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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프로야구] 계속되는 논란에도 거스를 수 없는 ABS 시대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4.05.02 12:07 의견 0

팀 당 30여경기를 치른 2024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 하위권 팀 KIA와 삼성의 강세, 흔들리는 디팬딩 챔피언 LG의 상황이 엇갈리며 지난 시즌과 다른 순위 판도를 보이고 있다. KIA는 시즌 전 돌발 악재와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지만, 두꺼워진 뎁스과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고 삼성은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타선의 폭발과 강력한 불펜진을 앞세워 승률을 끌어올렸다.

NC는 극강의 에이스였던 외국인 투수 페디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갔지만, 그를 대신한 외국인 투수들의 호투와 안정된 투. 타 밸런스를 더해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SSG는 그들 특유의 빅볼 야구와 승부처에서 높은 집중력으로 하위권 전망을 깨고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LG는 불펜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난 시즌의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위권 팀들과 하위권 팀들은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모습이다. 4월 한 달 10승에도 이르지 못하며 최하위로 밀린 롯데는 좀처럼 침체한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KT는 최근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마운드 불안으로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는 경기를 치를 수록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선두권을 위협했던 키움은 부족한 선수 뎁스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상위권 후보였던 두산은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팀 레전드 선수의 개인사가 구단에 악재로 작용하며 팀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

혁명적 변화 ABS

이렇게 팀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모든 팀과 선수들의 희비를 매 경기 엇갈리게 하는 변화도 있었다. 올 시즌 KBO가 전격적으로 도입한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볼판정 시스템인 ABS 시대 개막이 그것이다. ABS는 기존의 야구의 틀을 완전히 깨는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야구에서 늘 있어왔던 볼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그 필요성이 대두됐던 ABS였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영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1군 경기에서 ABS가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건 KBO 리그가 세계 최초다. 이미 퓨처스 리그에서 ABS를 운영하긴 했지만, 아직 준비 기간이나 적응 기간이 부족하다는 우려에도 KBO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 누적된 볼판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 지난 시즌까지 거의 모든 프로야구 경기에서 볼판정과 관련한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있어왔다. 그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선수와 감독의 퇴장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계방송에서 S존이 도입되면서 볼판정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분명 S존을 통과한 공이 볼로 선언되거나 빗나간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는 장면들은 SNS 등에 그 장면이 공유되면서 심판 불신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심판들은 심판들 대로 거의 매 경기 일어나는 볼판정과 관련한 시비에 지쳐있기도 했다. 심판들이 ABS 도입에 대부분 찬성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렇게 도입된 ABS는 시범경기 시험 운영을 거쳐 정규시즌 운영됐다. 이를 위해 KBO는 판정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등록된 선수들의 신체 사이즈를 모두 측정해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정의 공정성와 일관성 유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

물론,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시스템에서 볼 판정을 하고 이를 심판의 수신기에 전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하거나 순간 ABS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에 있어 부족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판정하는 ABS는 이전같으면 스트라이크가 될 수 없는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기도 했고 포수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공도 공이 지난 궤적에 따르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혼돈을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들은 선수들의 불만을 누적시켰다. 정해진 규격에 맞게 공이 통과하면 되는 상황에서 타자들이 대응할 수 없는 사각 지대가 나타나기도 했고 경기장 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여기에 시스템 오류로 인한 문제 해결과정에서 심판들이 판정 결과를 조작하는 행위가 중계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고 드러나면서 상당한 비난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해당 심판들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KBO는 시스템 개선과 함께 오류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추가로 마련했다. 하지만 ABS 시스템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제구에 있어서도 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전직 메이저리거 한화 류현진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났고 KT 황재균은 볼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다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몇몇 팀 감독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선수협도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고 했다.

분명, 올 시즌 첫 시행되는 ABS이니 만큼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ABS는 야구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볼판정에 있어 갈등의 중요한 이유였던 일관성 유지면에서 ABS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ABS는 도저히 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문제도 있지만, 누구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공정성이 담보되어 있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심판들의 판정에 있어 개인적 감정이나 친분, 선수들의 이름값이 일정 작용하고 있다는 의문이 있어 왔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인 선수들의 볼판정을 통해 일종의 길들이기를 당하는 관례가 있고 빅네임 투수들에게는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되는 면도 있었다. 이는 일종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우리 프로야구는 특히, 선수풀이 넓지 않고 프로야구 종사자들 상당수가 학연과 지연등으로 엮여 있다. 이에 그 어느 리그보다 선후배 관계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몸맞는 공 발생시 투수들이 타자에 사과 표시를 하는 등 다른 리그에서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게 하지만, 이런 부분이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았던 것도 우리 야구, 스포츠계의 관행에 대한 반감이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일관성과 공정함 팬드의 지지

ABS는 인간적인 면모를 빼면서 다소 삭막한 느낌도 주지만 공정과 일관성만큼은 분명히 유지된다. 경기를 보는 관중이나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부분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팬이 없는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는 현실에서 팬들이 지지하는 ABS 시스템은 그 자체가 흔들리기 어렵다.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이미 퓨처스 리그에서 시행되어 상당 수 선수들이 이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ABS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들 상당수가 하위권 팀에 집중되어 있다.같은 ABS 판정 속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팀과 선수들의 모습도 공존한다는 점에서 그 불만을 공감을 얻기 어렵다.

ABS는 팬들이 그 효능감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즉,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건 더는 힘을 얻을 수 없다. 판정에 대한 불만도 공감을 얻기 힘들다. ABS는 적응의 문제다. 다만, KBO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으로 오류 발생의 가능성을 줄이고 제기된 문제점의 개선과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지속해야 한다. 이는 시스템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KBO는 야구팬들로부터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야구인 출신 총재가 선임되면서 일처리의 투명성이 커졌고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각 구단의 입김이 크기도 하지만, 팬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ABS는 팬들의 지지 속에 시행된 제도다. 선수들의 불만은 판정이 아닌 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부분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ABS 시스템 도입 이후 이를 잘 활용하는 선수와 팀들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회 각 부분에서 진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ABS는 그 산물이다. ABS 시대는 적응과 창조적 대응이 우선시 되야 한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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