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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17)]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20 15:24 의견 0

우리는 전시나 책을 만들 때 이미지에만 집착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지가 의미를 전달한다고 맹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과연 이미지만이 의미를 전달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으며 독립적이고 단락적입니다. 이 이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와 함께 연계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전시장에 걸리는 이미지의 숙명입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전시의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다면 전시장에 딱 한 장의 사진을 전시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런 전시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은 복잡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이미지로 우리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을 함축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시장에는 일정한 양의 작품이 걸립니다. 그것이 회화이건 조각이건 사진이건 모두 같은 양상을 띱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이미지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일까요 잘 생각해보면 모든 이미지, 전시장의 그림이나 사진이나 모든 프레임은 개적으로는 단절된 상태를 유지하고 함께 걸리면서 유기적인 사유의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간극입니다.

모든 사진을 한 장의 이미지에 몽타주처럼 프린트 하지 않고 개별의 프레임에 넣어 전시를 하는 것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공간을 위해서입니다. 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은연중에 의미를 부여한 셈이지요. 실제로 작품이 하는 말을 알아듣거나 소화 하는 공간은 바로 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입니다. 프레임을 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지로부터 일련의 정보나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 합니다.

이것들이 의미화 되고 언어와 되고 개념화 되는 것은 프레임 안이 아니라 프레임 밖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전시장에 서서 멋진 작품을 감상하던 때를 떠 올려 보십시오. 작품을 보고 충격을 먹거나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서 있다가 다음 작품으로 이동 합니다. 이 때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벽을 보면서 지나게 됩니다. 아니면 하얀 벽을 지나치면서 다음 작품에 눈을 주시하면서 이동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실로 이동하면서 하얀 벽을 거치는 이 시간에 우리는 조금 전에 본 이미지에 대해 개념 정리를 하고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스스로 그것을 소화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전시장의 흰 벽을 두는 행위는 문학적으로는 행간을 남겨 두는 것을 말합니다. 행간을 읽으라고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 됩니다. 좋은 예로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이우환 공간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우환 공간의 전시는 작품 전시라기보다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공간 전시라고 말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입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철판과 돌이 조응하고 있습니다. 마치 무생물들이 생물처럼 대화를 하거나 응시 하는 것처럼 마주 보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한 참을 머무릅니다. 왜냐하면 무생물이 인간의 자세를 하는 듯 대화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갖은 상상을 하지만 별로 소득이 없습니다. 대개 이런 상태로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이 때 이동하는 장소가 대단히 협소하고 깁니다. 이 길이 바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전시 공간입니다. 여기를 지나면서 조금 전에 보았던 작품이 나의 내면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것이 이우환 선생이 노리는 것이고 그것을 형상화 한 것이 바로 이우환 공간입니다. 한 번에 이해시키거나 논증을 하는 것이 작품의 존재이유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품과 조우하고 다시 작품이 내재된 자신과 조우하면 그 다음에 다시 작품이 나와 유리되어 가더라도 나에게는 일련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것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공간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연출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보이려고 하는 순간 작품은 혼돈에 빠지고 주제는 빈약해 집니다. 한마디로 이미지의 소음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의미와 의미 사이를 비워두기. 이것이 전시의 핵심이자 출판의 핵심입니다. 여러분은 논설문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는 의미의 블랙홀이자 의미의 발전소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어떻게 운영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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