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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외침 - 연극 '손님들'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7.04 17:33 의견 0

연극은 세 사람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세 사람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나뉜다.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두 사람과 두 사람 사이에서 말을 건네고, 화목하게 지내보려는 소년.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소년의 모습을 보자니 안쓰럽다.

“엄마, 아빠. 오늘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올 거야. 손님들을 잘 접대해야해. 그래야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잘 할 수 있지”

부모에게 알 수 없는 메시지를 읊조리는 소년의 모습은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그리고 저녁식사에 초대된 인물들이 하나 둘 씩 집에 찾아온다. 이들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흔히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로 여겨진다. 소년은 어떤 이유로 이런 인물들을 초대했을까

연극의 첫 장면. 소년의 분위기와 상반된 두 사람의 분위기를
조명으로 연출했다.(국립극단 제공)

연극 ‘손님들’은 자식이 부모를 죽인 존속범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이 자세히 묘사하면서 그 안에서 불안, 공포를 겪는 소년의 내면의 심리를 내밀하게 표현했다. 아버지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패배자로 수 년을 살아온 인물이다. 어머니 역시 허황된 삶을 쫓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아버지 탓으로 돌린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명예, 부, 권력만 중요하게 여길 뿐 자식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아들은 이 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소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누르면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소년의 주변환경은 모든 것이 소년의 탓이라 여기며 자라게 만든다. 거기에 어머니의 폭언과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며 가정 폭력의 최대 피해자로 오랫동안 소외된 삶을 살아온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연극 ‘손님들’에 초대 받은 손님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길 고양이와 동상이다. 길고양이는 ‘3단지’라는 이름으로, 학교 구석에 낙서된 상태로 방치된 동상은 ‘오뎅’으로 의인화된다. 산 중턱에 버려진 무덤의 귀신인 ‘동수아저씨’도 소년의 집을 찾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집에 온 손님 오뎅을 소개하는 주인공.
오뎅은 학교 한쪽에 방치된 생각하는 사람을 모방한 동상이다.
아이들의 낙서로 얼굴이 지저분하다. (국립극단 제공)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떠돌이 생활을 하는 고양이 3단지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대 없이 남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학교 한쪽 구석에 방치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따 만든 동상인 오뎅씨는 자신이 세상에 외면당하는 세상의 냉혹함을 언급한다. 동수 아저씨는 자신이 죽음을 맞을 당시를 회상하며 어른스러운 주인공에 대해 연민을 가진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로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집을 찾아온 세 명의 손님은 모두 주인공의 ‘행복’을 빈다. 그러나 진짜 그의 행복을 빌어줘야 할 부모는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불행한 이유는 자식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려놓는다.

손님 접대가 무르익자 부모는 서로의 치부를 공격하며 원망의 소리만 늘어놓는다. 결국 손님접대에 실패한 셈이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고집 안에 사로잡힌 부모님의 모습으로 소년은 절망을 맛본다.

부모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는 아들의 모습 (국립극단 제공)

“차라리 당신들이 손님이었다면 보내버리면 될 텐데... 그래 그게 문제였어. 우리는 다시 살아야 해.”

아들은 부모를 ‘손님들’처럼 대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 손님은 잠깐 머물렀다 가는 사람이지, 집에 상주하지 않는 존재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감,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부모를 손님처럼 돌려보내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제목에 고스란히 잘 담겨있다.

그러나 이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부모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 전부라고 볼 수 없다.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존재들이 우리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우리에게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전달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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