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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관객이 형사가 되다 - 연극 '쉬어 매드니스'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4.27 23:36 의견 0
“지금부터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관객들이 처음 마주한 공간은 분주한 미용실이다. 두 명의 헤어디자이너와 한 명의 손님. 입담이 매력인 수다쟁이 원장은 손님에게 끊임없이 수다를 건넨다. 원장의 화려한 말솜씨 덕에 관객들은 산만했던 미용실에 적응해 간다.

 

극이 전개되며 이 미용실에는 총 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미용실의 수다쟁이 남자 원장, 신입 여자 디자이너, 이미 미용실에 와 있던 손님과 면도를 하러 들른 손님, 뭔가 여자 헤어디자이너와 사연이 있는 듯한 멋진 남자, 엄청난 쇼핑백을 들고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오는 부자집 사모님까지. 그런데 이들은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다들 뒤가 찜찜하고 비밀이 있는 듯하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재연하는 형사와 용의자들

(콘텐츠 플래닝 제공)

 

손님 중 둘은 미용실 윗 층에 살고있는 유명 음악가 ‘바이엘 하’의 살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잠입한 형사였다. 다른 네 사람에게서는 범인으로 보이는 증거가 여기저기 보여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객참여형 극으로 이미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바이엘 하’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극이다. 극의 앞부분은 배심원으로 자리잡은 관객들 앞에서 사건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극의 후반부는 관객들과 함께 추리를 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인터미션 시간조차 무대 밖 공간에서 형사 역의 배우들과 관객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렇게 관객들은 사건을 관찰하고 주어진 단서들을 토대로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추리를 완성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객과 함께하는 극의 단점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안고 간다. 그러나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을 무대 위 배우들과 다름없도록 만든다. 관객들은 셜록 홈즈를 방불케 하는 관찰력으로 사건 수사에 참여한다. 예리한 눈으로 아주 사소한 단서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관객들의 시선에 배우들도 감탄을 자아낸다. 예상치 못한 포인트를 잡아내는 눈들이 모이며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또한 따로 정해진 결말이 없다는 것 또한 이 극의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관객들의 투표로 범인을 정할 수 있어 극의 결말에도 영향을 끼친다.

 

관객과 함께 추리를 완성하는 형사. 쉬어매드니스는 관객이 참여하는 매력적인 극이다.

(콘텐츠 플래닝제공)

 

배우들은 관객들의 단서를 일일이 검증해내기 위해 관객의 소리에 집중한다. 관객이 찾아낸 단서를 모두 검증해낸다. 무대 위 배우들은 추리극을 진행하는 능수능란한 MC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라도 배우들의 무대 장악력이 돋보이는 연극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걸출한 입담을 자랑하며 쉬어 매드니스 원장 역할을 맡은 배우 김윤희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관객들의 배꼽을 잡는 웃음을 요소요소마다 잘 잡아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대학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지친 연극팬이라면 쉬어 매드니스를 통해 웃음과 추리를 다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명탐정의 기분을 만끽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몰입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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