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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태풍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8.21 09:04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올해 여름은 태풍 소식이 없었죠? 연일 폭염소식에 태풍을 잊고 지냈습니다. 태풍 ‘종다리’는 올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첫 태풍입니다. 태풍은 풍수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태풍 규모와 상관없이 늘 예의주시하게 됩니다. 오늘은 태풍의 고현학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1. 태풍은 무엇?

태풍의 한자는 '클 태(太)'자가 아니라 '태풍 태(颱)'자를 씁니다. 풍수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첫 기록은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구려 모본왕 2년(서기 49년) 3월에 폭풍으로 나무가 뽑혔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태풍은 지구 전역 남위, 북위 5도 정도의 위치인, 바닷물 온도가 26℃ 이상인 열대 바다에서 발생합니다. 열대 바다는 뜨거운 태양열을 받기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가 매우 높아, 이곳의 대기는 항상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증기는 계속 상승해 소나기를 만드는 적란운을 만들고,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더욱 강한 소용돌이로 발달하게 되는데요. 이를 열대저기압이라 하고, 열대저기압의 강도에 따라 열대 폭풍, 혹은 태풍이라 불리는 형태가 됩니다. 바람의 강도가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됩니다.

2. 태풍의 단위는?

태풍 중심에서 가장 낮은 기압을 ‘중심기압’이라고 합니다. 중심기압을 표현하는 단위는 ‘헥토파스칼(hPa)’을 사용합니다. 헥토파스칼은 그리스어에서 100을 의미하는 ‘헥토(hecto)’와 프랑스의 물리학자 ‘파스칼(pascal)’의 이름이 합쳐진 단위입니다.

파스칼은 1653년 “밀폐된 공간에 담긴 유체에 가해진 압력은 모든 지점에 똑같이 전달된다”는 내용의 ‘파스칼의 원리’라는 법칙을 발견하는데요. 이게 압력과 관련한 중요한 발견이라 압력의 단위에 파스칼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것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는 ‘기압’인데, 1기압은 1013헥토파스칼입니다. 태풍의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풍속이 더 빨라지므로, 중심기압을 말하는 헥토파스칼의 숫자가 작아질수록 강력한 태풍을 의미합니다.

3.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태풍

태풍은 영향을 주는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 아시아에서는 대부분 ‘태풍(Typhoon)’이라 부르지만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은 ‘허리케인’이라고 합니다. 허리케인은 ‘강한 바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인도양, 아라비아해 등에서는 ‘사이클론’이라고 칭합니다. 또 ‘윌리윌리(Willy Willy)’라고 어감상 귀여운 느낌을 주는 이름도 있는데, 남반구인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의 열대저기압을 말하는 명칭입니다. 지금은 사이클론으로 통칭하여 부릅니다.

4. 태풍의 눈은 뭘까?

태풍의 가장 특이한 현상이 바로 이 ‘태풍의 눈’입니다. 태풍의 중심에는 바람이 약하고 구름이 적은 구역, 기상도 상에선 거대한 소용돌이 사이에 뻥 뚫린 구멍이 있는데 이것을 태풍의 눈이라 부릅니다. 열대성 저기압 중심부에 나타나는 무풍지대, 조용한 기상 상태를 가리키는데, 태풍 중심에 가까울수록 바람의 원심력이 강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름 30~50km가 일반적인데, 100~200km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풍의 눈이 지나고 나면 쓰나미 같은 후폭풍이 몰려들기 때문에 태풍의 눈은 문학적 수사에서 ‘폭풍 전야’, ‘큰 이변이 닥치기 직전’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5. 태풍의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어, 같은 지역에 여러 개의 태풍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발표되는 태풍 예보가 혼동되지 않도록 태풍마다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태풍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예보관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예보관들은 태풍에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이 앤더슨이라면 “현재 앤더슨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있는 중입니다” 또는 “앤더슨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태풍 예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보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고 이러한 전통에 따라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1978년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동아시아의 북서태평양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높이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풍 이름은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를 토대로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하는데,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합니다. 보통 태풍이 연간 약 25개 정도 발생하므로 전체의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약 4∼5년 걸린다고 해요. 태풍위원회 회원국 중에는 북한도 포함되어 있어 140개의 이름 중 한글로 된 태풍 이름은 20개나 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태풍 이름을 정할 때 영문 표기 및 발음이 쉬운 동식물 이름에서 태풍 이름을 고르고 있다고 합니다.

6. 태풍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태풍의 이름도 영구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나라가 특정 태풍에 큰 피해를 입을 경우,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에 해당 이름을 삭제 요청할 수 있다고 해요. 반드시 큰 피해를 주지 않았거나 사용되지 않은 태풍의 이름도 변경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태국에서 제출한 ‘하누만’은 미처 태풍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전에 인도 기상청이 ‘하누만’이 힌두교 신의 이름과 같다는 근거로 반대하면서 ‘모라꼿’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14년 2월에는 말레이시아가 ‘소나무’라는 이름이 쓰나미와 발음이 비슷하여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변경을 요청하여 소나무를 대신하여 종다리가 태풍 이름으로 제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던 태풍 ‘루사’는 ‘누리’라는 이름으로, ‘매미’는 ‘무지개’로 대체되는 등 무려 33개의 이름이 대체되었는데요, 앞서 힌두교 신과 이름이 같아서 변경된 ‘모라꼿’이라는 이름도 나중에 ‘앗사니’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중국과 필리핀에 큰 피해를 주었던 제5호 태풍 ‘독수리’가 목록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태풍 이름 삭제가 결정되면 해당 이름을 제출했던 회원국은 다음 총회까지 대체할 이름 후보 3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2025년 2월에 열릴 제57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이름이 최종 결정되면 그해부터 이름이 바뀝니다.

7. 태풍의 효능?

인류에게는 큰 피해를 남기는 태풍이지만 순기능도 있습니다. 우선 지구의 열평형인데요, 열대 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북쪽으로 옮겨 건강한 지구를 만듭니다. 태풍으로 인한 큰 파도로 인해 해수를 순환시켜 어류나 해조류 활성화에 일정 역할을 하고 바다의 적조현상을 소멸시켜 바닷물도 깨끗하게 합니다. 물 부족 국가에는 물을 공급해 줍니다. 산과 계곡 등을 씻어 내리기 때문에 “태풍이 심한 다음 해에는 질병이 없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8. 우리나라 역대 태풍 기록

태풍은 매년 30개 가량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쳐 비를 뿌리는 것은 연평균 3.1개꼴입니다. 태풍 전체의 90% 정도는 7~9월 사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날짜와 상관없이 가장 빨리 찾아온 태풍은 1961년 5월 28~29일의 ‘베티’였으며, 가장 늦은 태풍은 1994년 10월 12~13일 왔던 제29호 태풍 ‘세스’였습니다. 가을 태풍은 여름보다 바다에 열이 많고 남하하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 더 강한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대 한반도에서 발생한 태풍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킨 태풍은 1936년 8월 발생한 ‘태풍 3693호’(당시에는 태풍 명칭이 없었음)로, 당시 1,232명의 사망·실종자와 164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위는 1923년 발생한 태풍 2353호가 1,157명의 사망·실종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기록된 태풍 중에서는 1959년 9월의 ‘사라(Sarah)’가 849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2,533명의 부상자를 기록해 이름이 있는 태풍 중에서는 역대 최고의 인명피해 태풍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태풍은 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적인데 당시 ‘사라’의 기압은 951.5hpa로 당시에 경험한 태풍 중 제일 낮았다고 해요. 이어 1961년 ‘베티’가 550명의 사망·실종자를 발생시켜 역대 4위의 무서운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재산피해를 발생시킨 태풍은 2002년 8월 총 5조 1,470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 ‘루사’, 2위는 2003년 9월 4조 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태풍 ‘매미’, 1999년 7~8월 발생해 1조 490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 ‘올가’, 2012년 8월 발생해 6,365억 원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볼라벤’과 ‘덴빈’을 꼽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를 뿌린 태풍은 2002년 8월 31일 단 하루 동안 강릉에 871mm에 달하는 집중호우를 뿌린 ‘루사(Rusa)’입니다. 바람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준 태풍은 1987년 7월의 ‘셀마(Thelma)’로, 345명의 사망 실종자를 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태풍 중에서도 끝판왕급이 있는데요. 2003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Maemi)'는 최저기압 950hPa, 최대 순간 풍속도 초속 60m로 종전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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