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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채식주의자①]] "채식주의자"로 꼬리 잇기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승인 2018.08.31 10:06 의견 3

샤갈과 렘브란트, 수틴의 그림을 보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떠오릅니다. 특히 주인공 영혜의 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 (....)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구미호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육회를 먹는 것과 구미호가 날고기를 먹는 게 뭔 차이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가죽이 벗겨진 황소, 샤임 수틴, 1925, 캔버스에 유채, 140x8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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