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눈으로 확인한 피사체를 촬영합니다. 그런데 항상 이것이 유효할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눈으로 확인한 피사체를 뇌가 찍을 것을 명령하고 손가락이 움직여 찍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순식간에 피사체를 찍는 것 같지만 실은 뇌와 손가락 사이의 반응 속도가 자그만치 1/4초가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숙련되었을 때 말이죠.

1/4초는 어떤 경우에는 긴 시간이 아니지만 어떤 촬영인가에 따라서는 대단히 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본 체조를 하는 선수를 찍는다고 가정 합시다. 음악에 맞추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선수를 일일이 포커스를 맞춰 가면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촬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가장 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면 실제는 그 극적인 순간의 1/4초 뒤가 찍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가장 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습니다. 오랜 훈련을 통해 가장 극적인 순간의 1/4초 전에 셔터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카레이스 사진을 찍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화살처럼 달리는 카레이서의 얼굴을 1000미리 렌즈로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사진이 한 때 유행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200키로 이상 달리는 카레이서의 긴장된 얼굴을 1000미리 렌즈로, 그것도 클로즈업해서 촬영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난도 기술 입니까

당시는 오토포커스 기능도 없었고 오직 손과 감각으로만 그것을 촬영해야 했을 때입니다. 그런데도 카레이스 관련 잡지를 보면 포커스가 정확하고 손 떨림이 하나도 없는 사진들이 자주 등장 했습니다. 이런 경우도 오랜 숙련과 연습을 통해 극적인 장면 이전에 셔터를 누른 것이죠.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여러분의 친구 중에는 춤을 추거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 공연 촬영 의뢰 받기도 하겠지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할 경우 극적인 장면을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춤의 경우를 설명하겠습니다. 춤은 반드시 음악과 함께 공연 되기 때문에 눈으로는 파인더를 들여다보지만 실은 귀로 셔터 찬스를 잡아야 합니다. 춤 공연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무희는 음악과 하나가 됩니다. 눈으로 확인하고 절정의 몸놀림이 되었을 때 셔터를 누르면 실제는 1/4초 뒤의 장면이 찍힌다고 위에서 설명 했습니다. 춤의 경우도 역시 절정인 극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그 절정의 장면 1/4초 전에 셔터를 눌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 절정의 장면을 확인할 때 필요한 기고나이 바로 귀입이다..

음악에 맞춰 셔터를 누르면 거의 무희의 몸놀림 중에 가장 극적인 장면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쿵 따다 쿵 따!’라는 박자가 진행되고 있을 때 마지막 ‘따!’의 소리와 함께 무희는 절정의 몸놀림을 대개 합니다. 그러니 그 음악 소리에 맞춰 ‘따!’가 따라 나오는 직전에 셔터를 누르면 셔터가 떨어지는 순간이 ‘따!’와 일치 합니다.

현장에서 해 보면 익숙해 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경이롭고 무엇인가를 극복하려고 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가끔 저와 공부하는 ‘사진집단 일우’ 친구들에게 누군가 카메라 앵글로 무희의 움직임만 따라가 준다면 거의 극적인 촬영을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다고 호언 합니다. 바로 귀로 사진을 촬영하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해 보시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귀로 촬영한다고 하는 것을 꼭 염두에 두시기를 바랍니다.

리본 체조나 춤 모두 음악이 촬영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포커스는 어디에 맞춰야 할까요 우리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눈에다 포커스를 맞춥니다. 리본 체조 선수나 춤을 추는 무희도 인물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격렬한 움직임 속에 눈을 쫓아 포커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몸의 중앙부이고 가장 움직임이 적은 배꼽에 초점을 맞춥니다. 소위 ‘배꼽을 찍어라’라는 말로 격렬한 움직임들을 멈추게 합니다.

시사N라이프 김홍희 사진작가 middletter74@gmail.com 김홍희 사진작가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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