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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일본 방위산업 강화 추진과 전망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6.12 01:10 | 최종 수정 2023.06.12 01:14 의견 0

지난 6월 7일 일본의 방위산업을 지원하고 장비품 개발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위장비품생산기반강화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①생산기반 유지 및 강화(생산 효율화 및 사이버공격 대책, 사업승인 등 경비를 국가가 부담), ②수출지원(해외수출 목적의 장비품 사양과 성능변경을 하는 기업에게 조성금 지원), ③금융지원(정부계 금융에 의한 융자 우대책), ④국유화(국가가 제조시설 등을 획득하고 민간 기업에게 관리 및 운영을 위탁), ⑤비밀보호(방위성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비밀정보를 유출한 기업의 종업원 들을 형사처벌) 등을 포함하고 있다.(아사히, 4.29)

과거와는 달리 일본 정부가 방위산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에는 첫째, 다수의 방위산업 기업들이 방위산업 생산으로부터 철수하고 있으며, 이를 일본정부는 안보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즉,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 후지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기업과 그 하청업체(전투기 부문 약 1,100개, 호위함 부문 약 8,300 개, 전차 부문 약 1,300개)가 방위산업 장비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들의 이익률은 약 7.2% 수준(방위장비청, 2023.3)에서 2~3%수준(NHK, 2023.2.17.)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여 년 동안 약 100여 개의 기업이 방위산업에서 철수하였는데, 최근에는 유압 관련 부품(항공기용 Actuator, 밸브, 휠, 브레이크 등) 제조업체인 가야바(KYB)가 작년 2월 항공기 부품 생산사업 철수를 발표했고, 코마츠는 장갑차, 스미토모 중기계공업은 기관총, 다이셀은 전투기 탈출장치, 요코하마 고무와 스미토모 전기공업 등은 전투기용 부품생산으로부터 손을 떼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자위대의 부품 조달 및 운용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아베 정권 당시 정치적 결정에 의해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무기 구매를 추진해 왔는데, 이 결정은 자위대 예산운영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①국고 채무부담 해결을 위해 방위 장비 구매에 따른 지불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도록 추진하거나 보정예산(추경)으로 예산 부족분을 보완했다. ②하지만 2023년 후년도에는 부담액이 7.6조 엔에 달하였고, 2023년 FMS 조달요구액도 1조 4,768억 엔(입법과 조사, 2023.2)에 달하는 등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셋째로 자민당에 대한 방위산업체의 정치헌금은 오래된 관행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미츠비시의 경우 메이지 정부와의 결탁과 보호로 방위산업을 주력으로 기업화가 이루어지며 재벌이 되었다. 당시 미츠비시 창설자인 이와사키 야타로(岩崎 弥太郎)는 “국가가 있어 미츠비시도 있다”(国あっての三菱)라고 까지 언급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2021년도 조달실적’에 기재된 방위장비청과의 계약을 맺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카와사키중공업 등 방위산업 실적 상위 10개 사가 제공한 자민당 정치자금이 총 1억 5,300만 엔에 달했다.(닛칸 겐다이, 2023.1.24.).

게다가 자위대 예비역과 방산업체와의 유착관계도 간과할 수 없다. 자위대 예비역은 우리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65세부터 연금수령이 가능하므로 일본의 장군 출신중 가장 낮은 직급인 소장(60세)으로 전역하게 되면 적어도 5년은 취직을 하거나 연금 없이 자신의 자산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이직 전 5년간, 이직 후 2년 이내에 방위성과 계약을 체결한 영리기업으로 재취업할 경우 방위인사 심의회(이직자 취직 심사분과회)에 회부한 후 방위대신(또는 위임받은자)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일본의 방위산업 강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우리와의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까지도 자민당 국방족 국회의원 가운데는 초계기 저고도 위협비행과 욱일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양국 교류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본의 선진기술을 훔쳐서 발전했다는 뿌리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방위산업의 장단점에 대해 부언하자면 2차대전 패전의 경험으로 기술력이 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국가방위력이 기술력 그 자체일 뿐 아니라 억지력과 외교력까지도 국가의 기술력에 있다고 생각한다.(내각부 과학기술 외교전략 TF, 2010.1.13. 등) 특히 산업 기반에서는 가공 및 기재 기술 등 개별분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일본의 핵심기술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민생분야의 기술이 방위산업 기술화(SPIN-ON) 되는 사례도 많다.

일본의 선진기술이 방위생산 기술화(SPIN-ON) 된 사례

게다가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일본의 민생분야 기술인 정밀 렌즈(기지경비에 활용하는 렌즈)와 함정의 항법장비(후루노 레이더 등), 공격용 드론의 부품(Servomotor와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의 민생기술과 장비가 군사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방위장비를 수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수요자가 방위성으로 한정되어 있어 가격합리화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안 그래도 비싼 가격이 문제인데 미일 공동개발 혹은 라이선스 생산 시에는 최대 3배 이상 가격이 오르거나, 대미 수입 혹은 독자 개발 시에는 최대 6배 이상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방산업체도 단독으로 수주를 하거나 혹은 대기업간 돌아가면서 수주를 따는 순환식 수주(住み分け) 방식에 안주하고 있어, 정부 주도의 방위산업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고기사: 뉴시스 23.06.07.]
日, 방위산업 중단기업 생산설비 국유화…해외 수출도 지원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607_00023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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