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ES 제공)

CDMES 얼라이언스가 지난 6월 23일 오후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A에서 ESG와 스타트업을 주제로 "새로운 시대적 사명: ESG와 스타트업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분야 스타트업과 기존 조직들 간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 분야별 현황과 과제, 그리고 상호 연계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친환경 건축, 환경교육, 사회투자, 종교기관 거버넌스,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5명이 패널로 참석해 ESG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건축 분야 ESG 플랫폼의 가능성과 한계

아키테코그룹 고정림 대표는 친환경 건축을 통한 탄소 감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대표는 "건축물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감축 효과가 크다"며 "20년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는 ESG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현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중단으로 인한 설계비 미수금 문제와 인력 부족으로 "전에는 150명이 하던 일을 40명으로 축소하면서 모든 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컨설팅에서 디지털 트윈, 탄소 금융까지 현재 70가지 업무를 다루고 있다"며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 생태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 중심 탄소중립 실천 운동의 확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은 교회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유 센터장은 "서울시 기준으로 건물 부분이 탄소 배출의 68-70%를 차지하는데, 교회 건물도 마찬가지"라며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5년간 환경운동을 해온 유 센터장은 "기후우울과 무관심 사이에서 감정까지도 포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동대문구청과 MOU를 체결해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부금 영수증 발급 불가와 공모사업 의존 등 재정구조의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단순한 후원이 아닌 어느 정도 수익성을 내면서 지속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구조적 지원체계 필요

사회투자지원재단 강도현 상임이사는 ESG 중 S(사회) 분야가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강 이사는 "외부효과 때문에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투자해도 그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회적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성공 사례로 영국의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 펀드를 소개했다.

"영국은 휴면예금 1조 8천억 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했다"며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이 나서면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한국 교회가 1조 원 정도를 모아 이런 사업을 벌인다면 사회적 신뢰 회복과 함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영국의 성공적인 펀드 운영은 기독교인들의 유산 기부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가능성을 제시했다.

■종교기관 거버넌스 혁신 사례

구세군 거버넌스법인 윤주석 실장은 120년 역사의 종교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거버넌스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윤 실장은 "기존의 사적 지배구조에서 공적 책임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9월 거버넌스 이사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이사회는 교단장을 포함해 현장 목회자, 시설 직원, 외부 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되며, 성별과 세대 균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함께 소통하며 책임을 나누고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7~8년간 40~50개 교회가 문을 닫았지만, 단순한 퇴장이 아닌 지역사회를 살리는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며 소셜 벤처 형태의 새로운 시도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창업지원 정책의 구조적 문제 지적

장진원 전 MBC 국장은 현재 정부 창업지원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장 전 국장은 "중소벤처기업부, 과기정통부, 지자체에서 엄청난 돈을 풀고 있지만, 95% 정도의 청년들이 희망고문 끝에 공황장애와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성공 사례로 포장되는 IPO들도 "기업 가치보다는 금융공학적 기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안으로는 "돈을 쫓아가면 실패하지만, 가치를 쫓아가면 돈이 따라온다"며 가치지향적 동맹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

패널토론에서는 각 분야별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상호 보완을 통한 협력 가능성이 집중 논의됐다.

고정림 대표의 ESG 플랫폼과 유미호 센터장의 교회 탄소중립 프로그램 연계, 강도현 이사의 사회투자 경험과 윤주석 실장의 거버넌스 혁신 노하우 결합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빈 교회 공간을 활용한 로컬 스타트업 연계 방안, 교회 자산을 활용한 사회적 임팩트 투자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유명종 CDMES 대표는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지만, 동맹체를 통해 함께 간다면 가능하다"며 "ESG가 단순한 컴플라이언스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DMES 얼라이언스는 앞으로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이런 포럼을 개최해 ESG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