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일본 노토 반도 인근 해상에서 M7.6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연말연시 연휴기간 중 발생한 지진이고, 육지와 떨어진 섬(陸の孤島)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아직도 도로, 수도 등 인프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이번 노토 반도 지진과 관련해 일본 사회는 이제까지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M5.5 이상 지진의 연평균 발생빈도를 보면 일본은 세계 4위(1.14회)지만, 경제적 피해액 규모로 보면 세계 1위와 2위가 일본(1위 동일본대지진 : 32.8조엔, 2위 코베대지진 : 21.3조엔)이다. 그래서 일본의 방재 대책은 우수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위기의식도 높다. 유치원에서부터 ①자조(自助), ②공조(共助), ③공조(公助)를 강조해서 교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토 반도 지진은 이미 일본 정부의 전문가 회의(2013∼14년)를 통해 해저 단층을 조사하고 M7.6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전국 지진 예측 지도에 반영되지 못했고, 그 위험성이 주민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도쿄신문, 2024.1.15.) 결국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것이다.
둘째, 고령화로 인해 주민들이 복구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1월 31일 기준으로 이번 지진피해는 사망자 238명, 주택 등 건물 피해가 26,541동(완파 2,306, 반파 3,269 등)에 이른다. 피난자 수도 14,536명(일 내각부, 1.29.)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이시카와현의 7개 시(巿)와 정(巿) 등의 지구는 65세 이상의 거주자 비율이 49%에 이르고 있다. 특히 산간 지역은 전원 고령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지역은 2040년에는 소멸하거나 소수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이시카와현 향후추계인구, 인구문제연구소 추계)
그래서 ‘피해자 생활 재건지원법’에 따라 완파 혹은 주택을 해체한 세대에게 최대 300만 엔(대규모 반파 250만 엔, 중규모 반파 최대 100만 엔)을 지급할 수 있지만, 독거생활 중인 나이 든 주민들은 물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돈 들여 수리하길 꺼리고 있다. 그래서 일본 사회는 향후 소멸할 지역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복구가 필요한지 논란이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지진이 연휴기간(12.29∼1.3일)에 육지와 이격된 섬에서 발생함에 따라 자위대의 대응지연도 문제가 되었다. 자위대는 진도 5강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항공기에 의한 정보수집태세를 포함해서 육상자위대 만으로도 약 3,900여 명의 FAST(First Action SupporT) Force가 24시간 대기를 하며 명령 수령 후 1시간 내 출동토록 되어 있다.
1월 2일 규정대로 지휘계통을 일원화한 통합임무부대(JTF)가 편성되어 1만 명 규모의 지원을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1월 2일 1,000명, 1월 3일 2,000명, 1월 5일 5,000명, 1월 7일 6,000명 만이 현지로 투입되어 활동하였다.
2016년의 구마모토 지진과 비교하더라도 대응 인원이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은 단계적으로 축차 투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아키타현 사타카 노리히사(佐竹敬久) 지사는 “(대응이) 늦다”(国は少し後手後手だ)고 지적했다.(지지통신, 1.9.)
자위대는 중국의 위협이 증가되고 있다면서 오키나와로부터 410Km이격된 센카쿠열도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조해 왔다. 사고가 많다는 이유로 주일미군 MV-22의 비행 중단을 요구하던 일본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격도서 재해지원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자위대가 도입해서 운용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은 육지로부터 이격된 섬에서 발생했고 연휴기간이 겹치며 자위대의 투입이 지연되었다. 지진·태풍 등의 재해재난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의 자위대에 대한 요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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