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책에서 보던 셰익스피어를 공연으로 만나다 -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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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12:55 | 최종 수정 2019.07.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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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 <베니스의 상인>이 노래와 함께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은 새로운 해석을 더하지 않고 원작에 충실하게 해석했다.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셰익스피어의 극을 또 다른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제공한다.
<베니스의 상인>은 르네상스 시대 가장 부유했던 도시인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돈을 대출한 안토니오와 유대인 샤일록의 갈등, 또 하나는 포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돈을 빌려 여정을 떠나는 바사니오의 이야기로 나뉜다.
▲ 안토니오의 살을 가져가겠다며 칼을 들이대는 샤일록.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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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인 안토니오는 절친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바사니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씀씀이가 헤퍼 파산한 상태. 이들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을 찾아가 돈을 빌린다. 그러나 샤일록은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안토니오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3개월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증서를 내민다. 안토니오는 증서에 서명하고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한편 막대한 재산가의 딸 포샤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구혼자들에게 문제를 내서 문제를 푼 사람과 혼인을 하겠다고 공표한다. 금, 은, 납으로 된 상자 중에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는 사람과 혼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구혼자들은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돌아가지만 바사니오는 단숨에 문제를 풀어 포샤와 혼인하게 된다.
▲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모습. 안토니오는 바사니오를 위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지만, 그가 유대인인데다가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이유로 심한 모멸감을 준다.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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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토니오는 자신의 물건을 싣고오던 배가 모두 난파되어 모든 재산을 탕진해 돈을 갚지 못하게 되었다. 약속대로 샤일록은 자신의 증서대로 살을 베어내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관으로 변장한 포샤가 법정에 출현하게 되고 그녀는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해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고한다.
언뜻 보면 이야기는 샤일로는 악으로, 두 친구는 선으로 그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극은 어느 관점으로 극을 보느냐에 따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모르게 한다.
▲ 모든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샤일록. 그의 모습에서 베니스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슬픔이 엿보인다.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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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으며 살아야 했던 샤일록이 이방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샤일록을 연기한 김수용의 연기가 더욱 빛났다. 그는 샤일록을 단순한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고, 이태리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서러움을 잘 그려냈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채플린의 이 말은 셰익스피어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속에 이미 잘 녹아있다. 모두들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그 인물들이 모여 그려낸 극은 한 편의 유쾌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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