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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종의 대한민국 리뷰] 기억과 복기: 되돌아보는 2022년 국내외 정치 이슈 (하편)

유명종 전문위원 승인 2023.01.05 16:51 | 최종 수정 2023.02.03 19:37 의견 0

2022년도 하반기는 1998년 IMF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시작으로, 이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무차별 양적완화의 후유증으로 초래된 글로벌 인플레는 미국의 양적 긴축과 금리인상이라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30여 년 지속된 호황에 종말을 고했다. 급속한 자산가격 붕괴와 금리인상에 따라 가계 부채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최악의 경제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7월: 거대 정당 내부 권력투쟁 격화

30대의 연력에 보수 주류정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은 특유의 장점을 발휘하여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이쯤 되면 임기 보장도 무리가 없어야 할 것 같았지만 7월 8일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내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초반부터 표류하게 된다. 또한 복지부 장관 후보자(정호영, 김승희)가 2명이나 낙마하면서 인선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 만들기에 들어가면서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의 출마를 막으면서 사실상 경쟁 구도 없는 안전한 선거판을 만들어 버렸다. 한편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서학개미 최선호주인 테슬라는 급전직하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8월 : 양당 내부 권력투쟁 마감

유럽은 가뭄, 한국은 강남침수로 상징되는 폭우로 인해 어수선한 가운데 파키스탄에 대홍수가 나서 수천만이 이재민이 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의 색깔을 검찰력 강화로 설정하고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였다. 결국 이준석을 몰아내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여 대통령보다 주목받는 전국구 스타를 제거하는 ‘정국안정?’을 구현하였다.

민주당도 다가올 윤 정권의 검찰 대공세를 대비하기 위하여 이재명을 당 대표로 선임하고 우주 방어 체제로 돌입하였다. 정국의 어수선함을 통해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도, 새로 출범한 여당도 민생보다는 권력투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9월: 전쟁은 지금부터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하였고 아들 찰스 3세의 시대가 열렸다. 조기에 종식될 것 같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으로 승승장구하며 동남부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붙였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당이 집권하며 전 세계적으로 극우의 불길이 타오르게 되었다.

한편, 태풍 힌남노가 영남권을 통과하면서 포항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포스코의 용광로가 49년 만에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민생이나 품격은 뒤로하고 꼬투리, 트집잡기 등 정쟁으로 지면을 시끄럽게 하였다. 이 와중에 중도적 입장에서 정치적 품격을 내세우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 대해서도 줄세우기식 압박으로 공격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10월 : 거침없는 하락과 참극

미국의 거침없는 금리인상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금리를 인상하게 만들면서 증시, 부동산의 거침없는 하락장이 펼쳐졌다. 특히 빅테크주는 한국, 미국을 막론하고 추풍낙엽처럼 하락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인터넷 블랙아웃으로 카카오관련주는 모두 엄청난 폭락을 하게 되고 김범수 의장은 국감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정치의 품격도 거침없이 하락하고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김문수가 임명되면서 현 정부의 수준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그의 막말은 자신이 앉은 자리를 생각할 때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한국정치의 수준과 품격을 저열하게 만드는지 너무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영국의 신임 총리로 임명된 트러스 전 총리는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여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이름을 올렸다. 파운드화 가격이 급락하는데 불을 끼얹는 정책발언으로 인해 순식간에 금융위기에 직면할 뻔했던 영국은 빨리 최악의 수장을 정리함으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한 것이다. 이것이 내각제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모처럼 열린 핼러윈 데이 축제가 곳곳에서 진행되던 10월 29일 밤, 해밀턴 호텔 근처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하였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패닉이 번지며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11월 : 참사의 정치화

이태원 참사는 참사 원인규명과 피해자 보상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으로 전개되지 않고 다시 정쟁의 소재가 되어 여당과 대통령을 공격하는 촉매로 작용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소수의 목소리들이 있었으나 금방 묻혀버렸고 결국 [정부+여당] vs [야당+희생자 유가족] 편가르기 방식으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양대 진영의 격돌이 더욱 격화되었다. 한편, 경북 봉화군에서 221시간만에 생환한 광부들의 드라마틱한 생존이야기는 퍽퍽한 세상에 생수와 같은 소식이 되어 주었다.

미국에서는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1석 차이로 민주당이 수성하며 균형을 이뤄 바이든의 저조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선방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월 17일에는 사우디의 왕세자인 빈살만의 짧은 방한이 비즈니스계의 화제가 되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을 패스한 것도 화제가 되었지만, 단 20시간을 머물다 갔음에도 26개 프로젝트에 대해 300억 달러(약 40조)의 계약, 협약 등을 맺었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에 개막된다.

◆12월 : 손흥민, 메시,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등은 월드컵이 끝날 때 까지 주목받지 못하였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일사불란한 강경책으로 조기에 종결시키는 ‘기염’을 토하였다. 서울시도 힘을 받았는지 전장연 시위에 대하여 강경책으로 대응하며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안인 노동, 교육, 연금개혁의 ‘개혁’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김어준은 뉴스공장에서 하차하였다. 세밑의 정치 이슈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었다. 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뭔가 ‘보은’했다는 느낌을 주었고 김경수 지사는 ‘복권’은 시켜주지 않으면서 야권분열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이 보이는 너무도 노골적인 정략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12월 29일에는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정부 출범으로 극우 연립정부가 등장하였다. 30일에는 축구황제 펠레가 세상을 떠났고, 31일에는 생전 교황직 사임으로 새로운 역사를 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하였다.

새해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타격 위협 등 거칠고 강경한 발언이 수위 제한 없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대만해협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일촉즉발 위기도 계속되면서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도발이나 국지전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저소득층, 서민, 중산층, 저신용자, 2030 청년세대 등의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고독사’(GODOKSA)라는 말이 그대로 영어사전에 등재되며 한국의 상황을 세계를 통해 다시 대면하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우파정부의 출현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극우정치세력이 힘을 얻는 이유는 글로벌 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세계화와 번영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과 이와 다름 없는 새로운 블록화의 시대가 오고있는 것이다. 30~40년간 미국 중심의 글로벌 정치경제시스템이 끝나고 다시 다극화 시대의 합종연횡의 혼란으로 접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경제, 금융 위기, 기후위기 등은 우리를 안팎으로 정신없이 몰아붙이면서 우리가 가야할 좌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소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현명한 지식정보 시대의 시민들이 일어나 혼란에 빠진 정치권과 한반도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 거대한 폭풍 속에서 모두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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