 있다. 이처럼 유사한 상황에서 불륜을 벌였던 국회의원 출신의 현재 변호사의 지원은 “그럴 수도 있다”는 동정론으로 기울었다.
3. 이겼을 때 투구끈을 조여라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이번 중의원선거에서 국민민주당은 선거 전의 4배인 28석(1인 선거구 11석, 비례대표 17석)을 확보했고,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도 617만 표를 얻어 공명당과 일본유신당을 앞섰다.
일본 속담에 “이겼을 때 투구 끈을 꽊 묶어라(勝って兜の緒を締めよ)”라는 말이 있는데 이겼을 때라도 투구를 벗지 말고, 차라리 투구 끈을 단단히 조여 조심하라는 말이다. 지금의 다마키 대표에게 가장 적합한 속담일 것이며,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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