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층을 활용하자(1)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135)
조연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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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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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전, 거리에는 어르신들에게 최대 25만 원까지 노령연금 지원과 관련한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노령층 고용이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노령층을 대우하는 건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미래 공무원이나 교사를 꿈꾸는 상황에서 생색내기 노령층 고용 확대라는 선심정책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청년층과 장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유권자 연령층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서 노인 유권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미래 주인공은 청소년들이라는 물린 구호는 선거 기간에는 무용지물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청소년 정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라도 투표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도시 중에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곳이 두 군데 있다. 65세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6%를 넘는 부산과 14%를 넘는 대구다. 도시에는 주로 청년들이 모일 거로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제2의 도시와 제3의 도시가 고령화 사회가 됐음은 한국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인구 100억』에서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 대부분이 출산율이 낮다는 것을 지적한다. 미국과 같이 이민에 개방적이지 않다면 노인 인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동시에 사회가 평등할수록 출산율이 낮고, 인구 증가가 더디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는 크게 적용되지 않는 분석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한민족’이라는 피의 사슬에 꽁꽁 묶여있다. 실제로 단군의 핏줄을 제대로 계승한 사람은 거의 없는데, 혈연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피부색 다른 한국인보다도 70년 넘게 만나지 못한 북한 동포들을 더 가깝게 여긴다(통일에 대한 염원과 바람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필자는 통일 시민운동을 했고, 통일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다). 최근에 나온 언론 보도를 봐도 외국인 근로자나 난민들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늘어나는 노령층과 줄어드는 청년층의 비율은 쉽게 역전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령층을 활용하는 방법뿐이다. 국가에서는 25만 원 지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老後) 준비가 안 된 국민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노후를 원만하게 책임지는 국가는 북유럽 몇을 제외하면 없다.
GDP 수준을 고려할 때 북유럽 국가는 최소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성장의 정체기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국가의 실행을 바라는 건 망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선전하는 정부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선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노령층 인구를 생산 노동자층에서 제외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과 현실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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