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_이야기(58)] 건달과 황제곱창

이정환 기자 | 기사입력 2018/07/18 [09:06]

[미아리_이야기(58)] 건달과 황제곱창

이정환 기자 | 입력 : 2018/07/18 [09:06]

술 안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소곱창구이다. 그 고소한 기름진 맛과 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소곱창구이를 먹으러 갈 때 장난스레 죽은 소의 내장을 철판에 구워 먹자고 장난 삼아 말한다.


혈중 콜레스트롤이 높아지네 어쩌네 하면서 꺼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한가지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기에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하면서 그런 걱정을 일축한다. 


그런 내게 정말 희소식이 생겼다. 동네에 큼지막하게 소곱창구이 집이 생긴 것이다. 속칭 대지극장 뒷길 이라고 불리는 미아리 골목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카페 (사실은 색시들이 앉아서 술 시중 드는 집) 골목 어귀에 황제곱창이라는 소곱창구이 전문 음식점이 생긴 거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노릇, 나는 오픈 하는 날 첫 손님으로 그 집을 찾았다. 
실내는 그럴싸하게 제대로 꾸며졌고 들어가는 순간 벌써 고소한 소곱창 굽는 냄새가 내 후각과 미각을 자극시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서빙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한 덩치들 하기에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전부 미아리 건달들이 아닌가? 그 집은 곱창 집 건너편에서 색시 장사를 하는 미아리 대표 건달 중 한 명인 수영씨가 사장이다.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수영씨는 미아리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번 건달 중 한 명이다. 속칭 대지극장 뒷골목에서 술 취한 손님을 호객해서 바가지 씌우는 색시 집 주인이다. 결혼을 해서 부인도 있는데도 데리고 일하는 여 종업원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갖고 있었고, 종업원이 새로 들어오면 여자의 중요 부위에 담뱃불로 일단 지져 놓기로 유명하다. 결국 그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서 감방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의 거침없는 그런 행각 때문에 미아리 건달 세계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 나의 30년지기 술친구인 열살 터울인 외삼촌은 지금은 고흥군 나로도에서 펜션을 운영한다. 지금도 미아리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 이정환 작가

 

아무튼 그는 색시 장사로 번 돈을 갖고 룸싸롱을 크게 열어서 돈을 꽤나 많이 벌었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항상 말썽이 생겨 감옥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동네에서 안보이기에 또 감옥에 갔나 하며 생각 했는데,이제는 양지로 나와보려는 지 자기네 룸싸롱 건너편에 소 곱창 구이 집을 오픈 했다. 

나름대로 곱창 맛은 좋았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고 분위기가 살벌한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래도 소 곱창 구이를 먹으려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픈식 날은 그야말로 미아리에서 힘 꽤나 쓴다는 건달들은 다 모였던 것 같다. 하지만 술 파는 음식점들이 그렇듯이 주류 납품 건을 놓고 잡음이 있었나 보다. 


늘 그렇듯이 동네 술친구인 외삼촌과 나는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서 “곱창은 뭐니 해도 봉천동 신풍루의 소곱창이 제일 맛있다” 느니 요즘 개판(협회)이 정말로 개판이 다 됐다.” 느니 그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나누며 소주를 몇 잔 마시는데 순간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진다. 

“뭐 씨팔 놈아? 너 지금 나보고 야 라고 했냐? 씨팔 이 바닥 족보가 꺼꾸로 물구나무 섰냐? 너 씨팔놈 이리 와봐. 

세영슈퍼 사장이 위 옷을 벗어 젖힌다. 세영슈퍼는 동네 조그만 구멍 가게인데 구멍 가게는 형식 적이고 미아리 술집에 술을 납품하는 게 주업인 주류 중간 상이다. 처음엔 세영슈퍼 사장도 축하해주려 왔었던 모양인데 술이 오르다 보니 사소한 시비가 붙은 거다. 하지만 진짜 속은 자기네 집에서 술을 안받는 것에 불만이 터져버린 것 같았다. 

 

아무튼 황제곱창 관할은 분명히 세영슈퍼인데 소주를 세영슈퍼에서 안받고 다른 경쟁 업체에서 받았나 보다. 세영슈퍼 사장은 건달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들 사이에서 형 대접을 받았었는데,황소곱창 사장이 욱하는 마음에 반말을 했던 모양이고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많던 세영 슈퍼 사장의 화가 터지고 만 것이다. 


사실 세영 슈퍼 사장의 술 버릇이 안 좋은 건 이미 동네에 소문이 나있던 지라 건달들도 싸움을 말리면서 은근히 세영 슈퍼 사장에게 불리하게 상황을 만들어 갔다. 결국 가게 밖으로 떠밀려 나갔던 세영 슈퍼 사장은 황소곱창 사장의 발길질에 얼굴이 엉망이 되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세영슈퍼 아줌마가 울면서 말리는 바람에 싸움은 끝이 나고 말았다. 

“형수, 내가 오늘 까지만 형수라고 부릅니다. 어차피 술을 똥구멍으로 쳐 먹는 저 시팔 새끼한텐 형 소리도 안 나오니까 이젠 우리 아는 체 맙시다. 

그 날 이후 세영슈퍼는 며칠간 문이 닫혀있었다. 

약 한달 뒤 세영슈퍼 자리엔 실내 포장마차가 들어섰다. 황제곱창은 처음 두세 달 간은 장사가 되는 가 싶더니 이내 텅 빈 음식점이 되었고, 이 삼 년 간 빈 가게로 있다가 사행성 도박장인 황금성이 되었다. 물론 주인은 같은 사람이다. 그 후엔 박순덕냉막걸리 집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칠성포차라는 주점이 되었다.

며칠 전에 욕쟁이 탱자씨한테 얘기를 들어 안 사실인데 세영 슈퍼 자리에 생긴 실내포장마차는 세영슈퍼 사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것이란다.

“씨벌 내가 그 인간 한번 당할 줄 알았어."라며 걸쭉하게 씨벌 소리를 하더니 이내 "우리 집에 술 대주면서 까딱하면 내 엉덩이를 툭툭 치고 가고 밥맛 없었어 지 마느라 엉덩이나 만지지 씨벌”라며 분을 참지 못한다아무튼 탱자씨는 씨벌을 빼면 얘기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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