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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2) "폭우 내리는 날"

성유나 작가 승인 2018.08.30 16:37 의견 0

▲ 폭우 내리는 날 ⓒ 성유나 작가

효자동 산1번지는 부모님이 화천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후 춘천으로 이사와 첫 둥지를 틀은 어릴적 살던 곳 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살던 꼬방동네! 그야말로 무허가 판자집!! 나의 유년시절이 무지개빛 비누방울 되어 날아 다니는 기억저편 조각보!

긴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펌프 공동우물이 오른쪽에 있었고 도로를 중심으로 마당없는 부엌문이 대문인 12채의 집들이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오죽했겠는가 하루세끼 풀칠을 위해 악다구니 받치게 사는 민초들의 삶이... 저녁마다 술취한 가장들의 말도 안되는 권위가 판을치고 아이들은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부모에게 혼나고 아낙들은 펌프 우물에 나와 간밤의 속상함을 바가지에 쌀을 문지르며 애꿎은 하소연을 했다.

다행히 신기하게도 우리부모님은 유하고 부드러웠고,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아빠는 한량처럼 세련되고 유쾌하고 멋쟁이셨다. 60에 돌아가신 엄마또한 아프시기 전 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암튼 그 동네에서 젤 먼저 기와집을 사서 이사를 했고 이틀동안 마당에 큰 솥을 걸고 팥죽을 쑤어 예전살던 사람들까지 불러 집들이를 했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꿈처럼 지나간 산 동네의 기억이 새록하다.

우리집은 초입두번째 집에 위치 했었기에 윗쪽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흘러 들어가는 하수구가 뒷방문을 열면 신발놓는 계단 아래에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뒷문으론 다닐 수가 없었고 그러면 난 여지없이 문을 열어 제치고 작은발을 담그고 고무신을 띄우며 놀았다. 장대비 쏟아지는 날 성난듯 밀려 들어가는 흙탕물을 큰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잘못하면 하수구로 빨려 들어간다고 겁을 줬지만‥ 고무신을 띄우고 흙탕물에 발을 철버덕 거리며 파도가되고 바다새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무신에 꿈을 실어 바다로 떠났던 폭우내리는날‥‥
흘려보낸 편린들이 돌고 돌아와선 툭툭!!그 날 이란다. 오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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