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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매의 날" - 정부지원보다 풀뿌리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하다 : 오래도록365(협) - 사회적문제인 치매극복을 위한 이색창업

윤준식 기자 승인 2015.09.21 21:48 의견 0
매년 9월 21일은 국제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로 우리나라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함에 따라 이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해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치매극복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형 치매조호(방문돌봄)서비스를 비즈니스 목표로 하고 있는 오래도록365 협동조합(이하 ‘오래도록365’)은 2015년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조호관리자를 위한 교육세미나, 은평구민 대상의 치매인식 설문조사, 치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방송을 개시했다.

 

‘치매극복의 날’ 행사는 일반적으로 보건, 복지, 노인분야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풀뿌리 협동조합이 이런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래도록365 이헌무 이사장에 따르면, “치매를 조기발견하여 초기에 잘 관리하면 치매진행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어 중증치매를 피할 수 있다는 연구발표가 있다”면서 “중증치매로 이어지면 요양기관으로 수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치매환자의 인권이 무시되거나 가족들의 심적고통도 크고, 복지비용으로 정부재정에도 부담을 끼칠 수 밖에 없어 이와 관련한 민간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올해 초 협동조합을 결성했다”고 전했다.

 

▲ 치매조호관리자 교육중인 '오래도록365 협동조합' <p class=(사진: 윤준식기자)" width="550" height="412" /> ▲ 치매조호관리자 교육중인 '오래도록365 협동조합' (사진: 윤준식기자)

은평구청의 관심과 지원도 오래도록365의 활동이 구체화되게 만들었다.

 

오래도록365의 사업장 소재지인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은평구에 소재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구로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노인복지, 노인일자리 창출 등에 관심이 많은 기초자치단체다.

 

은평구청 일자리정책과 협동조합정책팀 정귀수 팀장은 “오래도록365는 시니어 일자리창출과 치매라는 노인문제 해결의 두 가지 과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하고 “최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둔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이 문제해결형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생활영역 - 사회적 경제주체 -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밀접하고 튼튼한 삼각구도 속에서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들도록 사회적경제 주체간의 협업의 길을 열어주는 한편 제도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오래도록365 측이 ‘치매극복의 날’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게 된 계기도 은평구청 협동조합정책팀이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 사업을 연계해주면서부터다.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제공한 소정의 자금지원도 있었지만, 다양한 협업의 기회를 얻게 되며 창의적인 접근이 시작되었고 지역사회에 적합한 치매예방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365 최상옥 이사는 “은평구민 치매인식 설문조사의 경우, 우리 조합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은평구에 적합한 돌봄서비스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데이터로 쓰일 수 있다”면서 “데이터만 수집해 공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지역 내 관청, 공공기관, 학교, 단체 등이 서비스 개발, 정책수립을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옥 이사는 ‘함께 생각하는 치매’라는 제목의 소셜방송도 제작했다면서 “앞으로 우리 조합원이 될 분들을 위한 교육자료를 준비하려다가 지역사회 주민들과 일반시민들도 이런 내용을 원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며 “지금까지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캠페인성으로 진행한 콘텐츠들은 시의성에만 주목하고 있고 방송에서 다루는 치매정보는 지속적이지가 않아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치매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해소할 수 있게 하려다보니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래도록365 협동조합원들이 은평구청에서 내방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치매예방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2" /> 오래도록365 협동조합원들이 은평구청에서 내방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치매예방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사진: 윤준식 기자)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오래도록365 측이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접근하지 않는 독특한 시각이 들어 있다.

 

지역 시민사회의 문제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정부예산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자생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 외에도 치매환자를 부양하는 가족에게도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매와 관련한 기존 정책과 공공서비스는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에게만 집중되어 있어 환자요양, 돌봄서비스, 의교와 복지혜택을 주는 이외의 영역에는 역량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365이 치매예방과 초기치매발견과 연계한 조호서비스를 비즈니스화하려는 이유는 치매는 개인의 질병이라기보다 가족과 공동체에게 부담을 지우는 사회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심적부담과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또 치매가 전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환자를 5년 이상 돌본 가족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조사가 나올 정도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치매인구가 52만을 넘어섰다. 이는 65세 노령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통계치가 아니다.

 

또한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가는 인구구조는 치매에 대한 위기의식을 더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인구구성의 7%선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14%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대로라면 2025년에는 치매인구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는 상황이다.

 

보통은 이런 상황 속에서 치매문제 해결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국가가 치매노인을 부양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가 제도를 보완하고 예산을 많이 확보할수록 치매환자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하고 격리하는 정책으로 귀결된다.

 

농경문화, 대가족중심 문화, 유교문화의 소산일 수 있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며 모시는 우리의 정서에는 이런 정책이 맞지 않는다.

 

치매조호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오래도록365 협동조합의 등장은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의 위기에 대해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사회적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핵가족, 1인가족이 보편화되는 도시 한복판에서 마을공동체가 대가족의 기능을 대체하려는 경향성이라는 2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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