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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28)] 보신탕은 개미식당, 생고기는 초원목장, 주꾸미는 용두동 주꾸미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3.01 20:41 의견 0
“어이, 자네 오랜만일세. 요즘도 사업 잘되나 왜 우리 식당에 안 와 일루 와서 한잔 하세.”초원목장 사장을 간만에 만났다. 담배를 사러 여관골목 대덕슈퍼에 들렀더니 초원목장 사장이 주인과 이미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반가워한다. 대덕슈퍼 주인과는 먼 친척관계인 초원목장 사장은 가끔씩 식당 일이 끝나면 집에 가는 길에 대덕슈퍼에 들러 한잔씩 마시곤 한다. 그의 부스스한 곱슬머리는 마치 코미디언 배추머리 김병조를 연상시킨다.

 

초원목장은 생고기 전문식당인데 동네에서 제일 비싸지만 맛 좋기로 소문이 나서 앉을 자리조차 없이 성업 중이다. 초원목장 사장은 외모는 소도둑이지만 장사수완이 좋고 아내의 음식솜씨는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미아삼거리 이 동네에서 그가 보신탕집 개미식당으로 성공한 이후 두 번째 차린 식당 초원목장도 대박이 났다.

 

“사장님 너무 날씬해지셨네요.”그가 당뇨가 심하다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 그렇게 물었다.“내가 지병이 조금 있잖아. 그래도 요즘은 운동 많이 하고 식사조절 잘해서 건강한 편이야. 예전에 비해서는. 허허허” 그가 내게 소주 한잔을 따른다.

 

나도 덥석 소주잔을 받았다.“저 이거만 마시고 가겠습니다. 조만간 외삼촌과 고기 먹으러 한번 들를게요.”

 

용두동쭈꾸미를 새로 연 뒤 두 부부는 가게를 관리만 한다. 이제 그 부부도 어느덧 60대 초반의 나이가 됐다.

(사진: 이정환)

 

초원목장을 열기 전에 외삼촌 네 건물 2층에서 개미식당이라는 보신탕 전문식당을 십여 년간 운영했었다. 장사가 웬만해서 잘되기 힘든 동네 음식점이 2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도 보신탕이 맛있다고 입 소문이 쫙 퍼져 식당은 늘 손님들이 초만원이었다.

 

점심시간엔 미아동사무소 공무원들이나 파출소나 경찰관, 인근학교 교사들이 단골로 찾았고 저녁엔 보신탕 안주에 술 한잔하는 동네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한번은 스승의 날에 교수님을 개미식당에 모시고 간 적이 있었다. 보신탕을 좋아하시는 교수님이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보신탕은 처음 먹어본다.’며 이 집을 단골로 삼자고 하실 정도였다. 지금은 동사무소가 이전을 해서 그 자리엔 유료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구 미아동사무소가 있을 때의 얘기니까 꽤나 오래 전 얘기이다.

 

그는 외모와는 다르게 무척 친절하고 싹싹한 편이어서 손님들 술좌석에도 자주 어울리곤 했다. 그래서 그는 단골손님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는데, 딱 한 사람 외삼촌만 개미식당 사장을 싫어했다. 이유는 싸가지가 없다는 거다. 외삼촌보다 두서너 살 아래인 개미식당 사장은 외삼촌한테 말을 놓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뭘 그러나 우리 그냥 친구로 편하게 지내자고.”“야 이 싸가지야. 내가 자네한테 한참 형님인데, 어떻게 자네랑 친구를 하나”“객지 친구는 5년까지라는데 뭘 그리 빡빡하게 구나”“시끄러운 소리 말고 가서 육수랑 야채나 더 가져와. 소주도 한 병 추가하고.”외삼촌은 나이가 어린 사람이 친구를 먹자고 엉기는 게 싫었던 거다.

 

아무튼 개미식당은 미아리에 들어와 성공한 음식점이다. 하지만 그 집도 여느 집처럼 걱정거리가 있었다. 큰딸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아주 심한 편은 아니어서 일상적인 생활은 할 수가 있었지만 딸아이 걱정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개미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외삼촌 말씀에 의하면 개미식당 사장이 주식에 손을 댔다가 결국 큰돈을 손해 봤다는 것이다. 가끔 동네를 지나치다 만나게 되면 개미식당 사장은 초췌한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쳤다.

 

그런 모습을 본 지 3년쯤 지났나오래된 한옥건물이 개 보수 되며 ‘초원목장’이라는 생고기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그 음식점 사장이 바로 개미식당 사장인 것이다. 초원목장은 문 열자마자 동네에서 제일 인기 있는 생고기 전문 식당이 되었다.

 

주식으로 돈은 다 날렸지만 그의 장사 수완을 믿은 친구들이 그에게 돈을 빌려주며 도와 재기를 한 것이다. 마침 싸게 나온 낡은 한옥을 인수해서 가든식당 스타일로 식당을 꾸며 맛나게 음식을 하니, 옛 손님들도 다시 찾으며 금방 미아삼거리 명소가 됐다.

 

“어이, 자네는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지 우리 집 항정살이 무지 맛있네.우리 식당 고기는 가평에 있는 내 친구한테서 받는데, 정말 맛있어.” 이 양반 기억력도 좋다.

 

지금은 세 번째 식당인 ‘용두동 주꾸미’를 미아삼거리 먹자골목에 열었다. 그 집도 한참 성업 중이다.

 

아무튼 장사수완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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