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 판도를 흔든 건 단연 한화다.
한화는 FA 시장이 열린 후 얼마 안 돼 KT 유격수 심우준과 선발투수 엄상백을 각각 4년간 50억원, 78억원에 영입했다. 오버 페이라는 논란이 있었고 타 구단 관계자들의 원성도 들어야 했지만, 한화는 이를 통해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내년 시즌 한화는 새로운 신축구장을 문을 연다. 상징성이 큰 해다. 최근에는 구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한 유니폼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화로서는 내년 시즌 아직 류현진이 기량을 유지하는 시점에 성적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기도 하다.
◆윈나우 의지 보여준 한화의 FA 시장 투자
지난 시즌 도중 베테랑 김경문 감독을 영입한 것도 성적, 윈나우가 구단 정책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었다. 이에 한화는 그동안의 내부 육성 성과에 더해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심우준의 영입은 아쉬움이 있었던 내야 수비 강화와 기동력 야구 옵션 추가의 의미가 있다. 엄상백의 영입은 류현진과 문동주와 함께 국내 선발진을 강화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영입만 순조롭다면 한화는 단단한 5인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입단한 신에 황준서와 내년 시즌 데뷔하는 특급 신인 투수 정우주의 활용폭을 넓힐 수 있다. 이는 불펜진 강화도 기대된다.
한화는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수도권 팀 소속인 심우준과 엄상백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매리트를 제공해야 했고 머니 게임도 불사했다. 이렇게 한화는 원하는 두 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FA 시장을 철수했다. 한화의 배팅으로 뜨거워진 FA 시장의 분위기는 잇따른 대형 계약을 불러왔다.
◆한화가 불붙인 FA 폭등장
두산 내야수 허경민이 KT와 4년간 40억원의 대형 계약을 했고 롯데 불펜의 핵심인 김원중과 구승민도 각각 54억원, 21억원의 계약을 했다. 허경민은 심우준이 팀을 떠난 KT가 내야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히 접촉한 결과였고 예상보다 놓은 조건의 계약이 이루어졌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팀에 대한 강한 충성심에 구단이 이를 배려한 계약이었다.
여기에 외부 FA 영입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LG가 KIA 필승 불펜 장현식 영입을 발표했다. 4년간 총액 옵션 없는 52억원의 파격적 조건이었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에 버금가는 조건으로 다시 잠잠해진 FA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올 시즌 불펜진 문제로 고심을 거듭했던 LG는 불펜진을 확실히 강화시킬 카드를 찾았고 KIA 우승에 큰 역할을 한 장현식에 베팅했다. 장현식은 수도권 팀 메리트에 투수에 유리한 잠실 홈구장 이점에 끌려 LG와 손을 잡았다. LG의 장현식 계약은 내부 FA 최원태의 입지를 더 좁게 할 가능성이 크다.
◆FA 최대어에서 불안정해진 입지에 놓인 LG 최원태
엄상백과 함께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로 불렸던 최원태는 엄상백의 대형 계약이 호재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한화가 FA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구단들이 샐러리캡 압박으로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처지가 애매해졌다.
여기에 20인 외 보상 선수가 발생하는 A등급이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시즌 부상이 잦았고 올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 부진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전히 매력적인 선발투수임은 분명하지만, 엄상백 정도의 계약을 따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LG의 장현식 52억원 계약은 최원태에 대해 LG가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LG는 현재 다수의 고액 연봉 선수로 인해 샐러리캡 압박이 크다. 최원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내년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LG에 필요한 자원이다.
샐러리캡 규정을 피할 수 있는 계약이 필요하고 이는 최원태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그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롯데 등 타 구단들의 관심이 크게 식어버린 상황에서 최원태가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불안해진 입지 한화 FA 내야수 하주석
이런 최원태와 함께 한화의 내야수 하주석의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하주석은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 자원이고 연봉 수준도 높지 않아 알짜 영입이 될 수 있는 FA 선수다. 하지만 최근 시즌 하주석은 그 입지가 점점 줄었다.
여전히 공격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수비 안정감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 중 돌발 행동과 사생활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평판이 크게 하락했다. 한화에서 주장을 하기도 했던 하주석이었지만, 이런 평판 저하는 큰 마이너스 요소다.
올 시즌도 하주석은 이도윤, 황영묵 등 젊은 선수들에 밀려 1군에서 출전 경기 수가 크게 줄었다. 다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고 경기력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하주석은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반등의 여지가 있다. 하주석은 그의 연봉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원 소속팀 한화 잔류를 목표로 다년 계약을 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한화는 심우준을 영입했다.
이미 이도윤과 황영묵에 주전 자리를 내준 그로서는 심우준이라는 확실한 주전 유격수의 등장으로 협상력이 크게 떨어졌다. 한화는 하주석을 백업 자원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그가 원하는 다년 계약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B등급의 굴레 심우준에 치이고 신예들에 치이는 상황
하주석은 뛰어난 가성비로 FA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최근 부진에 25인 외 보상 선수가 있는 B등급 선수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만약, 하주석이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 선수라면 가성비 선수로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하주석으로서는 한화의 선처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는 하주석에 다년 계약을 해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백업 자원도 확보하고 있다. 계약을 한다 해도 백업 내야수 이상의 계약은 어렵다. 하주석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그 경우 단년 계약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변수는 있다. 한화가 하주석을 전력 외로 분류한다면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팀을 옮길 수 있다.
◆돌파구는 싸인 앤 트레이드
이 방식은 이미 FA 시장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원 소속 구단은 기존 선수에 길을 열어주고 필요한 선수를 트레이드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 선수 출혈이 크지 않다면 내야진에 약점이 있는 롯데나 내야진의 고령화와 백업진 부족이 우려되는 KT 등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하주석 역시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아직은 최원태 등 그보다 앞선 순위의 FA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어 하주석의 순번이 뒤로 밀려있지만, FA 시장 후반부 하주석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에이전트의 역량이 필요하다.
하주석은 부침이 있었지만,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로 부상만 없다면 분명 매력적인 선수다. 선수로서 경험도 풍부하다.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고 올 시즌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아직 하주석은 그가 원하는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하주석은 계속 잊힌 FA 선수가 될 것인지 그에게 초조한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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