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4회차(3) 2015년 9월 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 기사입력 2018/10/11 [14:50]

[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4회차(3) 2015년 9월 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 입력 : 2018/10/11 [14:50]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메니저가 정성스레 싸준

묵직한 생선 보따리를 들고 온 나는 마치 적장의 목을 따온 개선장수였다.

 

- 아니 횟감 구하러 갔다가 장서방이 어묵이 된 줄 알았네 (형님)

- 이번엔 좀 힘들었나부죠? (형수님) 

- 진공 포장이 아닌 걸 보니 방금 잡은 생선을 떴나부다! (아내)

 

모두들 즐거워 쿵자가작작 침튀기며 입방아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대구는 횟감으로 별로일 거 같아서 헤닥하구 메기만 달랬어요.

- 메기두 회로 먹어요?

- 언니, 민물 메기가 아닌 거 같아요.

- 참, 장서방 말 되게 안듣네. 대구를 달래라니깐!

 

이렇게 말하는 형님 목소리엔 초고추장 같은 정이 잔뜩 묻었다.

혼자서 헤닥 한접시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딱 비우는 걸 보면

영락없는 돌아가신 울 아버지다. 

내가 미쳤나 세파트만한 걸 가져와서 어쩌라고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비좁은 차안에서 모두들 

 

- 살살 녹네! (형님)

- 염병난 동네 도깨비가 우리만 하겠수? 

 

내가 던진 한마디에 형수님 입이 쩍 벌어져

씹던 생선 어어나오 불상사는 고사하고 하마터면 목젖이 보일 뻔했더라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칠순이 낼모레인 형님은 잠이 모자라 아직도 얼굴이 푸석푸석

 

-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초고추장을 두 병이나 가져왔다는 거 아냐 흐흐

- 대일 아빠, 아주 잘하고 있으니까~ 초고추장 걱정은 말구우~

여행 끝날 때까지 횟감 떨어뜨리지 말아주세용. 호호홍.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바닷물에 설렁설렁 설겆이하던 아내가

 

- 어구 손 시려! 빙하 녹은 물 때문에 그런지 맛을 보니까 바닷물이 짜질 않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총인구 350에 아이슬란딕 시푸드 직원이 200명인 수두레이리의 피요르드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피요르드를 호수처럼 품은 수두레이리가 멀리 보인다. 

 

- 대일이 아빠 덕분에 또 회를 실컷 먹네용. 이번엔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줍디까?

- 궁금하세요?

- 궁금하다마다요.

- 옛날에 하와이에서 했던 방법을 써먹었죠.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하와이에 갔을 때?

- 어느 식당에 가서는 다짜고짜 메니저를 찾았죠.

메니저라구 나왔는데 여자드라구요. 여자는 남자보다 훨 쉽거든요.

 

- 여자가 남자보다 왜 쉬워요?

- 네. 여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약해요.

먼저 이렇게 줌랜즈를 앞으로 쭉 뽑아요. 그런 담에 난 신문기자다가 그러죠.

 

- 신문기자?

- 여자들은 또 신문기자라면 깝빡 죽거든요.

잡지사 기자 행색을 하며 사진 몇장 찍어주면 먹은 점심값을 안받아요.

기사나 잘 써달려면서

 

- 그래서 좀전에도 기자 행세를 했단 말이죠?

- 미국에 있는 조그만 동네 신문사 사진기잔데

이번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건강식품을 특집으로 내자 해서 왔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아시다시피 미국엔 얼토당토 않게 뚱땡이들이 많잖우.

가로세로 크기가 똑같은 물건들도 부지기수고요.

지난주에 편집장이 나서서 편집회의를 열었는데, 가장 깨끗한 건강식이 주제였어요.

그래서 이 지구상에서 물과 공기가 가장 깨끗한 곳이 어디냐.

뉴질랜드 캐나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뭐 이런 나라들이 한참 거론되었는데,

캐나다는 너무 가까워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뉴질랜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빠지고

결국엔 LA보다 가까운 아이슬란드로 낙찰을 봤다. 뭐.. 대충 이렇죠.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그러면 옛다! 하면서 생선을 줍디까?

 

- 아니요. 아이슬란드 많고 많은 항구 중에 왜 하필 이 동네냐.

그건 당신도 아시다시피 여기가 아이슬란드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라

물이 제일 깨끗하고 공기가 가장 맑은 곳이 아니냐. 뭐..

이렇게 슬슬 썰을 풀며 띄워주면 나머지는 지들이 알아서 기게 되어있어요.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 우와! 장서방 이제 보니 순 사기꾼이네

- 대일 아빠 증말 보통 실력이 아니네! 다시 봐야겠어!

 

슐츠가 시종일관 배실배실 웃더라는 이야기는 쏙 뺐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는 수두레이에서 회로 배를 채운 우리는 이사피요르드로 향했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자연보호에 둘째 가라면 눈에 쌍심지를 킬 이곳에 몇개 없는 터널

띵게이리에서 이사피요르드로 가는 길은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데

중간 쯤에서 서쪽 수두레이리로 빠지는..

그래서 굴이 T자다.

그런데 일차선이다. 처음엔 황당하더만.

가다가 반대쪽에서 차가 오면 우짠다?

알고보니 사진에서 보듯이 M자 써진 쪽에 빈자리가 있어

반대쪽에서 차가 오면 먼저 보는 차가 M자 써있는 곳에서 잠시 멈추는 시스템이다.

 

▲ 아이슬란드 여행기     © 죽향(竹鄕) 장욱

 

낯선 곳에서 뱃속이 든든하면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희희낙낙 이사피요르드로 짜가진 찌가진 콧노래 부르며 가는데

산을 몇개 넘자 이사피요르드 들어가는 입구 왼쪽 산비탈에 우리가 야영할 캠핑장이 보인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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