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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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시가 넘어서 그런지 어질어질 골치가 띠~잉 하다.
해지기 전에, 사실은 해가 언제 졌는지 기억에 없지만
암튼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목적지인 띵게이리에 도착했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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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공항에서 빌린 8기통 4륜구동 포드 익스플로러가 제 이름값을 했다.
중고차를 빌려 반값(새차의 경우 2주일에 $3200 쯤 하는데 우리는 $1600에빌린 거 같다)이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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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 뒷켠에 임자 없는 나룻배가
- 어이.. 장서방! 물 반 고기 반이라며.. 우리 저거 타고 고기나 건질까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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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엔 가두리 양식장인가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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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동네를 삼킬듯 야금야금 산에서 내려오고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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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거 없는 거 다 꺼내어 후다닥 순대부터 채운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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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 아침
동네마다 있는 풀장 겸 온천으로 꼬맹이들이 먼저 온다.
우리는 캠핑 카드에 새면과 샤워가 포함되어 있는 터라 대충 샤워만 했고.
온천은 나중에 미바튼에 가서 질편하게 즐기기로 합의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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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꼬마들이 온천을 끝내고 놀이터에 모였는데
그중 제일 나이 들어보이는 녀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 한장 찍워 줘요
- 어디서 왔는데
- 어디로 가는데
제법 영어를 하길래 몇살이냐 물었더니 12살이란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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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꼬맹이들은 뭘 물어도 베시시 웃기만 하는 것이 마냥 귀엽기만 하더라
모르긴 해도 아시안계는 처음이리라.
영어를 쬐끔 하는 왼쪽에 제일 키가 큰 녀석이 사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자아이라는
순간 아이슬란드에서 선출한 세계 최초 레즈비언 대통령,
조하나 시구르다르도티르 얼굴이 떠오른다.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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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누군가 감자를 캐고 남은 자리가 분명한데
주인 허락도 없이 우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감자서리다.
- 남으면 그냥 버리지 말고 우리랑 좀 나눠 먹어야 복받는거야.
- 하나님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다 주시고..
- 이게 웬 떡이냐 오늘 저녁엔 감자밥 해먹자!
- 감자 없는 닭도리탕은 김 빠진 버드와이저요 햄버거 없는 맥도날드라니깐!
가죽이 모자라 찢어진 입들은 분명 아닌 듯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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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어떤 작물이든주인 허락 없이 밭에 들어가 먹을만큼만 캐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 나라다. 진짜다.
그런데 고맙게스리 감자밭 옆에는 참나물과 민들레가 쫘~악
▲ 아이슬란드 첫 번째 코스 ⓒ 죽향(竹鄕)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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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기들 서식지에 뛰어든 침입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던 양들이
- 오메 잡것 요거시 뭔 일이다냐 시방
하면서 메~에 메~에 울더라.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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