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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59)] 착한 사진 못된 사진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5.30 11:10 의견 0

‘착한 사진’이란 누구나 보아서 좋아하는 사진을 말 합니다. 그런 사진은 여러분 주위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개의 아마추어와 프로들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추구하는 정점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주위의 친구들은 세계를 주도하는 사진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대체로 그 친구들의 수준은 사진을 좀 했다거나 안목이 조금 높다거나 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이런 사람이 좋다고 말 하는 사진을 ‘착한 사진’이라고 저는 말 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고 누구나 보아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진이지요.

그렇지만 한 번만 더 생각을 높여 보십시오. 주위에 여러분의 사진을 인정해 줄만한 사람의 미의식은 여러분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분과 실은 비슷하지요. 이런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사진은 동네 축구 수준입니다. 동네에서 공을 좀 잘 찬다고 프로의 무대로 바로 갈 수 없습니다. 동네 축구는 어디까지나 동네 축구고 선수들은 다릅니다.

체력도 다르지만 공을 향한 집념도 다릅니다. 그리고 게임을 운영하는 생각의 근육도 완전히 다르지요. 착한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동네 축구의 한 멤버가 되어 즐기는 수준에 불과 합니다. 그 정도로 만족한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동네 축구 수준에 다른 팀과 맞붙어 별로 지는 일 없이 건강도 챙긴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선수를 꿈꾼다면 달라야 합니다. 분명히 달라져야 하지요.

선수는 몸싸움부터가 다릅니다. 몸싸움은 교묘합니다. 심판의 판단을 넘어서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그것이 무서워 몸싸움에 밀려서도 안 됩니다. 축구를 하고 몸싸움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몸싸움에 밀리면 공을 빼앗깁니다.

공에 대한 집요함과 교묘한 몸싸움으로 공을 선점해야 합니다. 상대를 어깨는 물론 손으로 밀고 당기면서 드리볼 해가는 광경을 여러분은 보셨을 겁니다. 이 때 우리선수가 하면 박수를 치지만 상대 선수가 하면 야유를 합니다. 그만큼 몸싸움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가치와 감정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김홍희사진작가 제공

‘못된 사진’은 이런 몸싸움의 결과와 비슷합니다. 사진을 찍거나 발표할 때 상대와 비슷한 룰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상대를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교묘한 몸싸움의 결과입니다. 상대가 보여주는 패를 읽고 그 패를 넘어서는 행위를 결과로 냅니다. 착하게 축구를 하면 공을 빼앗깁니다. 상대는 모든 전략적, 전술적 몸싸움을 익혀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선수가 되려면 정신적 몸싸움의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그저 보기 좋고 안일한 사진의 세계에서 몸을 비비고 싸우고 전투적이며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기묘한 작품으로 대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작품과 달라야 하며 다른 사람이 하는 룰을 부숴야 합니다. 그러면서 룰 속에 교묘히 남아있어야 합니다. 룰을 심하게 깨면 퇴장 당하니까요. 이럴 때의 룰은 사진이나 작품에서는 ‘코드’라고 합니다.

일정한 지적 수준이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종의 암호를 넣어 놓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나 알아먹거나 좋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그 작품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수준 높은 암호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예술계의 심판은 큐레이터거나 비평가이거나 소장가 쯤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환호하고 게임을 속행 시킬 때 사진적 몸싸움은 성공한 것이 됩니다. 이 기묘한 비틀기. 이 몹쓸 몸싸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남이 보면 야유하고 같은 편이 보면 박수를 칠만한 못된 사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수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중요한 기점이 됩니다.

꼭 프로만 사신을 제대로 하고 아마추어는 제대로 사진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님을 명심해 주십시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일가를 이루고 싶다면 이 몸싸움은 부득이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동네축구에서 만족하면 됩니다. 인생에 각자의 좌표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모두가 프로가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렇지만 대개의 작가들은 프로페셔널한 작품을 구가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 사진적 몸싸움으로 못된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몸싸움 근육이 발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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